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결국 민의는 반영되지 않았다. 1월 1일 새해 첫날 면허정지수준인 혈중알콜농도 0.065% 상태에서 자동차사고를 낸 채우석 의원에 대한 징계가 ‘30일 출석정지’로 결정됐다. 고양시의회는 20일 제229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출석정지 30일,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로 징계수위를 정한 윤리특별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의결했다. 당초 고양시의회 야당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의 요구인 '제명'과는 동떨어진 결과였다. 

이날 채 의원 징계수위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본회의 심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심의가 시작되자 고양시의회는 방척석의 시민들과 공무원, 그리고 기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내보낸 뒤 일사천리로 징계수위를 결정했다. 10시55분경 시작해 11시10분경에 끝나버린 본회의 비공개 심의였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9시경에 윤리특위는 합의한 대로 무기명투표로 징계수위를 결정했는데, 결과는 ‘제명’이 아닌 ‘30일 출석정지’였다. 윤리특위는 '제명'과 '출석정지 30일+공개회의에서의 사과+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중 2개안 중 선택하는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것. 20일 10시 본회의가 열리자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몇몇 의원들은 핸드폰으로 서로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본회의가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자리에 없었던 채우석 시의원은 ‘30일 출석정지’ 결정이 별 무리 없이 결정되자 본회의장에 참석해 공개회의에서의 사과성명서를 발표했다. 채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남은 3년 4개월 동안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고양시민을 위해 뛰겠다”며 “지금 맡고 있는 기획행정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직을 내려놓고 출석정지 30일 동안 지급되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교통사고에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고양시의회 전체가 이같은 징계결과를 내기 위해 꿰어맞춘 듯한 인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20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에서 '30일 출장정지'라는 가벼운 징계결정을 받은 채우석 의원이 동료시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채 의원은 최근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양시의회에 참석했다.
20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에서 '30일 출장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은 채우석 의원이 동료시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채 의원은 최근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양시의회에 참석했다.

사실 이같이 ‘솜방망이’ 징계수위는 이날 본회의 시작 훨씬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윤리특위가 지난 13일 활동기간을 연장하면서부터 고양시의회 안팎에서는 ‘시의원들끼리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무성했다. 그 전인 윤리특위의 약 50일간 활동기간에도 9명의 위원들이 되도록 말을 아꼈던 분위기에서도 제명이 아닌 경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를 예감한 듯 고양시 시민단체는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채우석 시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 최태봉 고양시민회 대표는 “채우석 의원에 대한 징계가 30일 이내 출석정지 등 경징계로 내려지면 성명서를 발표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한편으로 법 개정운동을 펼쳐서 가장 중징계인 ‘제명’과 그다음 징계수위인 ‘30일 이내 출석정지’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기 때문에 고양시의회에 법 개정운동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1월 4일과 5일, 채우석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나란히 발표한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은 시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채우석 의원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것에 반해, 윤리특위는 자유한국당의원 6명, 정의당의원 3명 등 9명의 야당의원들로만 구성되어서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고양시의원들에게는 처음부터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정서는 안중에 없었다”라며 “민의를 반영해야할 고양시의회가 시민들에 등을 돌리고 그들만의 이익집단이 된 것이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고양시 시민단체는 20일 고양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채우석 제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고양시 시민단체는 20일 고양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채우석 고양시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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