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오는 6.25일은 북한이 남침한 지 73년째 되는 날이다.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지만 6.25 전쟁의 잔혹함과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관에는 ‘추모의 벽’이 있다. 한국전에서 사망한 36,634명의 미군과 7,174명의 카투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부산시 남구 유엔기념공원에는 세계 최초의 유엔군 묘지가 있다. 이곳에는 영국과 터키 등 11개국 약 2,300기의 참전 용사의 유해가 봉안되어 있다. 국제연합(UN)은 73년 전 미국과 터키 등 16개 나라의 전투병을 파견하고, 6개국은 의료진 등 비전투 병력을 보내서 그들의 젊은 피로 한국을 지켜줬다. 가장 많은 군인(1,789,000명)을 보내고 희생한 미국에서 한국 전쟁은 ‘잊힌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린다. 미국이 참전한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인 한국에서조차 6.25 전쟁은 먼 기억 속의 전쟁, 즉 잊힌 전쟁이 된 것 같다.

대한민국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70년 전에 전쟁을 잠시 멈춘 정전(停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북한이 갑자기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 6.25 전쟁이 예고 없이 일어났듯이 2022년 2월 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아무런 통보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 항쟁이 없었다면 푸틴의 장담대로 며칠 만에 끝났을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폭격 맞은 건물과 울부짖는 시민의 모습이 남의 일이 아니다. 병력과 무기가 절대 약세인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버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다. 젊은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를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정신력의 승리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한국을 향해 도움을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 과거 유엔 참전국의 도움과 원조로 지켜진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야 한다.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쑥대밭이 된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전쟁 모습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잊었던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선 대북 유화정책으로 민방공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공습경보가 울려도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모른다. 북한이 수시로 장·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없다. 돼지보다 더 살진 젊은 독재자가 어린 딸을 대동하고 미사일 발사와 군사 훈련 등을 참관하는 희한한 뉴스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현재의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만일 북한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거나 극한 상황이 되면 돌발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굶주려서 죽고 자살하는 북한 인민들이 왜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지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언제 갑자기 북한 내부에서 갑작스러운 변고가 생겨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북한 체제가 비정상이고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려울수록 우리는 전쟁 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고 16개월이 됐다. 하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양쪽 피해가 수십만 명이 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군인과 무고(無辜)한 국민이 죽고 다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먼 나라 이야기라서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우리에겐 절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전쟁은 당사자 간의 싸움이다. 전쟁 당사국의 군인과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고 경제가 무너진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나면 70여 년 전처럼 두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전쟁의 고통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땅에서 절대 전쟁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적화통일 목적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북한이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절대적으로 강하고 경제력은 압도적으로 우월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 땅에서 절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73년 전, 자유 우방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한국으로서는 무도한 러시아를 상대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실하고 빠르게 해줘야 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고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것은 우리가 도움받았던 역사에 대한 배신이다. 러시아는 한국이 지원하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78년 전 북한에 소련군을 진주시켜 대한민국을 적화하기 위해 6.25 전쟁을 사주한 나라다. 자유 민주 진영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킨 대한민국이 과거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우크라이나를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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