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사회복지법인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분열과 다툼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다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큰 흐름에서 역사를 관찰할 때,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전체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한 통찰력으로 그때그때의 위기를 극복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멀리 생각할 것 없다. 현재 우리 눈앞에 일어나는 '핵무기'에 대한 각 국가 간의 알력과 긴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핵무기는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의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전쟁을 위한 핵무기 개발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분열과 다툼으로 반목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여러 면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간접적 경제 압박, 트럼프의 자국보호 우선정책 등에 따른 대내외적인 거센 폭풍을 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군사적으로는 무엇보다 북한의 전쟁 도발 공포분위기에서 어떻게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긴박한 군사안보 문제가 바로 코앞에 있다.

여러 위험 요소 가운데 우리는 또 하나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두고 양상을 보인 세대 간의 대립입니다.

이것은 과거 우리 안에 갖고 있는 적폐(積弊)의 중심요인이었던 지역감정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그 어떤 전쟁보다도 가장 경계해야 할 무서운 전쟁이다. 그런데 그 전쟁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왜 이런 '세대 간의 부정적 간극'이 생긴 것일까? 한 때 사회비평가들이 부정적인 측면에서 우려했던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의 특징이며 병폐 중의 하나는 모든 기존적 틀(frame)을 깨버리고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적 가치에 대한 판단의 관점이 현대 사회에 와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C.S.Lewis는 그의 저서, <기독교적 숙고>에서 '주관주의의 독(毒)'이라는 주제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치 판단에 대한 현대의 관점은 매우 다르다. 오늘날 사람들은 가치 판단은 아예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치 판단이란 어떤 공동체 안에서 환경과 전통의 압력으로 형성되는 정서나 콤플렉스나 태도로, 공동체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선하다고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감정 표현일 뿐이며, 그러한 우리의 감정은 그렇게 느끼도록 사회적으로 조건 지어졌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생각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자유 의지를 외치고,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견해를 개성으로 받아들여 높이 평가하며 선호하고 있다.

오늘의 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간극은 더욱 심하게 벌어져 서로 간에 격심한 갈등과 마찰로 분열과 다툼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와 행동으로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펼쳐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노골적인 대립관계의 양상으로 치달리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한 어르신이 중심이 된 태극기 집회

여기에서 결코 양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직 이기고자 하는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투쟁의 상대가 내 아버지요, 아들이라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태극기를 높이 쳐들고 힘차게 펄럭이는 어른 세대는 말한다.

"저 젊은 것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있어. 우리가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저것들이 그 공도 모르고 즈네들이 잘났다고 저렇게 어른들을 무시해. 이제 저것들에게 더 이상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어. 더 나쁜 놈들 손에 넘어가기 전에 다시 우리가 힘을 합쳐 이 나라를 지켜야 해. 이제 지금이라도 더 이상 저것들을 의지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우리의 인생을 되찾을 거야. 지금까지 저 젊은 것들에게 무능하다고 무시당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천대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 분노를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제 우리가 세운 이 나라이니 우리가 지킬 것이고, 더 이상 나의 존재도 저것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로 살지 않도록 내 주권은 내가 찾을 거야."

촛불을 두 손으로 곱게 감싸 들고 있는 젊은 세대는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구속을 주장하는 세대들의 촛불집회 모습

"뭐라고? 자기네들이 세운 나라라고? 그래서 나라꼴이 지금 이렇게 된 거야? 도대체 어른들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어? 기득권자입네 하고 지금까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잖아. 뭐 우리를 위해 그랬다고? 그게 다 자기 욕심 채우려고 우릴 내세웠던 것 아냐? 정말 우리를 위해 고생했다면 왜 우리를 끝까지 믿어주지 않는 거야? 자기들이 못 믿겠다고 저렇게 자기 방식대로 설쳐대니 우리도 그럴 수밖에. 이제 이 나라를 더 이상 저런 구세대의 수구세력들에게 맡길 수 없어. 이제 곧 저들은 다 없어질 사람들이야.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 몫이야. 결국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하고 우리가 책임져야 해. 우리가 앞으로 더 고생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결코 저네들의 잘못된 구습을 좇지 않을 거야."

우리는 서로에게 극단의 피해의식에 잡혀 있는 듯하다.

세대 간 서로의 입장을 인정해주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서로를 위해 내 자리를 양보해주고 순종하기보다, 서로를 향한 가득 찬 불신감정으로 서로를 적대시 하고 있다.

이 대적상대가 중국의 누구, 일본의 누구, IS테러의 누구, 좀 더 좁혀 북한의 누구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는 내 아버지요 내 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 우리는 도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인생사 모든 일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우리는 누구보다 사랑으로 연합되어야 함에도 이리 서로가 반목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대관절 우리의 싸움은 무엇이며, 우리가 싸워야 할 적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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