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에 대한 인식은 사마천이 쓴 사기에서 잘 나타난다. “인재를 잘 쓰는 자와 잘 쓰지 못하는 자의 차이는 천하를 얻고 얻지 못한다”로 표현된다. 우리 사회는 한 개인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길 원한다. 수퍼맨처럼 강한 사람을 기대하나 사람은 약한 존재이고 한없이 낮은 존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시대 제왕의 카리스마는 일상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사멸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제왕을 넘어선 집단 지성에 의해서 지배될 때 꽃을 피우게 된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리더는 사람을 잘 써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항우에게 백전백패한 자신이 천하를 얻은 이유를 가신들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신하들은 유방의 사람됨을 칭찬하고 항우의 사람됨을 비하했다. 그러나 유방은 다른 말을 한다.

"귀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나는 장량처럼 책략을 쓰지 못하고, 소하처럼 행정과 보급을 잘 담당하지 못하고, 한신처럼 전투에서 이기지를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을 잘 다루었다. 반면, 항우는 전투는 잘 했으나 가신인 범증(范增)조차 제대로 기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잡은 이유다."

유방은 출신이 명문집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필요한 사람을 잘 썼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신다’라는 표현하기에 이른다. 연속된 패전으로 최측근이었던 소하가 도망갔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소하를 잡으러 갔는데 소하는 사실 도망간 한신을 데려오기 위해서 급하게 알리지 못하고 뛰쳐나갔던 것이다. 소하가 한신을 다시 데려오자 거대한 예식을 치르면서까지 한신을 높은 직위에 임명했다고 한다. 진평의 사생활이 문제가 되었을 때 모든 장수가 반대했으나 진평에게 한 번 묻고 그의 직위를 높였다. 사람들은 유방이 여자나 좋아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고 주변 사람 말만 듣는다는 비판을 하지만 실은 그가 자신들의 부하들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정확히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유방이 죽기 직전 승상을 누구에게 맡길지를 결정하는 대화를 보면, 그의 인재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알 수 있다. 누가 좋은 승상후임인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하에게 맡기면 좋겠다. 그 다음은 조참이 좋으리라." 신하 여치가 그 다음은요? 하고 묻자 "그 다음은 왕릉이 좋겠지만, 왕릉은 우직하니 명석한 진평을 보좌로 삼되, 진평은 너무 명석하니 모든 것을 맡기면 위험하다. 사직을 안정시키는 것은 분명히 주발이리라"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은요?" 라고 묻는 여치에게 "대체 너는 언제까지 살 생각이냐? 그 다음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유방은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보충해줄 수 있었던 인재를 쓰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통제 아래 두었다. 특히 진평에 대해서 유방이 가진 인식은 대단한 것이다. 명석한 사람을 쓰려고 하지 우직한 사람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직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명석한 사람으로 보좌하게 한다. 그것은 명석한 이는 자신의 이(利)를 챙기는데 급하게 된다는 것 즉 현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내는 관료제만 하더라도 동시대 가장 똑똑한 인재를 모아 둔 관료조직이 하나같이 부패와 관련되어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는 명석한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료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결국 불만 있는 중신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유방은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 자신이 큰 꿈을 가진 사람은 인재를 쓰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인재를 얻어 자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약점이 있다면, 자신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써야 한다. 자신과 같은 색깔,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 한계를 가지게 되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 대체적으로 자신과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써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고 대다수의 그런 시도는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파괴하기도 한다.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려는 시도를 할 수 없고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리더의 위치를 위협한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사람은 먼저 그것에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써야 한다. 그러나 리더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리더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다. 그를 어떻게 통제할지 리더가 길을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가들에게 지배받는다. 현대 사회는 전문적 지식이 과도하게 리더십을 초월한다. 리더는 모든 지식을 알 필요가 없다. 단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누구의 말이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벌써부터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갇힌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크기로 성장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 원하는 시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잘 실행하기 위한 사람 모으기 즉 용인술을 먼저 배우려고 시도하는 것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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