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교활한 청년 정치인 때문에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겪은 수많은 범법을 저지른 국회의원과는 차원이 다르게 위선적이고 노회한 초선 청년 정치인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집어엎는 중이다. 평소 김남국은 돈이 없어 라면만 먹고,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오로지 소외된 국민을 위해 정치판에 뛰어든 검소한 청년처럼 행세했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의 이런 궁상은 마치 예전에 너덜너덜한 구두 밑창을 끌고 나타난 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다 낡은 가죽가방을 들고 나타난 김상조 청와대정책실장 그리고 일부러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민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의 모습이 데자뷔처럼 보였다.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가식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참여연대를 창립한 박원순이나 김상조. 조국, 장하성, 김기식 외에도 수십 명의 참여연대 출신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고위직에 근무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진보 진영의 핵심 세력인 참여연대 출신으로 정부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은 왜 한결같이 가난하고 정직하고 공정한 척 위선을 떨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불과 4년 전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났을 때 김남국은 조국을 위해 밤마다 조국의 사진을 보고 기도한다고 했다. 치밀한 기획대로 김남국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쉽게 국회의원이 되니 국회의원직의 엄중함과 무게를 모를 수밖에 없다. 김남국은 공명심에서인지 유독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일일이 시비를 걸었다. 급기야 李某 교수를 한동훈의 처제(딸의 이모)라고 우기고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구분 못해 전 국민을 어처구니없게 했다. 만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상 거래 징후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김남국 ‘코인 게이트’는 모르고 넘어갔을 일이다. 국회의원이 밤새워 코인 투기를 하고 국회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런 짓을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뒤처리의 더러움이 더욱 남국스럽다. 김남국처럼 소위 진보라는 민주당 국회의원의 면면을 보면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인물이 너무 많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김남국 사태에 대해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말했다. 누구도 당신들보고 도덕적으로 살라고 한 적 없다. 당신들 스스로 도덕적인 척, 정의로운 척, 공정한 척, 가난한 척, 깨끗한 척한 거다. 절대로 국민이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런 ‘척’ 덕분에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닌가. ‘척’ 진보의 특징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부끄러움과 수치심도 모른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없으니 뻔뻔하고 위선적일 수밖에 없다. 타고난 정치 DNA가 그렇게 심어진 것 같다. 그래서 자칭 진보들은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지만 정작 행동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교육 평등을 외치며 학력 평가시험도 없앤 조희연은 정작 자기 애들 둘은 모두 외고에 보냈다. 반미를 외친 수많은 386의 자식은 정작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 갔다. 딸을 위해 문서위조와 허위 경력까지 만든 조국과 위안부 할머니조차 등쳐먹은 윤미향 같은 진보가 파렴치한 진보의 끝인지 알았다.

최근 민주당에는 유난히 탈당자가 많이 생겼다. 국민에게 지탄받을 짓을 한 사람은 일단 당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민주당의 관행인 것 같다.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 탈당했다 다시 입당한 민형배는 나갈 때와 들어갈 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너무도 뻔뻔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희대의 투기 국회의원으로 기억될 김남국도 도망치듯 탈당해서 잠적해 버렸다. 정의기억연대 출신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팔아서 사익을 추구한 윤미향도 사법 심판을 받자 탈당했다. 송영길 당 대표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과 이성만도 얼마 전 탈당했다. 돈 봉투 매표 작업의 주동인 송영길도 당을 위해 탈당한다고 나갔다. 민주당에서는 탈당이 당을 살리기 위한 전가의 보도가 됐다. 공천만 받으면 쉽게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정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 자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탈당하면 국회의원직을 내놓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당정치 제도와 입법부의 권능과 국민을 너무 가볍고 우습게 알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이 만들어야 한다.

나라 안은 저질정치로 혼란스러운데, 오늘날의 세계 경제와 국제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시대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국운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시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 위기 시에는 나라 생각을 우선해야 하지만 이 땅의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자기 밥그릇 지키기와 손익만 따질 뿐이다. 국민이 묻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국정은 게을리하면서 눈만 뜨면 싸움질이나 하는데, 과연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거대하고 화려한 원형 돔의 국회의사당에 앉아서 회의 중에 핸드폰이나 보고 졸기나 하고, 청문회장이든 상임위원회장이든 자기 발언 시간만 끝나면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에 가서 코인 투자나 하는 300명이나 되는 무능한 국회의원에게 수억 원의 세금을 국민이 갖다 바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0여 년 전인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과의 대담에서 “우리 정치인은 사류, 관료행정은 삼류, 기업은 이류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그것도 정치인의 눈치를 봐서 4류라고 했다. 하류(下流)는 있지만 4류라는 말은 생소하다. 세상의 어떤 시상대에도 4등 자리는 없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30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수 있는지,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는지. 부끄러운 줄 알면 이렇게까지 천박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기업과 국민 수준은 저 높이 올라갔는데 국회의원은 끝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김남국이 만들어준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숫자도 200명 정도로 줄이고, 진보가 좋아하는 유럽 선진국처럼 보좌관도 1~2명만 붙여주고 열심히 일해 보라고 개헌을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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