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새해가 되어도 바뀌는 게 별로 없다. 경제가 좋아지고, 시끄러운 정치는 차분해지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전쟁도 끝나고, 대만과 한국에서의 전쟁 위험도 사라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물가는 안 잡히고, 정치는 더 시끄러워지고, 예멘과 이란에서 오히려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올 한 해의 국정 계획을 밝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얘기와 함께 부인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 거부에 대한 진솔한 설명을 기대했지만, 아직 대통령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22대 총선을 앞둔 야당 대표가 좋은 정책으로 선의의 대결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경제 부총리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각종 규제 철폐와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한은 총재는 상징적으로라도 금리를 인하해서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의 어려움을 줄여 주겠다는 발표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고물가와 높은 실업률, 낮은 출생률과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정책 등으로 국민은 여전히 불편하다. 숱한 난제를 풀기 위해 여야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서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인의 모습이 당연하고 정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

정치는 국가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정치인의 발언이 국민을 불편하게 해선 안 된다. 소탈하고 말 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오래됐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일일이 대답해 주던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이를 중단한 이후 대통령의 목소리를 못 들었다. 대통령의 소통 부재에 국민이 불편을 느낀다.

수많은 죄목으로 재판받는 야당 대표를 보는 건 더 불편하다. 양대 정당 당 대표를 지냈던 사람이 당을 버리고 뛰쳐나가 자신들이 속했던 당에 침을 뱉고 욕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편하지 않다. 이런 정치인들을 보는 건 불편하다. 모두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주(白晝)에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이재명 대표는 평소 지역의료 발전을 거듭 얘기하고, 성남의료원도 수천억을 써서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자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보다 더 잘하는 서울대로 가겠다고 굳이 소방 헬기를 타고 한강 노들섬으로 날아갔다. 8일 만에 퇴원한 이재명 대표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정상이 아니다.

경찰은 범인 신분과 범인의 ‘변명서’를 공개하지 않아 쓸데없는 오해를 자초하고, 야당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응급 상황 여부를 불문하고 굳이 부산대에서 서울대로 헬기로 날아간 사태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판도 제대로 받아야 한다. 쓸데없이 의심받는 경찰은 야당 대표 피습사건을 한 점 숨김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게 정상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너무 일상화돼서 이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소리조차 듣기 힘들다. 정상(正常)의 정(正)은 ‘바르다. 정당하다, 바로 잡다, 다스리다’라는 뜻이고, 상(常)은 ‘떳떳하다, 영원하다, 일정하다, 도리, 법도’ 등의 뜻이다. 정상이란 ‘바르고 떳떳하게 일정한 도리와 법도에 맞게 하는 것’이다. 정상이란 말이 실제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집단이 정치 집단이다. 사회 각 분야 발전이 상전벽해가 되도록 오직 정치만 4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정치인의 행동이 지극히 비정상적인 탓이다.

정상적인 사회는 모든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회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군인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교사는 학생 지도에 매진하고, 기업인은 회사 성장과 국가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노동자는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고,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공복이 되면 된다. 이런 정상적인 사회는 국민이 편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무원과 교사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일반 노동자로 전락하고, 거대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 대신 주한 미군 철수와 정권 타도를 외쳤다. 기업은 투자하고 싶어도 정부와 노동조합의 눈치를 봐야 한다. 공무원과 장관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사회는 비정상이다.

22대 총선이 3달도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 283명(의원직 상실·재보선 당선자 17명 제외) 중 94명(33.2%)이 전과자다. 80년대 학생운동으로 2024년에도 국회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70명도 넘는다. 지극히 비정상이고 국민이 불편한 이유다.

22대 총선에서는 전과는 당연히 없고, 오직 국민을 위해 4년 동안 봉사하려는 사람만 국회로 가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국민에게 유익한 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국회로 가야 한다.

국민은 매의 눈으로 이런 선량(選良)을 가려 뽑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치가 올발라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정치를 시작으로 사회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