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대한민국이 때아닌 이념 논쟁으로 시끄럽다. 육사에 있는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이전 문제와 광주에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기리는 공원 건립에 관한 문제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의 이념은 해방 전후로 구분된다. 해방 전에는 오로지 독립을 위한 반일과 항일이 주된 이념이었다면 소련의 사주와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6.25남침 이후로는 반공이 국시(國是)가 됐다.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은 반일(反日)과 반중(反中) 및 종북 좌파와 친중 및 반미주의 등 복잡한 이념이 혼재된 상황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의 독립운동가 중에는 좌익민족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도 있었다.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에는 좌우의 사상 구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김원봉이나 정율성처럼 독립운동은 했지만, 공산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고 백선엽처럼 일본 사관학교를 나왔지만 6.25 전쟁 영웅이 된 일도 있다. 육사 흉상 5인 중에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전력이 문제다. 공산주의 탓에 나라가 분단된 우리로서는 독립운동가와 공산주의자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삼아야 하며, 심지어 조선인민공화국의 고위직을 지낸 남침 원흉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서훈하려고까지 해서 국민을 놀라게 했다.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으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독립운동가는 독립유공자로 대우하고 공산주의자는 독립운동과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눈 공산주의자를 대한민국이 훈장을 수여하고 추앙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애당초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5인의 흉상은 육사보다 독립기념관에 세웠어야 했다.

광주시는 정율성을 위해 국민 세금 48억 원을 들여 정율성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광주는 국악과 무용 및 미술, 서예 등에서 수많은 예술가를 키워낸 예향(藝鄕)이며 자유와 민주의 도시다. 일제 강점기인 1929년에는 광주 학생들이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했고,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민주화 성지다. 이런 자유와 민주의 상징인 광주에 남침에 앞장선 공산주의자 ‘정율성 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광주시민은 정율성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순히 광주시와 중국의 우호 교린의 상징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율성로’가 조성되고 ‘거리전시관’과 ‘정율성 흉상’을 세워도 무심히 넘겼을 것이다. 정율성은 광주에서 태어나 남침 원흉인 주은래의 양녀와 결혼하고 중국으로 귀화한 사람이다. 그는 중국공산당과 북조선노동당원으로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골수까지 공산주의자다. ‘律成’이란 이름도 김원봉이 음악으로 성공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그런 정율성을 위해 광주에서는 MBC 주관으로 ‘정율성 동요제’를 열고 광주문화재단은 ‘정율성 음악 축제’를 해마다 개최했다고 한다. 과연 광주시민은 정율성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이렇게 추앙해 왔는지 모르겠다.

80여 년간 3대를 이어 남한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이념 논쟁은 결코 철 지난 색깔론이 아니다.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수시로 미사일을 쏘며 동족을 위협하는 북한이라는 엄연한 주적이 있는 한 이념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종북과 친중주의는 결코 철 지난 색깔론이 아니다. 386 주사파 운동권은 걸핏하면 색깔론이라고 정곡을 피해 간다. 없는 색깔을 말하는 게 아니고 빨강을 빨갛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종북좌파 386 운동권이 존재하는 한 이념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386운동권은 그들의 존재감을 자주통일과 민족으로 포장해 왔다. 한때의 민주화 운동을 훈장 삼아 지난 30여 년간 한국 정치를 장악한 386 주사파가 사라지면 지금 같은 극단적이고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율성 공원 사업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광주시장 강기정은 전남대학교 재학 중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三民鬪委) 소속으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일으켜서 8년 형의 실형을 받은 대표적인 386세대다. 그런 강기정이 정율성 공원 만들기에 열심인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386 주사파 운동권 세력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30대의 젊은 피로 정치권에 들어온 386은 이제 586을 넘어 686이 되어간다. 오히려 기성 정치인보다 더 타락하고 보수적이고 탐욕스러운 기득권 세력이 됐다. 386 주사파 운동권이 사라져야 대한민국 정치가 바로 서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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