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정권의 치졸한 힘겨루기, 당장 멈춰라
신구 정권의 치졸한 힘겨루기, 당장 멈춰라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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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청와대 이전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고려했던 문제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과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으나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바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윤석열 역시 광화문 시대를 열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는 경호 문제와 지하 벙커와 헬기장이 없어서 비상시 청와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불가피하게 대안으로 용산의 국방부 청사를 선택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을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고 광화문 대신 용산에 있는 국방부를 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용산 이전에 대해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주장처럼 국방부 이전 중 안보 공백이 생긴다면 진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대는 어떤 경우든지 나라를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시상황이라면 국방부가 통째로 이전할 수도 있는 문제다. 계룡대와 평택 미군기지 및 합참 등이 건재한데 단지 국방부 이전만으로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군이 무능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을 다그쳐서라도 신정부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수선한 정권교체기에 불필요한 신구 대통령의 감정싸움은 국민을 불안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 터는 식민지 시절인 1939년 조선 총독관저를 시작으로 미군정 사령관 집무실을 거쳐 대한민국 건국과 4.19 학생혁명, 5.16 군사혁명 및 산업화 시대와 유신독재, 1987년의 6월 항쟁과 문민정부 시대를 지나 오늘날까지 대한민국 통치자가 지낸 곳이다. 청와대 터는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길지다. 그러나 6.25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한 후진국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로켓처럼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한 성장통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 비명에 죽거나 감옥에 가는 등 통치자의 퇴임 후가 안 좋아 풍수상 흉지라고 하지만 고려 시대 때부터 남쪽 수도로 정했을 만큼 좋은 자리임이 분명하다. 청와대는 지난 80여 년간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영광을 묵묵히 지켜냈다. 현재의 청와대 건물은 노태우 정부 때 새로 만들어졌다. 1968.1.21. 사태와 1983.10.9.일의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를 경험한 정부는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오직 대통령 경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청와대 건물을 배치했다. 윤석열이 추진하는 청와대 이전의 의미는 단순한 건물 교체가 아니라 청와대 시스템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과거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정궁인 경복궁 앞에 중앙청을 지어 남산의 기운을 막고 뒤로는 총독관저로 북악의 맥을 끊어 경복궁으로 가는 기운을 끊어 버렸다. 오욕의 역사다. 김영삼 대통령은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교훈을 위해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일제 잔재인 중앙청을 허물어 버렸다. 총독관저로 시작한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은 80여 년 만에 오욕의 역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불통의 상징이며 구중궁궐이란 오명을 씻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실 윤석열 당선자가 5월 10일로 날짜를 정해놓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안보 공백을 이유로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를 마련해주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속 좁아 보이는 자세도 문제다. 신구 권력의 충돌은 이미 지난 3월 16일 오찬 회동이 불발되면서 시작됐다.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당일 오전에 취소된 회동은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신구 권력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 정책과 울산시장 선거, 대장동 사건 등 지난 정권에서 묵혀왔거나 친정부 성향의 정치 검사들이 뭉개왔던 수많은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새로 시작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5년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신설을 비롯해 검찰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무능한 공수처를 신설하고 친정부 검사들을 동원해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철저히 막아왔다. 문재인의 검찰개혁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을 받는 이유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수많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거대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공화국’이 됐다고 외칠지도 모른다. 선거에 패배한 좌파는 호시탐탐 다시 촛불을 들어 올릴 명분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172석의 거대 야당은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어 국민이 불편한 날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 크게 당선자에게 협조해주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에서 잘못이 발견되면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일단 새로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일은 하게 해야 한다. 향후 5년간의 모든 잘잘못에 관한 판단은 선거로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어차피 국방부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군사작전처럼 해도 5월 9일까지 끝날 수도 없게 됐다. 청와대는 안보 불안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하면 당연히 잠깐이라도 윤석열이 청와대로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청와대에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윤석열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취임 후 통의동에서 일하겠다며 청와대 입주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신구 대통령의 불필요한 감정 대립으로 두 사람의 취임식 전 회담이 없을 수도 있게 됐다. 대한민국 역사에 전례 없는 오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눈이 무섭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가.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조건 없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협조를 구하고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이 나랏일을 걱정하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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