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김용섭 도시균형개발국장이 1일 백석동 요진 기부채납 관련 고양시 입장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채원배 고양시 법률자문관.
고양시 김용섭 도시균형개발국장이 1일 백석동 요진 기부채납 관련 고양시 입장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채원배 고양시 법률자문관.

[미디어고양파주] 지난 6월 고양시가 청구한 ‘기부채납 의무 존재 확인의 소’를 서울고등법원(2심)이 각하한 것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일었다. 비판의 주된 내용은 고양시가 기부채납 대상인 업무빌딩의 연면적을 확정해 달라는 ‘기부채납 의무 존재 확인의 소’(확인소송)를 청구할 것이 아니라, 고양시가 요구하는 업무빌딩 연면적 규모에 대한 기부채납을 강제할 수 있는 ‘기부채납 이행의 소’(이행소송)를 청구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대법원 재판 결과 고양시가 원하는 기부채납 규모를 확정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요진개발의 행태에 비추어보면 기부채납을 이행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확인의 소가 아니라 이행의 소를 하든지 아니면 이 두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타당성 부족한 ‘확인소송’ 고수하는 이유 

이러한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고양시는 최근 확인소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고양시는 이러한 결정을 포함한 기부채납 쟁점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진개발과 충분히 대화를 통해 기부채납을 받을 수 있다”, “요진이 기부채납 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같은 고양시 입장을 들은 기자들로부터 “마치 요진개발을 위한 브리핑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김용섭 고양시 균형개발국장은 ‘확인의 소’를 계속 고수하며 대법원에 상고한 이유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1년에 대법원에 상고하는 건수가 약 4만 건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심리를 진행하는 건수가 1천 여 건 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은 2심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지만 금액이 큰 소송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겠느냐는 법률 자문도 있었기 때문에 확인소송을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요진개발이 업무빌딩에 대한 공사를 지난 6월 24일 착공해 부대공사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요진개발이 기부채납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국장은 “확인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받고 이 결과에 따라 처리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해 이후 고양시도 ‘이행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 국장은 또한 고양시가 2016년 4월 이행소송이 아닌 확인소송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소송을 수행할 법무법인과 집행부 관련부서 등 TF팀을 구성해 회의와 브리핑을 통해 이행소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시장님의 결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부지가액, 건축허가 시점으로 산정할 수 없었나?  

고양시는 협약서에 따라 애초에 백석동 요진 Y-CITY 전체 부지 11만1013㎡ 중에 49.2%에 해당하는 5만4618㎡를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받기로 했다. 그리고 고양시는 5만4618㎡ 중 이미 기부채납 받은 3만7739㎡를 공제한 나머지 ‘1만6879㎡의 부지가액’에 해당하는 업무빌딩을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고양시는 1만6879㎡의 부지가액 산정을 지구단위계획 결정 시점(2010년 2월)을 기준으로 산정해 요진개발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구단위계획 결정 시점이 아닌 건축허가 시점(2012년 4월)을 기준으로 부지가액을 산정했을 경우, 토지가 상승분을 반영해 더 많은 고양시는 더 큰 기부채납 규모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부지가액 산정을 지구단위계획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근거로 고양시는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를 들고 있다. 기부채납 산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2년 9월에 개정된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제14조 제2항에는 ‘공공시설 등의 설치비용과 부지가액의 산정은 원칙적으로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건축물의 특성, 기부채납의 시기 등을 고려하여 건축허가 시점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기부채납의 시기 등을 고려하여 건축허가 시점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라는 조례 규정을 기부채납을 미루고 있는 요진건설에 적용할 여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지구단위계획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부지가액 산정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요진개발이 기부채납을 현재 상황처럼 미룰 경우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다. 고양시에 따르면 요지개발과 맺은 협약서는 기부채납이 완료되지 않았을 경우 요진 Y-CITY 사용승인일(2016년 6월 20일)로부터 연체이자를 요진개발에 부담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진이 물어야 할 연체이자가 한 달에 약 5억원 정도인데, 고양시는 이러한 연체이자에 해당하는 요진 소유의 건물에 가압류 신청을 해놓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고양시 입장을 들은 기자들은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불만은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고양시 입장을 들은 기자들은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불만은 제기했다.

지자체 기부채납 권리 소멸시효 고려 필요  

한편 지자체의 금전 채권에 대한 소멸 시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 때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을 받지 못한다면 고양시가 기부채납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요진개발이 현재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고양시가 이 전략에 휘말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석현 고양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알고 있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르면, 금전 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를 5년간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5년이 다 지나가도록 확인의 소 같은 시간만 허비하는 소송으로 고양시가 기부채납 문제를 질질 끈다면, 결국 요진개발을 도와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재정법 제82조는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이 없는 것은 5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섭 도시균형개발국장은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우리 시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 등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은 소멸시효를 완성하기 위한 기간에서 제외된다는 조언을 고양시 법률자문관은 하고 있다. 하지만 소멸 시효 유무를 명확히 알기 위해 법무법인에 자문을 받아보라고 지시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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