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죄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
역사의 죄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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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떤 선거보다 좌우 진영 대립이 극단적이고 지지층의 결속력 또한 어느 때 보다 견고하다. 5년 전 광화문 촛불시위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수많은 경제 정책 실패와 586 운동권 세력의 기득권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로 정권교체 여론이 60%대에 가깝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안철수는 어김없이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논의의 중심에 있다. 안철수는 2011년 그의 나이 50살 때 기적처럼 찾아온 서울시장 자리를 박원순에게 깨끗하게 양보한 순간부터 정치적 운명이 꼬인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형편없던 박원순에게 의미 없이 넘겨준 서울시장 자리는 폐족이었던 386 운동권 세력을 기적처럼 소생시켰고 결국 문재인 정권까지 만든 뿌리가 됐다. 운명처럼 다가온 천명(天命)을 놓친 안철수에게 두 번 다시 천운이 찾아오지 않았다. 안철수는 지난 10년간 2번의 서울시장 선거와 2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거듭된 출마와 실패는 안철수의 정치적 좌절과 함께 대한민국 국운의 물줄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돌려놓곤 했다.

지난 2.25~26일자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 여론이 54.1%로 정권 유지 비율 38.1%보다 약 16%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7.2%로 정권 유지 여론과 비슷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2.3%로 정권교체 여론에 훨씬 못 미친다. 11%의 안철수와 합하면 53.3%가 돼서 정권교체 여론과 비슷해진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후보 단일화를 강력하게 바라는 이유다. 국민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두 후보의 통 큰 담판으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월 27일 일요일 오후에 윤석열 후보는 단일화가 결렬되었음을 침통하게 발표했다. 단일화를 기다리던 국민에게 실망과 절망을 넘어 배신감을 주었다. 그동안의 경과는 일지 식으로 만든 국민의힘 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 일요일 새벽 실무자 선에서 거의 합의가 끝났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안철수가 결렬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화 결렬의 정확한 이유는 안철수 본인만 안다.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안철수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10년 넘게 주요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정치판의 상수(常數)가 됐지만 정작 안철수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주는 정치적 동지가 거의 없다. 그가 만든 국민의당 국회의원도 고작 3명뿐이다. 선거 때마다 2등도 아닌 3등으로 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거듭된 양보로 ‘또 철수’와 ‘간철수’라는 부끄러운 별명도 있다. 사업 성공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50세에 입문한 정치판에서의 거듭된 실패는 안철수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2011년 정치판에 들어올 때의 화사했던 안철수의 동안(童顔)은 거듭된 정치적 실패와 고단한 세월의 때로 나이 들어 보이고 피곤한 얼굴로 변해버렸다. 맑고 밝고 순수하게 자신감에 차 있던 표정은 까닭 모를 분노와 좌절이 가득한 화난 얼굴로 변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단일화 결렬을 발표하는 날,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단일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후보 단일화가 왜 안 되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야당 대표인 이준석에게 있다. 무슨 이유인지 이준석은 지속적으로 안철수가 참기 힘들 정도로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조롱과 비아냥으로 어깃장을 놨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 약속한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이준석 때문에 안 됐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의 잘못과 책임 또한 크다. 비록 당 대표가 잘못된 처신을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로서 전권을 갖고 안철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자존심과 명예를 세워주고 품어야 했다. 안철수는 사업가며 정치인이다. 공무원 출신인 윤석열과는 사고방식과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사업가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때로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게 달려든다. 그래서 당선이 안 될 게 뻔한데도 자존심 때문에 완주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도 있다. 돈키호테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반면에 윤석열은 26년간 위계질서가 강한 검찰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 출신이다. 생각과 행동이 조직적인 인간이다. 모든 일을 체계적이고 원칙적으로 처리한다. 후보 단일화도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실무진이 절차를 밟아 협상하고 타협점을 찾은 뒤에 최종 책임자인 본인이 나서는 식으로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아직 정치적인 행동과 말투에 익숙하지 않다. 정치인의 거래 방법을 잘 모른다. 노무현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일화를 위해 한밤중에 안철수의 집으로 달려가는 정치적인 제스처는 속 보이는 짓이라고 못하는 스타일이다.

천우신조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흘러간 물로는 두 번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많은 국민이 요구하는 정권교체를 못 하면 윤석열과 안철수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단일화에 지친 지지자와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를 안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역시 자존심 상하고 굴욕적으로 단일화를 받아들이느니 완주한다고 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유 없이 단일화를 거부한 안철수는 많은 의혹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 출신의 부인 김미경에 의해 안철수의 결정이 좌우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과의 밀약설도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의 뜻대로 일요일 저녁에 의총까지 열어서 정치개혁 의지를 보여줬다. 여러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안철수의 정치적 생명은 끝날 것이다. 표리부동하고 정치적 도의와 신의가 없는 사람은 절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단일화 없이 치러진 선거에서 미세한 표 차이로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 엄중한 역사적 책임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역사에 남는 죄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심정으로 안철수를 찾아가야 한다. 눈치 보고, 체면 생각할 것 없다. 국민을 위한 정권교체라는 대의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지지자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안철수를 품어야 한다. 문전박대를 당한다 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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