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에 실린 제프리 셀린고(Jeffrey J. Selingo)의 글(원제 Six Myths About Choosing a College Major)을 보면 미국 학생의 30%가 최소한 한 번 전공을 바꾼다고 한다.

9월에 있었던 미국 갤럽 조사를 봐도 미국 고등학생들의 대부분이 전공을 선택할 때, 가족과 친구의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11퍼센트의 학생이 고등학교 진학담당자와 이야기하고, 28퍼센트의 학생들이 대학 입학담당자의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제프리 셀린고에 따르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학생들과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Myths)에 있다고 한다. 

편견4: 인문학이나 문과 학문 전공자들은 실업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현대 직업에서 요구하는 두 가지 기술은 인적 소양을 갖고 사람관계를 가르치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s)과 생각하는 기술(thinking skill)이다. 인문학 혹은 문과 전공을 선택한 이들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부분이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들이 직업에서 필요로 하는 테크놀러지를 갖춘다면 노동 시장에서 직업을 찾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다. 인문학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과대학을 선택하면 망한다거나 인문학 전공을 선택하면 실업자가 된다는 인식은 학생뿐만 아니라 취업 담당관들도 가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적 소양이 어떻게 취업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인식이 현대 한국사회의 4차 산업혁명기에 필요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전공이든지 학생이 무엇을 대학에서 할 것인지가 학생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편견5. 전공을 일찍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전공을 일찍 선택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은 전공이 학생에게 맞지 않을 때, 그리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상식 수준에서의 전공이 실제 배움의 영역인 대학에서는 다르게 교육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과목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찾아가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전통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특정한 전공은 단순한 배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전공과 관련된 사회적 자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부 중심 혹은 탈전공화, 통섭 등은 학문의 흐름이 더 이상 단일 전공 중심으로 가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한 분야에서 한 명의 천재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겠다.

편견6. 당신에게는 반드시 전공이 필요하다.

전공이라는 것은 오래전에 학문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제도화된 대학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특정한 하나의 전공이 지배적이지 않고 다른 것들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전공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미래 직업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전공을 무엇을 선택하든 학교를 어디를 선택하든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이겠지만 현실상으로는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학교, 전공을 위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적 때문에 선택한 전공이 나와 무슨 상관일까? 전공과 부전공 그리고 이중전공 등의 기회가 있는 대학을 선택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대학은 과거 백년 이상 오래된 지식을 50년 이상 오래된 학교에 의해서 20년 전에 배운 교수들에게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그리고 우리의 특징인 학원 선생님들에게만 막중한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학의 차원에서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서 직업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기업 혹은 사회의 입장에서 필요한 인적 자원을 찾아 개발시키는 일을 전공이라는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그리고 그 배움이 몇 년 뒤 학생의 인생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지 미래 시각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상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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