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자치위원 수당 87.5% 인상안 등 의회제출
주민자치위원만 높은 수당 주는 근거 찾기 어려워
심의과정서 공무원은 “주민세 인상으로 여유 생겼다”
일부 시의원 “시장 선심행정에 우리만 나쁜사람 돼”
고양시민회 관계자 “과도한 인상에 형평성도 문제”

“이번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주민자치위원 회의수당을 전국 최고수준인 7만5천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시의회에 전달했다. 간사 실비 월 50만 원도 신설했다...(중략)아직까지는 그렇게만 알고 계시고...(중략)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지난 8월 30일 고양시정주민참여위원회에서 최성 시장은 위원들에게 의회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수당 인상을 미리 알렸다. 전형적인 선심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최성 시장이 지난 8월 30일 킨텍스에서 진행된 3기 고양시정주민참여위원회 2017년 2차 전체회의인사말을 통해 전했다는 내용이다. 

의회 심의도 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들에게 수당인상 소식을 자신의 치적처럼 전달한 셈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선심행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가 215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난데없이 주민자치위원 회의 참석수당 인상안과 간사 실비 신규 예산을 포함시켜 논란이다.

기존 1회당 4만 원이던 수당을 87.5% 올려 7만5천 원 지급하고, 동별 자치위원회 간사에게는 매달 50만 원씩 급여보조 성격의 실비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의회 상임위와 예결위까지 통과했다. 9월 14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해당 인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당장 3개월간의 추가재원만 확보하면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당인상에 3억8,290만 원, 간사 실비 신설에 2억3,400만 원 등 매년 7억 원 수준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고양시가 수당인상을 설명하는 원칙. 시는 급하지도 않은 회의수당 예산을 추경에 포함시키면서 인상 논리와 기준을 들었는데, 정리해보니 “전국 최고 자치도시인 만큼 수당도 전국최고여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상징적인 의미"라는 말도 나왔는데, 주민자치위원 사기진작을 위해 세금으로 수당인상을 해 줬다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왜 꼭 7만5천 원이었을까. 전국 지자체를 조사해보니 약 3개 도시에서 7만 원을 지급하고 있었고, 이보다 많이 주기 위해 결정된 인상안이 7만 5천 원이었다고 한다. 8만 원으로 인상하기에는 재원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마치 다른 도시들과 경쟁하듯이 수당 인상기준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고양시가 고양시의회에 제출한 제2회 추경안에 선심성 예산이 포함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확인해 보니 경기도 시흥시와 남양주시 등 전국적으로도 일부 도시가 자치위원 회의수당으로 매달 1회 기준 7만 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흥시는 2013년 3만원에서 7만원으로 133%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예산낭비 지적을 받았다. 

고양시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를 기준으로 살펴보니, 성남시와 수원시는 5만 원, 부천시는 3만 원이 기준이었다. 모두 고양시보다 낮다. 고양시가 이들 도시보다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이러다보니 최성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선심행정으로 만든 예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고양시 39개동 주민자치위원만 1094명이다. 이들이 각 동마다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꽤나 효과적인 선심인 셈이다.   

이 예산은 어디서 나왔을까. 주민세를 올려 확보한 예산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고양시는 올해 주민세를 기존 5,0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150% 인상하면서 약15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회를 방청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시의원이 재원을 물으니 공무원이 나서서 주민세 인상으로 여유가 좀 있다고 하더라. 공무원에게 예산 없다고 하는 경우는 봐도 재정에 여유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오히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추경에 수당 인상예산을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주민자치과 유종국 과장은 “회의수당 인상은 하루 이틀 논의된 것이 아니다.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됐던 것을 이번 추경에 반영하게 됐다. 올해 10월에만 두 번의 전국행사도 있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내년 본 예산에 반영했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왔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독 주민자치위원에게만 전국 최고 수당을 주면서 여론수렴은 했을까. 고양시에 따르면 의견을 듣기는 들었는데 그 대상이 수혜자인 주민자치위원들이었다. 

‘고양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성격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 최고’라는 다소 정치적인 논리 때문에 현재 2만 원 수준인 통장 회의수당과의 형평성 문제, 무보수로 회의에 참여하는 직능단체들의 불만도 나오게 생겼다. 선출직인 타 지자체장들도 경쟁적으로 회의수당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의회 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물론, 9월1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1시간여 토론 끝에 합의하지 못해 표결처리했다.

올해 7월 고양시 주최 주민자치 대토론회에서 주민자치위원장들이 요구한 내용 일부. 고양시는 이들 요구중 판공비 신설을 제외하고 모두 9월 추경에 반영했다.

최성 시장이 의회 심의도 전에 홍보한 때문인지 자치위원들의에게 예산통과 압력을 받았다는 시의원도 있다. 모 시의원은 “최성 시장의 선심행정으로 우리만 나쁜사람이 됐다”고 말할 정도.

소관 상임위원장인 강주내 시의원은 “명백한 선심성 예산”이라고 지적하면서, "상임위에서 충분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통과 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법령 위반도 아닌 상황에서 무작정 반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주민자치위원들로부터 예산 통과 요구 전화도 많이 받은 상황.

강 위원장은 또, ”(이번 주민자치위원 수당 인상이)주민세 인상에 대한 보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세 인상 반발이 상당하다.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주민자치회 요구를 들어준 것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원칙없는 수당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양시민회 류병완 자치정책위원장은 ”갑작스럽게 주민자치위원 수당을 인상했는데, 선심은 시장이 쓰고 비난은 시의원들이 지게 생겼다는 얘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올린다는 느낌"이라며, "지역 직능단체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부정적이다.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단체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지는 논의해 볼 생각이다"고 전했다.

수당 인상이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고 실제 주민자치위원들의 사기진작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지역인사는 "회의수당을 자치위원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따로 모았다가 경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간사 제도도 외부 직원을 채용해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자치위원들에게 오는 혜택은 거의 없을 거다. 생색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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