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요진개발로부터 고양시가 확보해야 할 기부채납을 위해 시가 지금까지 취한 전략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시의 법적대응 수준이 안이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양시의 도시계획 조례를 바꾸면서까지 기부채납을 받기 위한 전략을 취했지만 이 과정에서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근본적인 허점’은 지난 27일 고양시가 청구한 ‘기부채납 의무 존재 확인의 소’를 서울고등법원이 각하했는데, 그 사유가 담긴 판결문에 담겨있다. 판결문에는 ‘연면적을 제외한 이 사건 업무빌딩의 구조, 형태, 내용 등도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위 청구취지만으로 확인의 대상이 되는 피고들의 채무 내용이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기부채납 의무 존재 확인의 소’는 고양시가 요진개발에 요구하는 기부채납 업무용 빌딩 규모를 연면적 8만5083㎡에 대해 확인을 받는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각하’는 소송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재판이다. 

기부채납 내용, 업무용 빌딩 ‘규모’ 외에 특정된 것 없어  

서울고등법이 이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고양시는 연면적 8만5083㎡에 대해 재판부로부터 확인을 받는 데 그칠 뿐, 업무용 빌딩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을 것이고, 건축 자재는 무엇으로 쓸 것이며, 건축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채무자인 요진건설이 기부채납 해야 할 내용이 ‘연면적 8만5083㎡’라는 규모 외에는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결국 판결문은 “이 사건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요진개발)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의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2017년 12월 제1심판결에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요진개발은 고양시에 업무용 빌딩 7만5194㎡(2만2746평)을 건축해 기부 채납해야 한다”고 판결내린 것을 원천무효시킨 것이다. 고양시가 당초 요구한, 업무용 빌딩의 기부채납 규모 연면적 8만5083㎡보다 적다는 점에서 그리고 요진건설이 원하는 기부채납 규모보다 크다는 점에서, 양측이 모두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동시에 고양시에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이 아닌 기부채납 이행소송, 혹은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판결문은 “원고(고양시)의 주장과 같이 피고들이 부담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 부담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부담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분쟁해결의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확인 소송이 아닌 이행 소송을 제기했어야”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 각하 결정에 대한 파장은 1일 열린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나타났다. 기획행정위 이홍규 시의원은 “인구 105만이 되면서 특례시를 지향하는 고양시 법무담당관의 법적 대응 수준을 생각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윤양순 기획조정실장은 “재판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판결문을 입수해 읽어보니 소 제기가 형식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기부채납 의무 이행에 대해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가지고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시에 실익이 없고, 차라리 시가 이행의 소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소송 형식상의 문제이지 기부채납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규열 의원은 “확인 소송이 아니라 이행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 고양시가 완패하는 동안 집행부가 해왔던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1일 기획행정위 이홍규 시의원은 “인구 105만이 되면서 특례시를 지향하는 고양시 법무담당관의 법적 대응 수준을 생각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1일 기획행정위 이홍규 시의원은 “인구 105만이 되면서 특례시를 지향하는 고양시 법무담당관의 법적 대응 수준을 생각하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업무용 빌딩으로 기부채납 받는 자체가 잘못 

하지만 소송 형식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협의서상 기부채납 대상이 ‘업무용 빌딩’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이홍규 의원은 “고양시는 업무용 빌딩이 아니라 토지로 기부채납을 받는 것으로 협약했어야 했다. 사업이 완공됐을 때는 해당 토지는 더 높은 가격으로 뛰어올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로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면 그 위에 빌딩을 지을 회사를 상대로 경쟁입찰을 통해 토지를 매각하고 시가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었는데 결국 업무용 빌딩으로 기부채납 받기로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요진개발과 수의계약을 맺은 셈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업무용 빌딩으로 기부채납 받기로 협약함에 따라 연쇄적으로 고양시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협약에는 기부채납 받기로 한 업무용 빌딩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고 업무용 빌딩의 규모를 산정하는 방법이 없다. 토지로 받을 때는 문제가 없으나 빌딩으로 기부채납 받을 때는 그 규모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 규정되어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고양시는 2012년 8월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면서 ‘공공시설 부지’가 아닌 ‘건축물 등 공공시설’을 건축·설치해 기부채납 받을 때, 건물의 규모와 설치비용 산정방법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고양시는 백석동 와이시티 부지 전체 면적 11만1013㎡의 49.2%에 해당하는 5만4618㎡에서, 이미 기부채납을 마친 면적인 3만7739㎡를 제외한 나머지 ‘1만6879㎡’이 남아 있는 기부채납 대상이다. 그런데 ‘1만6879㎡’을 처음부터 토지로 기부채납 받기로 했으면 분쟁의 여지가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1만6879㎡’에 대한 토지가격 만큼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업무용 빌딩 규모를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개정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지구단위 계획 결정일인 2010년 2월 2일 기준 ‘1만6879㎡’의 감정평가액 상당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규모의 업무빌딩을 짓는다는 것이다. 업무용 빌딩을 기부채납 받으면서 현재로부터 9년 전의 토지 감정평가액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은 그만큼 고양시가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요진개발은 당초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고양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고양시는 특혜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용도변경을 허용해 주었으며, 대신 백석동 와이시티 부지의 49.2%에 해당하는 토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해 줄 것을 요건으로 업무협약을 요진개발과 맺었다.

