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부재, 지역불균형, 기피시설이 숙제”
“남북정상회담 보며 ‘대곡 국제 터미널’ 떠올려”
“양당이 '다스린' 지난 16년, 중앙권력 눈치만"
“지방자치는 민주당보다 정의당이 더 잘할 것”
"산황동 골프장, 와이시티 문제는 고양시 적폐"

박수택 후보는 지난해까지 SBS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올해 정년퇴직 후 고양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도시발전 비전이 없는 민주당과 한국당 정치인들이 지역을 장악하면서 고양시가 무계획 도시로 쇠퇴했다는 지적도 했다.

박수택 고양시장 후보(정의당)는 올해 2월 명예퇴직하면서 33년간의 기자생활을 마감했다. SBS나이트라인을 진행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이후 환경전문기자로 중요한 보도를 여러차례 했다. MB정부 당시 경인운하와 4대강 비판 보도로 사내 기자상도 수상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고양시의 환경문제를 다수 고발하기도 했다. 

퇴직 후에는 전문성을 살려 환경사회단체를 만들겠다는 제2의 인생계획이 있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던 그가 한 달 만에 고양시장 후보가 됐다.   

5월 12일 화정동 선거사무실에서 박수택 후보를 만났다. 그는 고양시장 깜짝 출마를 두고 오만해진 양당 정치를 심판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로, 고양시민으로 본 지역 정치와 행정은 100만 도시를 품기에 부족했다는 설명. 한국당과 민주당이 8년씩 집권하면서 고양시가 무계획도시로 변했다는 지적도 했다.

환경전문기자로 알려진 탓에 시정운영에 의문부호가 따른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기존 정치인들이 갖지 못한 분석력과 소통능력을 강조했다. 기자생활을 통해 '헤아리고 살피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 특파원으로 쌓은 국제감각도 강점이라고 했다. 

2001년 고양시로 이주한 이후 성씨도 '고양 박가' '일산 박가'로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기자와 정치인이기 이전에 누구보다 고양시를 사랑하는 고양시민이라고 자부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 정의당 고양시장 후보, 깜짝출마로 봐도 되나.

박수택 후보(이하 박 후보) : 그렇게 볼 수 있다. 정년퇴직한 이후 환경사회단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언론계 동료들과 지역에 기여하고 싶었다. 야생조류를 관찰하는 모임도 꾸준히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3월 28일 미세먼지 고양시민모임(미대촉<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의 고양교육지원청 간담회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시 간담회를 취재하기 위해  JTBC 취재팀이 왔는데 자리를 함께 하던 한 도의원이 덜컥 화를 내면서 간담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취재진 카메라를 손으로 막기도 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이다.  

황당했다. 공무원들과 도의원이 퇴장하는 것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내 옷도 찢어졌다. 도의원에 보이콧 이유를 물으니 공무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분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이었다. 그 분들이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엄마들과 식사를 하며 시의회라도 들어가서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Q : 고양시장 출마는 어떻게 이뤄졌나.

박 후보 : 그 일이 알려진 모양이다. 당일에 미세먼지 특위 위원장이던 김혜련 고양시의원(정의당)이 연락을 해 왔다. 출마 권유였다. 같은날 심상정 의원에게도 연락이 왔다. 밤에는 직접 만났다. 그 자리에서 고양시장 출마를 권유받았다. 고양시장 출마가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4월 초에 고양신문에 출마 기사가 났다. 시민들의 소망에 공직사회가 진지하고 성의 있게 나서야 하는데 거꾸로 권력에 빌어야 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결심을 했다.

박수택 후보는 환경전문 기자로 활약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이나 미세먼지 시민모임과 함께 고양시 환경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미지 : SBS홈페이지 캡쳐>

Q :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나.

박 후보 : 처음에는 반대했다. 왜 험한 길을 가느냐고. 언론인으로 퇴직했으니 편하게 살라는 말도 들었다. 요즘에는 눈치를 보니 지지하는 것 같다.(웃음) 집사람이 양복도 사주고 주변사람들에게 출마사실을 알리기도 하는 것 같다.

Q : 환경전문기자로 알려져 있다. MB시절에는 4대강 비판 보도도 했다. 

박 후보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환경 정책이 시작됐다.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걸지 않았나. 우리국토를 크게 손대는 일이라 단기간에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취임 초기 정부는 겉으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취재해보니 이미 대부분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 내용이 담긴 20페이지 넘는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여러 꼭지로 보도하려고 했지만 2분짜리 보도로 줄었다. 회사에서 기자상도 받았다. 그 이후에도 비판적 보도를 했다. 경인운하 아래뱃길의 생태환경 문제와 삼성 본관 리모델링에서 발생하는 석면 문제도 다뤘다. 보도책임자와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2009년 말 인사에서 승진누락과 논설위원실 발령이 났다. 이후 7년간 취재현장을 떠나 있었다.

Q : 그 기간에도 지역운동은 계속했다.

