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전쟁처럼 치열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3주가 지났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두 진영이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했던 적이 없었다. 미세한 표 차이의 패배로 많은 사람이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신문과 뉴스를 안 보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 ‘선거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불안과 절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더구나 탄핵으로 집권해서 20년 이상 장기집권을 장담한 여당이 단 5년 만에 권력을 넘겨주게 되어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선거 후 정권 이양기에는 어느 정도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번처럼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진 민심으로 인해 앞으로 사사건건 갈등이 더욱 심해질 개연성이 있다. 통상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바로 만나는 신구 대통령이 이번에는 역대 최장기간인 19일 만에 만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권 말기의 알박기 인사와 청와대 이전에 따른 예비비 편성 문제였지만, 기본적으로 신구 권력 갈등이 바탕에 깔려있다. 국민통합을 위해 신구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더 이상의 갈등을 국민에게 보여선 안 된다.

중국 격언에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煥舊人)’는 말이 있다. 장강은 중국을 가로지르는 6,300km에 달하는 큰 강이다. 중국 역사의 수많은 영웅호걸도 도도한 장강 뒷물결에 밀려났다. 때가 되면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 가면 반드시 새로운 영웅이 나타난다. 역사는 그렇게 나타났다가 사라진 수많은 영웅의 서사로 만들어진다. 어떤 시대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시대는 없었다.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인물이 항상 역사에 등장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고 했다.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포부도 당당하게 약속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봤지만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새 술을 담겠다고 한다. 윤석열의 ‘새 부대’는 기존의 청와대 대신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이다. 유례없는 모험적 시도다. 80년 가까이 사용한 낡은 부대를 버리는 일이다. 모든 개혁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교체만으로는 힘들다. 낡고 기능이 떨어진 하드웨어도 바꿔야 한다. 당연히 비용도 발생하고 새 하드웨어 적응 기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의 도움 없이는 안된다. 이 모든 책임은 당연히 교체한 사람이 지는 것이다.

장강의 뒷물결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바로 앞 물결이 된다. 발원지에서 시작한 작은 물줄기는 도중에 웅덩이와 바위도 만나고 계곡과 들을 지날 것이다. 높은 폭포에서 떨어질 때도 있고 큰비를 만나 홍수가 날 때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난관과 험로를 거쳐 과연 망망대해로 제대로 갈지, 도중에 가뭄을 만나 말라 없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많은 난관이 있는 대통령의 자리가 그럴 것이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 이전조차 쉽지 않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50%에 가까운 국민의 눈은 매보다 더 무서운 눈초리로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감시할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의 국정 수행 능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52.7%가 나왔다. 선거 결과를 볼 때 당연한 수치다. 어쩌면 윤석열로서는 낮은 기대 수치로 시작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대통령취임 후 모든 면에서 과거의 대통령들과 다른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당연히 훌륭할 것이다.

과거 정권의 실패는 새로운 정부의 반면교사다. 커다란 솥에서 끓고 있는 물을 식히려면 솥 밑에서 타고 있는 장작불을 꺼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원인 해결이 답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성공한다. 대통령은 때가 되면 물러나고 정권은 바뀐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민의 존경을 받고 아쉬움을 남기면서 떠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짧은 시간에 정치 민주화와 경제적 부를 일군 훌륭한 나라지만, 역대 대통령의 끝이 안 좋았다. 수많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도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를 단기간에 망가트렸다.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영부인의 화려한 의상비가 온종일 방송에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부 출발을 앞두고 왜 전 국민이 영부인 옷값 얘기를 들어야 하는가. 새 정부의 비전을 듣고 바뀌는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국민의 눈과 귀를 온통 영부인 옷값 진실 게임에 매달리게 한다. 옷값이 특활비든 사비든 명확하게 밝히면 끝날 일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에서 묻혀있던 많은 사건이 문제가 될 텐데 영부인 옷값 문제까지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뉴스가 될 창피한 일이다.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모든 일이 법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런 사회는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없다. 언제나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운영하는 사람의 자질과 능력 부족으로 좋은 제도를 가지고도 욕을 먹는다. 정권 말기에 김오수 검찰이 갑자기 잠자고 있던 이런저런 사건 수사를 하고 있다. 이래서 검찰이 욕을 먹고 검찰개혁을 말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까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부끄러운 검찰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빠짐없이 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해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공자는 “나라는 순(舜)임금처럼 ‘저절로 다스려야 한다.’ (無爲而治)”고 했다. 임금의 역할은 훌륭하고 유능한 인재를 밝은 눈으로 찾아내서 적재적소의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고 했다. 즉 ‘인사가 만사’는 요순시절부터 통용됐던 통치술이다. 곧 새 정부의 총리와 장관들의 면면이 밝혀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내다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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