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불교 경전인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 共命之鳥(공명지조)라는 몸 하나에 머리 두 개 달린 새의 우화가 있다. 다른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더 잘 살 것 같지만 한쪽이 잘못되면 같이 죽는다는 우화다.

러시아 국장(國章)에는 두 개의 머리에 세 개의 금색 왕관을 쓴 황금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세 개의 왕관은 입법권과 행정권 및 사법권을 의미한다. 삼권분립을 위해 두 개의 머리를 써서 지혜롭게 나라를 잘 다스리라는 뜻이 있지 않을까 싶다. 두 개의 머리가 서로의 지혜를 활용하면 두 배의 효과가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우화의 얘기처럼 자기만 살고자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다면 파멸로 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갈수록 퇴행적이고 저질스러워서 마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한 뼘도 앞으로 날지 못하는 공명조(共命鳥)처럼 보인다.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는 아마 역대 최고로 무능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수준 이하의 의정활동을 한 최악의 국회로 기억될 것이다.

21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은 두 제도의 무용론만 부각시켰다. 장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책 수행 능력과 자질 검증 대신 후보자 낙마를 위한 인신공격으로 일관한다. 여야는 제각각 하고 싶은 얘기만 목소리 높여 내지른다. 결국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고 후보는 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장관에 임명된다.

지난 9월 1일에 시작한 21대 국회의 마지막 대정부 질문은 정책 질의는 실종되고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민식 국가 보훈부 장관과의 말싸움으로 일관하다 끝났다. 더구나 300명이 앉아 있어야 할 국회 본회의장은 거의 텅 비어있었다. 과연 이런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위해 세금으로 보좌관을 9명이나 둔 무능한 국회의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반으로, 아니 100명으로 줄이자는 국민투표를 하면 국민 누구 하나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22대 국회를 앞두고 국회의원 숫자 줄이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개헌을 하겠다는 정당이 나타나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한국은 정치 과잉의 국가다. 좁은 땅에 정치인이 너무 많아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국가 에너지가 너무 크다. 정치인이 쓸데없이 너무 많다. 한국은 역사상 한 번도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적이 없는 나라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유럽과 중국 및 가까운 일본만 해도 봉건제도가 있었고 미국은 독립된 주들이 합쳐져서 만든 나라이기에 지방 분권 제도가 있었던 나라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지방자치제가 불필요한 중앙집권제 국가였다.

단순히 선진국이 지방자치제를 한다고 따라 할 일이 아니었다. 한국은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시작하면서 민선 지방자치 시대를 시작한 지 거의 30년이 되었다.

하지만 시의원과 도의원 모두 정당 소속이다 보니 지역 일꾼으로 일해야 할 기초의회에서조차 국회와 똑같은 모습으로 싸운다. 과연 이런 지방자치제도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이다. 지방자치제 존폐와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관한 국민투표라도 해서 정확한 국민의 뜻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는 정기국회 개원을 불과 하루 앞두고 뚜렷한 명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은 국민 눈에는 생뚱맞게 보였다.

이 대표는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 및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막으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애당초 한 가지도 들어주기 곤란한 요구사항이기에 여당 대표도 찾아갈 수 없고, 대통령도 손을 내밀 수가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정작 실현 불가능한 요구다 보니 단식을 멈추고 싶어도 그만둘 명분이 없다. 이재명 대표 스스로 파놓은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낮에는 당원 인사도 받고 유튜브도 촬영하는 등 대중 앞에 있다가 저녁이면 퇴근하는 희한한 단식을 했다. 그런 당 대표 앞에 지지자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큰절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출근부에 도장 찍듯 앞다투어 얼굴을 내밀었다. 이재명 대표는 누가 왔다 갔는지 정확하게 점검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퇴로 없는 단식을 20일 가깝게 초인적으로 하는 이 대표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제발 단식을 멈춰달라고 읍소했다. 이런 모습은 마치 조선시대 사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신하들의 처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식음을 전폐한 임금 앞에서 “전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부디 옥체를 보존하옵소서.”하고 대신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세계는 신냉전의 시작으로 국제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협력 강화 등 전례 없는 행동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슬기롭게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의 취업을 위해 기업이 통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줘야 한다.

이처럼 내우외환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도 위기 돌파가 어려운 때에 대한민국은 정치의 실종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기업의 흥을 북돋아 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정치는 미로에 빠져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바라는 정치인이 있기나 한 것인가. 스스로 출구를 찾지 못하면 국민이 비상구라도 만들어줘야 한다. 하루빨리 수준 이하의 정치인을 정리하고 쓸데없이 많은 국회의원 숫자와 각종 특권을 없애자는 개헌 청원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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