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의 유물, 586은 가라
구시대의 유물, 586은 가라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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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30대 젊은 시인 신동엽은 1960년 4.19를 기억하며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했다. 젊은 시인은 껍데기 같은 허위와 가식은 가고 4월 혁명의 순수성만 남아있으라 했다. 신동엽이 살아서 오늘을 본다면 “586은 가라. 민주화 정신만 남기고. 586의 위선과 가식과 내로남불은 가라”고 외칠 것이다. 586은 40여 년 전 군사정권에 항거하던 젊은 학생들의 순수했던 민주 정신은 사라지고 탐욕스럽고 염치없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 정의와 민주화를 외쳤을 때와 비슷한 나이의 자식 세대로부터 비난받는 기득권이 되었다. 아직도 낡은 시대정신만 머릿속에 가득한 586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세상이 바뀌면 시대정신도 바뀌어야 한다. 구시대의 낡은 선전 문구도 새로운 문화와 정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4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괄목상대하게 발전했지만 유독 정치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4류로 남아있다. 그런 4류 정치의 전면을 586이 자리 잡고 있다.

6.1일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민심이 천심이란 격언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국민심판이었다. 4년 전에는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 마음이 크게 변했다. 정권을 잃고 민심이 바뀌었는데도 오로지 민주당 586 의원들만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586에 대한 용퇴론이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다. 586 용퇴론은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자신부터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촉발됐다. 586이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한 60년대생 50대 정치 집단이다. 90년대에 정치권에 진출한 386이 20여 년 가까이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586이 됐고 이제 곧 60대의 686이 된다. 30년 이상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 이력을 간판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권을 장악해왔다. 586 자신들은 30대에 민주화 세대라고 국회에 진출해 놓고 지금까지 젊은 정치인의 발길은 막아왔다. 586은 30여 년 동안 정치권에 자신들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개혁과 국가 발전보다 진영과 이념을 우선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정권 유지 수단으로 철저하게 국민을 편 가르고 내 편 위주의 정치만 했다. 민주당의 주류가 된 586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을 그들이 마음먹은 대로 운영해왔다. 그 폐해가 이번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로 드러났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26살 박지현은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5월 25일 ‘586 용퇴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공동 비대위원장인 윤호중은 586 용퇴론에 책상을 내리치며 화를 냈다고 한다. 4선의 586 당사자인 윤호중은 화를 낼 게 아니라 왜 자신의 자식뻘밖에 안 되는 나이 어린 공동비대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했다. 민주당 주류세력인 586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전혀 변하지도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추한 모습만 보였다.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586 용퇴론’을 꺼냈던 5선 국회의원 송영길은 자신의 오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직을 명분도 없이 이재명에게 내주고 무모하게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에 대선에서 패배하고 두 달도 안 된 이재명이 염치도 없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출마했다. 국회의원 출마는 각종 비위에 연루된 이재명이 방탄복을 입기 위한 것이란 걸 웬만한 국민은 다 안다. 이처럼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민주당 대표들은 책임지는 대신 각자 살길을 찾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용퇴한다던 당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대통령 낙선자는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을 대표하는 586 들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특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완전하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건곤일척의 표 대결을 벌였다. 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여당과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야당지지 국민이 첨예하게 부딪힌 결과, 0.73% 차이로 대통령이 바뀌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84일 만에 지방선거도 끝났다. 대통령도 바뀌고 지방 권력구조도 크게 변했다. 변화 요구를 애써 눈감아 온 586 중심의 민주당은 대패했다. 이재명은 민주당 텃밭에서조차 변한 민심 탓에 낙선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586 대표주자인 송영길은 스스로 자신의 정치 인생을 서울시장 선거 참패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마감했다. 3년 전 우연히 시작된 조국 사태는 586시대의 종언(終焉)을 알리는 조종(弔鐘)이었다. 586 퇴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요구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일을 완수했으면 물러나는 게 하늘의 도리(功遂身退 天之道 :공수신퇴 천지도)”라고 했다. 민주화를 주창했던 586의 역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시대 변화에 맞게 스스로 변하지 않았기에 명예롭게 떠날 때를 놓친 것이다. 586의 몰염치를 보고 배운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는 586보다 더 낮은 수준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지난해부터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모든 선거가 끝났다. 2년 후 총선 때까지 선거는 없다. 향후 2년 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 국회의원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경제와 문화가 아무리 발전해도 정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의 고통은 가중될 뿐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고 국민의 정치의식은 많이 높아졌다. 수준 높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갈등을 중재하는 존재여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집단이 되면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역갈등과 세대 갈등, 남녀 갈등, 노사갈등, 이념 갈등 등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이 모든 갈등을 중재하고 없애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고 역할이다. 자신들의 이익보다 국민과 국가를 우선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586만큼 오랫동안 견고한 집단으로 권력을 잡았던 정치 세력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30년 이상 민주화의 결실을 따먹은 586은 이제 명예롭게 물러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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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과 '껍데기는 가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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