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무더운 한여름 날에 대한민국이 또다시 뜨거운 괴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하고 있던 오염수 방류를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야당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동해안 일대를 다니면서 해산물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일부 의원은 단식 농성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한 일이라면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이해시켜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감성적으로 괴담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한 방울도 방류하지 않았는데도 야당 정치인의 선동 탓에 노량진 수산 시장과 전국의 횟집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어졌다. 정치인의 무책임한 선동으로 불안해진 국민이 횟집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전문가의 의견과 수치로 제시된 안정성은 무시되고 관심도 없다. 정치인에게는 과학보다는 반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괴담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과학적이고 반이성적인 괴담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너무 심각하다. 괴담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국가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불필요한 사회 분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괴담은 20년 전 대구~부산 간 118.3km 구간을 잇는 KTX 2단계 국책공사가 한 비구니에 막혀서 개통이 1년 이상 지연된 사건이다. 천성산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사는 습지가 파괴된다고 지율스님이 부산 시청 앞에서 2003년 2월 4일 1차 단식을 시작한 이래 2006년 1월까지 약 3년 동안 5차례나 단식 농성으로 국책사업을 막았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남긴 천성산 도롱뇽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잘살고 있다.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면서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을 전 국민의 머릿속에 심어버렸다.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은 ‘뇌 송송 구멍 탁’의 혼돈 속에 빠졌다. 정치인과 환경론자를 시작으로 배우와 가수들까지 광우병 괴담에 무차별적으로 한마디씩 보탰다. 광우병 괴담은 이명박 정권의 뿌리를 흔들어 놓고 어느 순간 유야무야 끝났다. 가장 최근 괴담은 사드 전자파 괴담이다.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기지 괴담 역시 민주당이 앞장서서 터무니없는 선동으로 전국을 혼란스럽게 한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전자파가 참외를 녹이고 사람이 튀겨져 죽는다고 선동했다.

천성산 도롱뇽 사건부터 광우병 사태, 성주 사드 전자파 괴담까지 환경과 관련한 수많은 괴담과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음모론 등이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졌다. 여러 사건이 괴담이 된 이유는 정치인은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환경론자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괴담 피해는 국민과 국가가 떠안지만, 괴담 유포자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법치가 무너지고 정치인이 가벼워지면서 겪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고통을 국민이 겪는다. 괴담 유포와 같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정치인과 환경단체가 거리낌 없이 하는 이유는 사후에 아무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지율스님을 찾아서 20년 전의 도롱뇽 사태에 관해 물어봐야 한다. 왜 그랬는지. 과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민에게 미안하지는 않은지를. 성주 참외가 익혀지고 ‘사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라고 노래했던 손혜원, 박주민, 표창원, 김홍일 의원 등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과격한 노래로 국민을 선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드 전자파가 무해하다고 6년 만에 밝혀진 지금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는지 물어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인구 5천만이 넘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다. 그러나 땅덩어리가 좁은 탓인지 아주 작은 사건에도 온 나라가 일시에 들썩일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라가 뒤집어 질 듯 전국이 흥분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곧 잊어버린다. 한국인은 빨리 흥분하는 만큼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 근성이 있다. 정치인도 빨리 잊어버리는 국민의 기억력을 믿고 아무 말이나 뱉어내고 함부로 행동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가르침을 얻지 못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120여 년 전 일본에 나라를 뺏겨 35년 동안 일본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당시 우리 조상들이 호구지책으로 했던 일조차도 친일 행위라고 단죄(斷罪)하고 치죄(治罪)하고 있다. 이렇듯 엄격하게 과거의 잘못을 따지는 대한민국이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주고, 무엇보다도 사회를 분열시키는 괴담 유포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괴담을 유포시키는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괴담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현명해져야 한다. 국민이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언론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냉정한 분석 기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편견 없이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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