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다시 생각한다
5.18을 다시 생각한다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26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2022년 5월 18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함께 특별열차 편으로 광주에 내려갔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 보수당 후보로 5.18 민주 묘지를 찾았을 때는 추모탑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함께 참배하였다. 보수당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모두 참석한 것은 5.18 기념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5·18민주묘지는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새로 조성됐다. 그동안 광주 5.18 민주 항쟁은 국민 누구도 마음 편히 언급하기 힘든 금기어였다. 분명한 것은 5.18 민중 항쟁의 가해자는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일부 정치군인이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70년대 유신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민주화는 모든 국민의 염원이고 희망이었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유신철폐"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시민들도 나서고 18일과 19일에는 마산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전통적인 야도(野都)에서 일어난 10·26 사태의 도화선이 된 부마 민주 항쟁이다.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어쩌면 광주가 아니라 부산이나 마산이 민주화의 희생물이 될 뻔했다. 차지철이 “탱크로 밀어버려서 해결하겠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1979년은 유신독재의 피로감이 임계치에 이른 절정기여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비극이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때였다. 부마항쟁으로 시작된 유신철폐 운동은 김재규가 1979.10.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함으로써 갑작스럽게 끝났다. 유신의 종말은 모든 국민이 간절히 원하던 민주화를 이루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으로 민주 정부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신군부가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일으킨 12.12쿠데타는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1980년 5월은 특별히 뜨거웠다. 오랫동안 유신체제를 반대하던 대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데모가 치열해지자 신군부는 5.17일 24시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 민주 항쟁은 계엄령으로 공수부대원이 광주에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 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평가받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광주항쟁의 처참한 비극은 국민 마음에 지우기 힘든 깊은 상처와 고통을 남겨놓았다.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을 겪은 광주에게 모든 국민은 지금까지도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면 온갖 꽃들이 화사하고 아름답게 피는 만큼 마음 한편에는 무겁고 답답한 돌덩이가 얹히곤 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18일은 달랐다. 새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그동안 답답하게 꽉 막혀있던 오랜 체증을 시원하게 내려주고 마음의 빚을 깨끗하게 청산해 주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18일 이후 42년이 지났다. 강산이 4번 이상 변하는 기간이지만 그동안 5.18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5.18의 무거운 멍에를 내려놔야 한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은 386 운동권과 민주당의 전유물이었다. 왜 5.18이 그들만의 것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왜 그들만 불러야 했는가. 대한민국 국민 중에 민주화를 원치 않던 국민이 어디 있었으며, 어느 누가 계엄철폐를 외치지 않았던가. 다만 광주가 안타깝게 민주화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진정한 용서는 피해자가 해줘야 완성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제는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나올 때도 됐다. 5.18 희생자 유족대표가 용서하고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5.18 민주 묘지를 찾았다. 5.18 당시 상처받은 피해자와 고통을 준 가해자 모두 이미 고인이 된 분도 많다. 민주화를 이룬 공(功)과 희생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증오와 반목을 조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금년 5.18 추념식에서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대통령과 유족들이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다운가. 이렇게 쉽게 풀릴 일을 그동안 왜 해결하지 못했는지 여야 정치인은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5.18에 유공자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는 5.18 희생자와 가족에게 정당한 보상과 혜택을 줘야 한다. 그러나 5.18 유공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유공자 명단조차 밝히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 정치인 중에도 유공자가 많다고 한다. 민주화를 위해 세운 공이라면 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유공자로 선정된 사유를 밝히지 못하는가. 심지어 518 유공자 선정은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광주시가 하고 있다. 더욱이 2021년에는 설훈 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73명이 민주화 유공자 가족 등에게 교육·취업·의료·주택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민주유공자 예우법’을 발의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기존의 혜택을 뛰어넘는 특혜입법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환 전 국회의원은 “5.18 유공자가 된 것이 부끄럽다”라며 부인과 함께 유공자 증서를 반납했다. 그는 “우리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때는 결코 이런 보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4·19혁명에 참여한 1960년 4월의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유공자이고, 광주민주화운동 때 고통을 당한 1980년 5월 광주시민 전부가 피해자이며, 6월 항쟁에 동참한 온 국민이 유공자”라고 했다. 대단한 용기와 진정한 민주투사의 자신감이다. 결국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민주유공자 예우법은 민주당이 자진 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5.18에 대해서는 평가와 학문적 견해조차도 일절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가와 국민은 5.18 유공자를 높이 기리고, 정치권은 5.18 유공자를 둘러싼 오해를 풀어줄 의무가 있다. 그래야 진정한 해원이 되고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남을 것이다.


고양시민과 함께하는 고양일보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31-908-2255 / 010-9907-2289

고양일보 후원하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