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사회복지법인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예전 어느 여중 3년생의 대담한 고백을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에게 알바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묻자, 이런 질문에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돈이 필요해서요."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한데?"

"성형수술비요"

"지금 모습도 예쁜데 뭘~"

"아녜요. 나보다 더 예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걔네들보다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더 예뻐지고 더 빨라야 하니까요."

"무슨 경쟁력이고, 뭐가 더 빨라야 한다는 건데?"

"커서 좋은 남자 만나는 거요.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찾잖아요.“

 

그의 논지는 너무 간단했고, 명쾌했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돈 많은 남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우선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당돌한 여중생이었다.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못하고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엊그제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5년생에게 꿈을 물었는데, '임대업자'라고.

그 아이는 "내 친구 아버지가 건물 여러 채를 갖고 있어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해외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먹고 놀거든요. 대통령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이는 임대업의 뜻을 알고, 그게 얼마나 쉽게 인생을 사는 것인지도 터득하고 있었다.

이 달 초 내가 속해 있는 사회복지법인 우림복지재단에서 해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Laos)로 갔다.

라오스에서 학교 학생들과 봉사요원들  <사진 = 우림복지재단>

일반 NGO들도 거리가 멀어 들어가지 않는 라오스 중에서도 오지인 까시지역이다.

대학생 봉사단과 직원들로 구성된 30여 명의 봉사단원들이 3년째 같은 지역으로 갔다.

4가지 사업이 이루어졌는데, 교육사업으로 학교 건물 신축과 장학사업, 생활경제기반 지원사업으로 학용품ㆍ의류(헌옷) 보급과 가축(어미소와 송아지) 지원을 하였다.

어미소와 송아지 기증식. 총 4마리를 기중. 이들에게는 소를 소유한다는 것은 큰 재산이다. <사진 = 우림복지재단>

올해 큰 성과로 교사 1동(교실 3채)을 3년에 걸쳐 봉사자 손길만으로 완공하여 지역 주민들과 준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지역의 군청과 교육청 관계자까지 나와서 감사장과 표창장을 건네며 돈독한 우의를 다질 수 있었다. 민간외교 긍지도 가질 수 있었다.

라오스를 떠나오기 전, 함께 했던 대학생 봉사단원들에게 일주일 간 봉사 소감을 물었다.

얼굴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봉사요원들 <사진 = 우림복지재단>

힘들다는 말은 한 마디 없이 모두 보람되고, 알찬 시간들이었으며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들은 여행을 온 게 아니다. 라오스 오지에 들어 와 교실 없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땀 흘리며 지어 주었다. 

교실 벽에 페인트 칠하는 봉사요원들 <사진 = 우림복지재단>

이들은 인생을 결코 쉽게 살려 하지 않는다. 뭔가 자신들 삶에 보람과 의미를 찾고자 하였으며, 나름대로 그 기쁨을 맛보았다. 이들은 이 일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인생을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낙담하였지만, 대학생들이 건강한 인생관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흐뭇해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낙담하고 실망하기에 이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혼란한 정국 가운데서 묵묵히 일하는 젊음이 있다.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에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한 마디의 말을 해 주었다. 

"그대들이 이 나라의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C.S.Lewis는 "비전을 사라고, 비전을 판다고 사방에서 난리이다.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정당한 소득을 위해 일한 사람, 뇌물을 거절한 사람, 자기 일에 숙달한 사람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 청년들의 꿈은 임대업자가 되는 것으로 변했다.

라오스에서 봉사요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진 = 우림복지재단>

월세나 받으면서 불로소득의 한가한 생활을 즐기는 건물 임대업자가 아니다.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이 사회를 위해 자기 몸을 내주어 불사르는 '건강한 젊음의 임대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건물로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귀중한 젊음의 시간들을 가장 값진 일에 투자하여 자신을 빌려주는 일이기에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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