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최근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변해 버렸다. 이유 없이 무차별적이고 패륜적인 살인 범죄가 일어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노와 증오’의 사회가 됐다. 이런 사회가 된 원인 중에는 공교육 붕괴와 인성교육 부재 탓도 크다. 맹자는 오륜(五倫)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장유유서(長幼有序), 부부유별(夫婦有別)과 붕우유신(朋友有信)을 얘기했다. 맹자 시대에도 부자간에 친하지 않고, 신하들의 하극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애들은 어른에게 버릇이 없고, 친구 간에 의리도 지키지 않기에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 규범으로 오륜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불과 30~40여 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안전한 사회였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행복지수는 형편없이 낮은 국가가 됐다. 성적지향의 교육과 경제적 풍요만을 금과옥조로 여긴 탓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 교육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7월 21일에는 33세 청년이 백주(白晝)에 사람이 붐비는 신림동에서 길 가던 사람에게 칼을 휘둘러 20대 청년이 죽고 여럿이 다쳤다. 이 참사가 일어나고 불과 13일밖에 안 된 8월 3일에는 22세의 청년이 분당의 백화점으로 차를 몰고 가서 사람을 치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 1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 5월에는 23세의 여성이 과외를 하겠다고 속여서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찾아가서 살해하고 토막 시신을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도 벌어졌다. 특별한 원한도 없고 뚜렷한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세상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대낮에 시내를 다니는 일조차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이 됐다. 이처럼 20~30대의 젊은이가 생면부지의 사람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과 입시에만 매몰된 비인간적인 교육 탓이다. 성적 지상주의는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 재무장 운동(MRA, Moral Re-Armament)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7월 18일에는 꿈도 펼쳐보지 못한 20대 초반의 초등학교 여선생이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가 교육 평등과 학생 인권만 강조한 탓에 정작 선생님의 권위와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만 위하는 학부모의 이기심과 무기력해진 교권은 공교육 붕괴의 또 다른 축이다.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떠난 선생님이 47,936명이나 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부심을 가졌던 선생님이란 직업이 이제는 기회만 되면 그만두고 싶은 기피 대상이 됐다. 전국에서 수천 명의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자긍심을 갖고 교육할 수 있도록 교권을 보장해 달라는 절규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무너진 것은 오래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손댈 수 없는 불가침영역이 됐다. 아이들 교육보다 노동자의 권리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더 많은 전교조가 교육 현장을 차지한 탓이다. 국가 장래를 위해 강력한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공교육의 정상화가 정상적인 사회로 되돌아가는 지름길이다.

최근에 발생한 여러 국가적 참사는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만 아니었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복지부 공무원의 무사안일로 인해 2015~2022년에 세상에 태어나서 출생신고를 안 한 영유아가 2,236명이나 되고, 그중 상당수가 친부모에 의해 살해됐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패륜(悖倫)이다. 이런 사실조차도 감사원의 복지부 감사로 인해 알려졌다. 지난 7월 15일에는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에서 무고한 시민 14명이 흙탕물 속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미 극한 호우 예보가 있었고 부실한 제방 공사에 대한 경고도 있었지만 아무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사고 당일에는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위험 신고가 수없이 들어갔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서 2022년 10월 29일에 159명의 어린 꽃들이 무참하게 떨어진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이 모든 참사는 공무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모두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모두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번 임명되면 아무리 무능하고 무책임해도 솎아낼 방법이 없다.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교육계가 깨어있고 유능해야 한다. 무능력하고 부적합한 공무원과 선생님을 수시로 정리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꿔서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공무원과 선생님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빨간 경고등이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공무원을 비롯해서 다들 애써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기심과 도덕 불감증이 사회 병리 현상을 키웠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부모는 자기 자식에게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는지, 선생님은 시험 기술만이 아닌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성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지. 정치인은 자신과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법을 만들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는지. 군인은 전쟁이 두렵지 않은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 평소에 혹독하게 군인다운 훈련을 하고 있는지. 국민 각자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남 탓하기 전에 나부터 솔선해서 사회규범을 지켜야 한다. 나부터 시작한 작은 변화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서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테스 형에게 “도대체 세상이 왜 이래?”라고 징징거리면서 한탄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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