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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사회복지법인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영상편집 일을 하는 한 청년이 죽음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신문광고에 3만불 현상금까지 걸고 자신의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줄 사람을 찾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질문에 해결사로 나선다. 나중엔 학자와 영매 그리고 사업가로 응모자가 압축되고 한 사람씩 직접 찾아가 만나지만 실망하고 돌아온다.

결과적으로 이 현상금은 영매가 차지하게 된다. 영매는 죽은 자의 유령이 있음을 알게 해줌으로써 사후 세계의 또 다른 현상세계를 접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죽은 자의 한 맺힌 유령을 볼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그유령의 포로가 되어 시달림을 받게 된다. 죽음 직전에까지 가게 된 후에야 그는 이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위 내용은 영화, <We go on>에 관해 내 나름대로 짧게 정리한 시놉시스(synopsis)입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접한 영화인데,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심리적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스트레스, 강박증, 공황장애... 등의 우리를 두려움과 불안 및 걱정으로 끌고 가는 이 모든 요소들의 궁극적 귀결점은 죽음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두렵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하며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에 싸이게 합니다. 뭐요? 당신에게 두려움의 근원은 죽음이 아니라고요? 나는 죽는 게 무섭지 않다고요? 허~ 대 단하십니다.

최근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유명한 배우 신성일 씨가 폐암 3기 진단을 받아 암투병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흡연한 지도 오래된 그에게 의사들은 그가 매일 조상의 제사를 드리는 가운데 맡게 되는 독한 향이 그의 폐를 자극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성일 씨를 잘 모를 것입니다. 한국 영화사상 신성일 씨는 독보적인 배우입니다. 81세가 되어서도 건강함을  자랑하며 노배우의 여유로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그 외로움은 대부분의 경우처럼  스스로 타락하는 '스타'의 고독한 말년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는 회복 가능성이 40% 이하라는 의사의 말을 전하며, 그러나 기적이 있음을 말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자신에 대해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격려했다고 합니다. 

늦둥이 외아들인 나를 끔찍이 사랑하셨던 아버지는 유난히 죽음에 대한 공포증이 심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초상집도 가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까운 친척집의 문상도 가지 않으셨고, 죽음을 연상케 하는 것은 모두 피하셨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당신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무서워하면서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준비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에게 "내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게 내게 약이라도 먹여서 빨리 죽도록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는 길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후 병원에서 3일 만에 세상을 달리 하셨습니다. 나는 그 당시 외항선 항해사로 먼 바다를 떠돌아다닐 때라 아버지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 한다고 하여 '뱃놈'을 '상놈'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상놈이었던 내가 하나님 은혜로 목사가 되어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항상 아버지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죽음을 아주 싫어했지만, 그 죽음이 자신을 비켜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언제나 그 죽음을 준비해 오신 겁니다. 그리고 정작 그 죽음의 순간이 왔을 때 그는 평소 준비한(?) 대로 담담하게 그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위 영화 <We go on>의 주인공은 사후 세계의 일보다 현실에 충실한 것으로 삶을 정리합니다. 사후 세계나 영적인 존재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은 고뇌와 탐구(?) 끝에 비로소 자신만의 해답과 자유를 얻었다는 것은 대단한 자기 발견입니다. 죽었다가 잠시 살아난 나사로처럼 그 역시 또 언젠가는 결국 다시 그 문제 앞에 직면해야 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의 신성일 씨는 현대 의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적이 일어나 세상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시점에서 진정 우리가 바라는 기적이 무엇이 되어야겠는가를 생각해 볼 때가 됐습니다. 솔직히 목사이기에 바라는 바는 영원한 영생의 기쁨과 자유를 소유할 수 있게 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차피 저 안개 숲 위를 떠도는 화려한 애드밸룬도 언제 어느 곳에 가서는 바람도 빠지고 터져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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