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국민의힘도 비상이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총체적으로 위기다.

여당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야당의 이재명 대표는 10여 개에 가까운 혐의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재판을 받고 있다. 양대 정당 모두 비정상 상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전국적인 인물로 만들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몸집을 키워줬다. 민주당이 두 사람을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역설적으로 두 사람의 존재감이 돋보이게 했다. 급기야 윤석열은 대통령이 됐고, 한동훈도 차기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랐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다. 정치인은 많지만 훌륭하다고 인정받고 존경받는 정치인이 없다. 21대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재선이 69명(23.2%), 3선 이상 6선이 74명(24.8%)이나 된다. 경험 많은 다선 국회의원이 양당에 차고 넘치지만, 정치력을 발휘해서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한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다.

경험 많다고 정치 잘하는 게 아님이 증명됐다. 국익과 국민을 위한 공복이 아니라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해서 사익을 쫓는 다선 정치인이 많을 뿐이다.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전문성 대신 아부성과 투쟁성만 갖췄다.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와 지지자에게는 한없이 아부하고, 상대 당과의 싸움에만 능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전문적인 논리로 상대를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비방하고 감정적인 말싸움만 한다.

국회의원은 국회에 나오지 않아도, 범죄 혐의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아도 억대의 세비를 꼬박꼬박 받는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보좌진을 9명이나 쓰지만, 그 많은 인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입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미안한지 선거 때만 되면 항상 당을 개혁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평소에 싸우기만 하는 여야가 자신들에게 이익되는 일에는 일사불란하게 협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고, 동물 중에서 말할 줄 아는 것은 인간 뿐이다”라고 했다. 정치는 곧 ‘말’이다. 유권자를 설득하고, 토론으로 타협점을 찾고, 대중 연설로 자기 뜻을 이해시키는 모든 행위가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

말이 많다고 말 잘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의 집중 견제와 공격을 받는 한동훈은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게,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또박또박 얘기한다.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갖춘 셈이다. 반면에 민주당의 586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은 설득과 이해와 조정의 언어가 아닌, 투쟁과 선동, 파괴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는 분노와 저주, 저급한 비아냥과 욕설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온다. 한동훈의 화법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중국 당나라는 과거(科擧) 급제한 사람 중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네 가지 선정 기준을 통해 인재를 뽑았다. 신언서판이란 외모, 언변, 실력, 판단력 등이다.

한동훈은 드물게 이 네 가지 기준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기존의 장관들과 다른 태도로 당당하게 답변하는 한동훈을 향해 민주당은 기회만 되면 공격하지만, 도리어 한동훈의 날카로운 반격에 번번이 상처만 입는다.

민주당 의원들의 말에는 논리와 상식이 없고 호전적으로 윽박만 지르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따지기 때문이다. 반면, 한동훈의 말은 간단명료하고 사실에 근거해서 조목조목 따지니 이길 수가 없다. 한동훈은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 초년생 한동훈의 등장은 한국 정치의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 수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원하는 형태로 정치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이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스스로 개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는 586과 같은 운동권이 사라지고, 전문성 없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주의도 극복하고,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닌 공복으로서 열정과 애국심을 갖고 국가에 봉사하려는 사람으로 구성된 입법부다. 한동훈 비대위가 국회 개혁을 위한 혁명적인 공약을 제시한다면 22대는 물론 미래의 국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민의의 전당이 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국회의원 정원 대폭 축소(200명 ~ 250명). 비례대표 제도 폐지. 각종 분야의 전문가 위주로 지역구 후보 공천. 국회의원 선수(選數)는 3선까지 제한.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 등 각종 특권 폐지. 의원 보좌관 3명으로 축소” 등의 입법을 전제로 국회 개혁안을 약속한다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로 다수당이 돼서 국회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익을 챙기고 오로지 재선과 자기 진영의 이익만을 위하는 정치꾼을 정치판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정치개혁이 가능하다. 혁명적인 정치개혁은 한동훈을 정치판으로 부른 역사적 소명일지도 모른다.

22대 국회에서는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고, 선거 때만 엎드려 표를 구하는 국회의원은 사라져야 한다. 20대 한때의 민주화 운동으로 30년 이상 특권을 누려온 ‘586 의원’은 한 사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적어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애국심과 전문성과 열정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임기가 끝나면 깨끗하게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더 이상 정치를 생계 수단으로 삼는 직업 정치꾼을 뽑아선 안 된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면 한국 정치가 바뀌고, 4류 정치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한국이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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