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억 예산 필요한 요구인데...참석 시의원은 “의회에서 노력”
시 관계자 “수당 인상 고려할 수 있지만, 판공비는 어려워”

11일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고양시 시정참여 주체 간 협치와 네트워크 대토론회’ 모습. <사진 : 자치공동체지원센터 밴드>

고양시 39개 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모인 토론회에서 자치위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무보수 명예직, 봉사직에서 벗어나 유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위원장 품위 유지를 위해서 월 100만원 수준의 업무추진비(판공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위원들에게도 통장 수준의 활동비 산정(월 20만원, 기타 복지) 요구가 나왔는데 지켜보던 자치위원들의 호응이 만만치 않았다.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매년 수억 원 이상의 고양시 예산이 신규 편성되어야 하는 등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고양시는 11일 오후 1시 40분부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고양시 시정참여 주체 간 협치와 네트워크 대토론회’를 열었다. 민선6기 100만 도시 3주년이라는 타이틀이 걸렸다.

이날 행사는 최성 시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해 3개 분과(1분과·시정위, 참여단, 주민참여예산위원회 2분과·주민자치위원회 3분과·부서별 위원회) 토론회로 이어졌다.

특히 2분과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진 터라 관심도가 높았다. 발제자 및 토론자로 총 6명의 현직 자치위원장들이 나선 가운데, 4명의 자치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활동비 등 신규예산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진현국 탄현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현재처럼 자원봉사 체계로는 덕망 있고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입회하지 않는다. 위원 수당을 고양시 강사수당표 ‘나’급(시간당 12만원) 정도의 예우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 위원장은 자신의 사례를 들며 “한 달에 두 번만 시간을 내면 된다고 해서 위원장이 됐는데 6월에만 20일 주민센터에 출근했다. 매달 10여 차례 행사도 참석한다. 최소한의 실비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사 보조금 신설도 주장했다. 그는 “위원장을 보좌하는 간사 처우가 어느 동은 1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하고, 어느 동은 무급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예산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지적은 상당수 주민자치위원회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월급 간사를 수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자치위원 중 간사를 선출하면 보조금 관리 등 전문적인 업무를 적절히 처리하기 힘든 것도 이유중  하나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수복 일산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활동비와 업무추진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간사 활동비로 식비와 교통비를 합쳐 월 30만원을 고양시가 지원하거나, 상근 공무원을 지원하는 안과 주민자치위원 수당으로 통장수준의 처우가 제시됐다. 이는 월 20만원의 활동비와 회의마다 2만 원의 수당 지급, 자녀 고등학교 학자금과 상해보험 혜택을 자치위원에도 적용하라는 요구다.

이 위원장은 업무추진비 관련해서는 “품위유지와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최소한의 실비인 월 100만원 수준에서 신설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날 거친 수준에서 요구된 판공비 100만원은 고양시의회 상임위원장 판공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요구가 현실화 되면 수억 원의 신규 예산 편성이 필요한데다, 동 주민센터마다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다른 자생단체와의 갈등도 우려된다.

이런데도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일부 시의원은 이런 주장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효금 시의원은 “저도 시의원이 되기 전에 단체장 생활을 수 십 년간 했다. 자치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예산 편성을 위해 의회에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소식을 들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자치위원장에 업무추진비 요구는 말도 안된다. 가능하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행사 이후 주민자치과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자치위원들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당 인상이나 활동비 지급은 의회에서 협조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도, “자치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고양시 주최로 고양시정주민참여위원회, 고양시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고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가 후원했다. 양영식 원장 등 고양시정연구원 관계자들도 상당수 참석했다. 최성 시장은 행사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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