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득 엔도내과 원장 

 

인슐린 주사제는 급성 고혈당으로 당뇨병이 악화되었을 때 환자의 생명을 구해주는 고마운 치료제이지만 당뇨인에게 인슐린 주사는 시작하기가 싫은 두려운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 주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1921년도에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외과 의사 반팅과 그의 조수 베스트의 업적으로 제조된 인슐린은 세계 최초의 당뇨병 치료제이다. 이 치료제는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 당뇨병 환자의 약 20%가 인슐린 주사치료를 받고 있다.  

인슐린은 발견 이후 거의 100년 동안 많이 개량되었지만 한가지만은 바뀌지 않았다. 바로 인슐린은 먹는 약이 없고 반드시 주사로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슐린 약제를 입으로 마신다면 인슐린은 위장에서 분해되어 약의 효과가 없어진다. 먹어서 효과가 있는 다른 경구용 당뇨병 약제는 약의 분자 구조가 간단하고 크기가 작아서 위장에서 변형되지 않고 흡수가 된다.  

그러나 인슐린은 단백질 호르몬으로서 경구 약제에 비하여 분자 크기가 수천 배가 커서 위장에서 흡수가 안 되는데 흡수에 관한 문제는 절대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슐린은 51개의 아미노산이 특정 순서를 이루어 결합된 단백질이다. 흡수가 가능하게 하려고 아미노산을 몇 개만 떼어내면 전체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여 인슐린의 약효는 바로 없어진다.  

인슐린은 반드시 온전한 분자 그대로 체내로 들어 와야 호르몬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인슐린 호르몬은 대부분의 동물 체내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되며 혈당과 대사조절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생물체가 하등 동물에서 고등 동물로 진화하는 동안에 인슐린이 하여야 하는 생체내의 기능을 다른 호르몬이나 다른 물질이 대신하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오로지 인슐린만 인슐린 역할을 하도록 인슐린의 분자구조 또한 복잡하게 진화되었다.  

현대인의 인슐린은 특정 아미노산이 51개 배열되어 있고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자로서 특수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인슐린 주사제를 개량하고자 하는 수 많은 노력들이 그 동안 이루어 졌는데, 약효의 보전을 위하여 성분의 핵심인 아미노산은 절대로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을 의사들은 알고 있었기에 구조변경 이외의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개량을 시도해 보았다. 

인슐린 흡입기의 개발  

기관지점막에 인슐린을 뿌리면 분해되지 않고 약 10%정도가 온전히 통과 흡수된다. 특수한 분무기를 이용하여 인슐린 가루를 들여 마시도록 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임상시험도 하였지만 실용화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매번 같은 양을 들여 마셔도 실제로 흡수되는 인슐린의 양의 변동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소아 당뇨병의 경우 주사 단위를 정확하게, 또 미세하게 단위 조절이 필요한데 분무기로 흡입한 방식은 이를 정확히 맞출 수가 없어서 결국 이 방법은 상용화되지 못하였다.  

경구 인슐린의 개발 

인슐린을 먹으면 위에서 분해가 된다, 그러나 위장을 그대로 통과하여 십이지장에 도달한다면 소량이지만 흡수가 된다. 따라서 인슐린을 위액을 막는 캡슐에 넣어서 복용하면 인슐린이 십이지장에 도달하여 소량이 흡수되지만, 그 양이 매우 적고, 복용 후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인슐린을 투여하여야 하는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여 역시 상용화 되지 못하였다. 

인슐린 좌약의 개발 

소아에서 항문으로 삽입하는 해열제 좌약은 직장의 점막으로 일부가 흡수가 되어서 약의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인슐린도 좌약으로 만들어서 투약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러나 인슐린의 직장 흡수율은 매우 낮고 비율 예측이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식전에 항문에 좌약을 삽입하는 불편함 때문에 인슐린 좌약도 상용화 되지는 않았다. 

인슐린 패치의 개발 

인슐린을 파스처럼 붙이는 반창고 형태(패치)로 개발해보자는 시도가 과거에 있었다.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인슐린 패치를 만들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게 되었고 필자는 연구자로서 임상시험에 참여하여 인슐린 패치의 효과를 관찰한 바 있다.  

피부는 외부 물질이 침투하거나 스며들지 못하도록 두꺼운 방어막이 여러 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슐린은 단백질 분자이므로 당연히 피부에 흡수가 안 된다. 이 난관을 극복하고자 제약사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패치에 적용하였다. 인슐린의 흡수율을 1%로 가정하여 필요로 하는 양보다 인슐린을 100배 이상을 넣었다. 또한 피부 통과를 돕기 위하여 수은전지를 끼우고 패치 후면에 마이너스 전압을 걸었다(인슐린은 분자에 마이너스가 전하가 있어서 반발력이 생긴다). 그래도 인슐린의 피부 통과가 안되자 마지막으로 한가지 방법을 더 추가 하였다. 패치를 붙일 피부에 깔쭈기 롤러를 대고 문질러서 피가 날 때까지 상처를 낸 다음 그 위에 패치를 붙이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피부에는 인슐린 통과가 안 되므로 미세하게 만든 피부상처의 혈관을 통해서 흡수되도록 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서 인슐린의 통과율이 겨우 3%가 되었지만 환자는 인슐린 투여 시 마다 피부에 손상을 내는 수고를 감내하여야 하므로 실용성이 없어 발매되지 않았다.  

에어건의 개발 

주사를 피하는 방법들이 실패하자 주사액을 주입하되 주사 바늘이라도 없애서 바늘의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에어건(공기총 주사기)이 개발되었다.  

압축된 공기를 이용하여 특수하게 제작된 노즐을 피부에 대고 발사하면 인슐린 액체가 압축 공기와 같이 피부를 미세하게 천공하면서 피하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방법에 단점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밀하게 제작된 에어건을 구입하고 압축 공기통을 계속 유지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압축공기가 피부를 천공할 때의 통증이 인슐린 주사기의 가느다란 바늘로 찌를 때와 유사하거나 더 아프기 때문에 에어건도 발매는 되었지만 호응도가 낮아서 시장에서 철수되었다.   

당뇨병의 핵심 치료약인 인슐린을 편리하게 사용하려고 주사라는 방법을 피하려고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하였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대안으로 2000년도 이후에는 인슐린 치료에 더 이상 재래식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펜주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인슐린 전용 주사기인 볼펜형 주사기는 매우 편리하며 펜의 바늘이 가늘어서 주사의 통증을 최소화 시켰으며 주사를 하고 난 후 주사액이 남아 있는 공간이 없어서 정확한 양의 주사액을 주입할 수 있다. 또한 인슐린 주사기를 찌르는 복부, 상박 및 대퇴 부위의 피부는 통증신경의 분포가 적어서 인슐린 주사바늘을 찌르더라도 별로 아프지 않으며 펜주사기는 초보자도 쉽게 배워서 주사할 수 있다.  

인슐린 펜주사기 모습 <사진 = doopediaP>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당이 심하거나, 합병증이 생겼을 때, 임신중 일 때 및 소아당뇨병일 경우에는 인슐린 주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담당 의사가 인슐린 주사치료를 권하면 환자는 되도록 이에 응하여 인슐린 주사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자. 최근의 펜형 인슐린 주사는 과거와 달리 주사기 공포와 번거로움이 많이 해소된 것임을 알고 편안하게 주사치료를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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