박 후보 : 고양시로 이사온 것이 2001년이다. 풍동에 작은 단독주택을 지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보탰다. 그러면서 고양환경운동연합 요청이 와 지도위원으로 참여했다. 취재현장에 복귀한 이후에는 고봉산 습지 파괴 문제, 공릉천 훼손 오염 등을 다뤘다. 고양시민이 되기 위해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지역공부도 많이 했다. 본을 바꿔볼 생각도 했다. ‘고양 박가’ ‘일산 박가’ 이런거 말이다.(웃음)

Q : 기자로, 시민으로 느낀 고양시의 문제는 무엇인가. 

박 후보 : 몸집은 커졌는데 체계가 없고 어지럽다. 덩치만 커진 동맥경화 도시라고 본다. 일단 경제가 돌지 않는다. 일자리도 없다.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나간다.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이 소통하지 않는다. 원주민과 이주민간 화합문제도 있다. 중장기적 도시계획이 없었다. 그 자리에 난개발이 시작됐다.

고양시 어디를 가도 도시인지 농촌인지 구분이 안 된다. 스프롤 현상(도시 팽창으로 주거지역 과밀화와 무분별한 시가지 확대가 나타나는 현상-편집자 도움-)이 심각하다. 이를 도시계획 용어로 계획관리지역이라고 부른다. 실상은 논, 밭, 창고, 빌라, 전원주택, 아파트, 소규모 공장, 축사, 요양병원을 비빔밥처럼 섞어놓은 관리부재지역이다.

인구는 100만을 넘었는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계획하는 행정이 사라졌다. 시민으로 분노하고 있다. 일산신도시와 덕양구로 대표되는 구도심과의 단절과 불균형도 문제다. 고양군 시절부터 서울에서 들어온 기피시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Q : 대곡역 국제철도 터미널 공약은 이와 어떻게 연결되나.

박 후보 : 일산과 덕양 사이의 단절이 가장 문제다. 그 사이에 남아 있는 완충공간이 대곡역이다. 기존 대곡역 역세권개발계획은 주거기능이 절반 이상이다. 그런 개발은 안 된다. 대곡이 가진 특징이 있다. 3개 철도 노선이 지나고 앞으로 2개 노선이 추가된다. GTX도 포함된다. 5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곳이 또 어디 있나.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뒀고 평화공존 시대가 오면 막혀있던 임진각 넘어 북한, 중국, 러시아와 유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관문이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철도종합터미널로 꾸밀 수 있다. 주거중심 난개발을 막고 킨텍스 마이스(MICE) 기능도 살릴 수 있게 된다.

Q : 남북문제는 변수가 많다. 여당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는 일로도 보인다.

박 후보 : 이미 국제정세가 너무 많이 움직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위대한 역사의 발전이 있었다. 남북평화 분위기가 유지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평화공존 노선을 지지하는 저 같은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공약이다. 서민과 노동자, 평화를 지지하는데 민주당과 정의당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방자치는 정의당이 더 잘 준비되어 있다.

Q : 시정운영 경험이 없다는 의문도 있다.

박 후보 : 33년 언론인 경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널리 듣고 판단한다.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고 여론을 조성한다. 널리 헤아리고 살피는 능력이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문제도 살폈고, 국제정세도 관찰했다.  우리보다 앞선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고양시 언제까지 배드타운으로 주저앉을 것인가 무엇이 문제고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치인보다 제가 더 잘 안다.

Q : 고양시 공직사회는 어떻게 보나.

박 후보 : 고양시 공무원들을 만나 보니 우수한 분들이 많다. 열정에 깜짝 놀랐다. 공무원들을 낮춰 보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만, 아이디어를 발휘할 기회를 못 받았다. 당선되면 먼저 공무원들에게 도시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을 받겠다. 공무원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재적소 인사를 하겠다. 능력에 따라 승진하고 보상받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Q : 정의당 후보로 민주당 고양시장 경선은 어떻게 봤나.

글쎄. 시민과 유권자를 중심에 두고 그 뜻을 따랐는지 그분들 스스로 자문하기를 바란다.

Q : 한국당-민주당 16년 권력을 비판했다. 어떤 문제 있었나.

박 후보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엄연히 다르다.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이익과 여론을 존중해야 한다. 지난 16년간 거대 양당이 지역정치를 양분해 왔다. 교대로 ‘다스려’ 왔다고 표현하고 싶다. 비전도 없이 자기들만 이익을 누려온 것 아닌가.  선거 때만 머리 조아리고 당선되면 중앙권력의 눈치만 보는 모습을 신물이 나게 지켜봤다. 시민들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단적인 예다. 고양시를 무계획도시로 만들다보니 오염원들을 방치했다. 정의당은 작지만 활기찬 정당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Q : 선거전략이 있나. 정의당을 아직 집권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어떻게 설득하나.

박 후보 : SNS를 이용해서 지역기반이 부족한 점을 메운다. 우리의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이야기 하기 보다 어떻게 경청할 것인지 고민한다.

Q : 환경전문가로 백석동 소각장 문제 어떻게 보나.

박 후보 : 간단하게 소각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난제가 있다. 문제는 2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주상복합 건물과 소각장이 들어오게 된 경위다. 그 경위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시장이 되면 이도 면밀히 살펴볼 생각이다. 산황동골프장 문제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들 모두 고양시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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