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일각 "용납 안 된다" 성남式 갈등 우려
지방선거 앞두고 무상교복 선점효과 노린 듯
민주당, 시민사회 인사들도 준비 부족 지적
김영환 "현금지원에 그치면 대기업만 이득"

 

고양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 시민사회와 협의 없이 무상교복 추진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갈등이 예고된다. 의회에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시민사회와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정책균형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 미디어고양DB>

고양시가 불쑥 무상교복 전면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선심성 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성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예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여당인 민주당과 시민사회에서조차 이런 평가는 다르지 않다. 지역에서 관련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이고, 무상교복 정책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정비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뜬금없다는 지적이 다수다.     

고양시는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까지 선별적으로 지원되던 교복구매 지원금을 올해 하복 구입부터 관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에 일괄 지원하기위해 1차 추경안에 예산 20억6,200만 원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른바 무상교복 정책이다. 

내용을 보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9,531명과 고등학교 입학생 1만1,089명 등 총 2만62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을 하복구입비로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될 경우 고양시 거주 사실 정도만 확인해 1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고양시 발표대로라면 정책을 유지할 경우 올해 본예산 책정시에는 관련 예산이 두 배 가량 늘어나게 된다. 내년에는 동복까지 더해 1인당 30만 원 수준으로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발표가 갑자기 이뤄진 배경이다. 취재 결과 고양시 시민사회와 정치권 인사들 상당수가 고양시의 무상교복 추진 자체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경선 경기도의원(교육위원장, 고양3) 정도만 "한달 전쯤 시 집행부를 통해 정책 추진 의사를 전해들었다. 발표됐다면 환영하고 고마운 상황"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민 의원은 최성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어서 측근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선 시민활동가에 관련 의견을 물으니 "그게 사실이냐. 언제 결정됐나"고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 무상교복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준비하는 단계인데 무슨 말이냐"는 말도 나왔다. 예산을 당장 심사해야 할 고양시의원조차 해당 사실을 몰랐다.  

이유가 있다. 고양시는 최근까지 무상교복 정책과 관련 기초적인 논의도 진행한 적이 없다. 올해 경기도 시군중 무상교복을 실시하는 6개 시군 대부분이 이미 지난해 기초의회와 관련 논의를 끝마친 상태인 점에 비하면 지극히 예외적이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동의도 받아야 한다. 과제가 산적한데 일단 예산만 달라는 형국이다.  

고양시 평생교육과는 발표만 해 놓고 구체적인 무상교복 추진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추경 통과 이후 관련 조례 정비와 보건복지부 협의 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정도만 있는 상태다. 매우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발표였던 셈이다.

고양시가 무상교복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를 지방선거에서 고양시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민주당 후보군간 주도권 싸움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무상교복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영환 도의원(사진 왼쪽)을 견제하기 위해 최성 시장(사진 오른쪽)이 견제구를 날렸다는 것. 김 의원은 내주 관련 토론회에서 고양시에 무상교복 정책 추진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고양시 평생교육과 이병영 팀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오해를 살 수는 있지만 고양시는 이미 무상교복 정책 확대를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해 왔다. 경기도 시군에서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고양시에서도 무상교복 정책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은 점도 정책 결정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의회 동의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설득작업은 있었냐"는 질문에는 "의회 설득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사전 설명 계획 자체가 없고 하지도 않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의회가 무상교복 정책을 쉽게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다보니 의회 소관상임위인 기획행정위는 벌써부터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시의 무상교복 요구가 그대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성남시의 사례처럼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획행정위 강주내 위원장(바른미래당, 행신1,3동)은 "지난 4년동안 기획행정위에만 있었는데 고양시가 무상교복 한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어봤다. 무상교복 취지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시는 근거가 되는 조례도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강 위원장은 "평생교육과장을 불러 설명을 요구하니 5월에 조례를 만들겠다고 한다. 무상교복 확대 정책도 2월 13일에야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하니 10일만에 언론에 발표한 것이다. 이런 일처리가 어디있나. 무작정 예산만 달라는 것인데, 용납할 수 없다. 회기전에 위원회를 소집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강조했다. 1차추경은 오는 26일 시작되는 220회 임시회에서 다뤄진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무상교복을 주요 공약으로 지방선거에서 최성 시장과 경쟁구도를 그리던 김영환 경기도의원(고양7)이 그렇다.  

김영환 의원은 "고양시의 발표는 무상교복 정책을 단순히 현금지원하는데 국한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교복시장에 대한 치밀한 정책설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무상교복 정책은 단순히 교복구입비를 지원하는데 머물지 않고, 대기업이 장악한 교복시장에서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열어주는 의미도 갖고 있다. (고양시처럼)일선 학교들이 교복 공급업체를 선정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현금만 지원하면 대기업 교복업체의 수익만 늘려주는 꼴이다. 대기업 교복 가격만 올라갈까 걱정"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올해 지방선거 고양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무상교복 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고양시장 도전의 중요한 공약축이었다. 다음주에는 고양시민회, 고양신문 등과 함께 '무상교복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예정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사실상 김영환 의원 중심으로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를 불러들인 행사다.  

고양시가 무상교복 정책을 급하게 발표한 것 자체가 최성 시장의 민주당 내부 경선용일 수 있다는 성급한 해석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  

이와 관련 지역의 시민사회 인사는 "무상교복 정책이 김영환 의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가 갑자기 무상교복을 발표한 것이 최성 시장의 3선 도전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평했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280억 가량의 무상교복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대상이다. 고양시가 지역구인 민경선, 김영환 경기도의원은 지난 12일 경기도 31개 시군에 관련 매칭 예산을 편성하고, 근거 조례를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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