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영득 (엔도내과원장/내분비내과전문의)
우리가 먹는 3끼 식사에서 탄수화물(밥, 감자, 고구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여기에 간식으로 먹는 떡, 과자 및 빵 등을 포함한다면 매일 먹는 탄수화물의 양은 대단히 많아지게 된다.
인체는 매일 필요로 하는 양보다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의식 속에 기억 되어 있는 “탄수화물 중독” 또는 선호 본능 때문이다.
이는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 인류가 오랜 기간 동안 습득한 본능으로 달콤한 과일이나 꿀을 먹으면 피로 회복이 빠르고 힘이 난다는 것을 체험하고 학습한 결과이다.
원시 시대에는 설탕을 구할 수도 없었고 빵이나 과자를 먹을 수도 없었기에 달짝지근한 탄수화물은 먹기 어려운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밥과 빵을 먹게 되었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영양실조가 많았었는데 산업화, 근대화 및 농업혁명 후에 일반 서민들까지 탄수화물을 마음대로 먹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탄수화물을 마음대로 많이 먹게 되면서 새로운 질병을 얻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명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고 하여 모든 사람에서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사람에서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검토하여 보면 당뇨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인구의 약 10% 정도이다.
당뇨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본인에게 당뇨병에 취약한 유전자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검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의학에서는 당뇨병 유전자의 실체를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전하고 음식문화가 변화되면서 당뇨병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게 되었고 2013년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의하면 376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진료를 받아 전 국민의 7.6%가 당뇨병 환자이다.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는 당뇨병을 생기게 한 원인 식품이었는데 일단 당뇨병이 생기면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는 식품이 된다.
혈당을 많이 올리는 대표적인 탄수화물은 쌀(밥, 떡, 식혜 등), 밀가루(빵, 국수, 과자, 케이크 등)와 설탕(설탕, 조리할 때 설탕이 들어간 음식, 예를 들어 불고기 양념, 떡볶이, 더덕무침 등) 등이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올리는 탄수화물 섭취에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어서 당뇨병을 치료하자고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20세기 초반에 등장하게 되었다.
당뇨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혈당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한국인의 주식에서 탄수화물을 제거한다면 칼로리의 60-70%가 빠져나가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체중감소와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를 보완하고자 부족한 칼로리를 지방으로 보충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등장하였는데 이것이 고지방 저당질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고 이미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의사들이 임상시험을 하였다.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시험해 본 결과 이를 장기간 지속하면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이 나타나서 환자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이후 더 이상 의학에서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 비율이 높은 식사는 혈당 감소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체는 매일 최소한 240그램의 포도당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섭취한 기름기를 간에서 탄수화물로 변환하는 생체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이 변환에 칼로리가 추가로 소모되어 생체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또한 몸 전체의 세포가 사용하기에는 탄수화물의 양이 모자라기 때문에 인체는 지방산을 분해하여 만든 케톤체를 이용하게 된다. 케톤은 신체를 산성화 시켜서 피로와 두통을 야기하고 신체의 순발력을 감소시키며 근력의 저하라고 하는 현상을 가져오게 된다. 이는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아니며 건강한 신체 상태도 아니다.
실제로 고지방 식사는 맛이 느끼하여 사람이 장기간 지속할 수 없다. 참기름, 올리브기름 및 돼지비계를 매일 3끼 식사로 먹으면서 살수는 없다.
특이하고 절묘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착각되어 최근에 잠시 방송에 등장하였던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는 실제로는 인체의 생리에 맞지 않고 당뇨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식사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