 하지만 고양시가 ‘업무용 빌딩’ 사례처럼 기부채납 범위를 불명확하게 하는 등 요진건설에 유리하도록 했다는 점 등 요진개발과 업무협약을 맺는 과정 전반에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고양시의회 한 시의원은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잘 몰라서라기 보다 오히려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이 의심의 시각에서 보면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진건설은 백석동 ‘요진 Y-CITY’라는 이름으로 지하 4층∼지상 59층짜리 아파트 6개 동 2404가구와 오피스텔 348실규모의 공동주택과 업무·판매시설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했다. 앞서 요진개발은 당초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고양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고양시는 특혜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용도변경을 허용해 주었으며, 대신 백석동 와이시티 부지의 49.2%에 해당하는 토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해 줄 것을 요건으로 업무협약을 요진개발과 맺었다,
요진건설은 백석동 ‘요진 Y-CITY’라는 이름으로 지하 4층∼지상 59층짜리 아파트 6개 동 2404가구와 오피스텔 348실규모의 공동주택과 업무·판매시설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했다. 앞서 요진개발은 당초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고양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고양시는 특혜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용도변경을 허용해 주었으며, 대신 백석동 와이시티 부지의 49.2%에 해당하는 토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해 줄 것을 요건으로 업무협약을 요진개발과 맺었다. 

 ● 공무원 노조 “요진게이트에 대한 국정 조사 실시” 요구 

고양시가 요진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양시공무원노동조합은 2일 성명서를 내고 “세상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는가”라며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고양시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이 아닌 기부채납 이행소송의 즉각 시행 ▲요진의 업무빌딩 착공계와 토지사용허가를 내준 책임소재를 밝힐 것을 이재준 고양시장에 요구했다. 고양시에 따르면, 고양시가 업무용 빌딩 부지에 대한 사용허가를 내준 시점은 작년 8월이고, 착공계를 내준 시점은 올해 2월이다.  

고양시 공무원노조는 다음날인 3일 2차 성명서를 내고 비판의 수위와 요구의 강도를 높였다 고양시 공무원 노조는 ▲요진에 대해 기부채납이행 소송 등 민형사 손해배상소송 추진 ▲ 요진게이트에 대한 국정 조사 실시 ▲ 최성 전 시장을 불러 요진 게이트, 킨텍스 부지 50억 뇌물사건, 도시계획변경 등 모든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했다. 

비판의 목소리에 직면한 고양시는 향후 대책에 골몰하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지금까지 소송을 의뢰했던 법무법인 산경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법무법인의 자문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섭 고양시 도시균형개발국장은 고양시가 확인 소송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고양시도 내부적으로 소송를 청구하기 전에 확인 소송과 이행 소송, 두 가지를 다 검토했지만 결국 확인 소송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유는 이행 소송을 해서 3심까지 갈 경우 소송비용이  20억원이 정도 소요된다는 점, 소송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한 향후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 고양시를 도와서 소송을 수행했던 법무법인은 2일 이행 소송을 하기 전에 대법원 3심까지 가는 확인 소송을 하라는 건의가 있었다. 하지만 3일 더 큰 법무법인을 만나 또 다른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다. 확인 소송을 할지 아니면 이 참에 이행 소송을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더 큰 법무법인의 의견을 들어보고 종합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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