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목사
조규남 목사

[고양일보] Anti-Feminist(안티 페미니스트) 인터넷 까페가 있습니다. 이 까페가 내걸고 있는 구호는 "페미니스트, 된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입니다. 좀 놀라시겠지만, 나도 이 까페의 회원입니다. 이제 신참이라 글 한 번 제대로 올려보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을 곁눈질로 귀동냥하면서 오늘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여성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어떠한지 스스로 슬금슬금 저울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나는 직업상 많은 여자들 속에서 지내게 됩니다. 내가 움직이는 곳들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은 곳입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직업상 그렇게 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도 목사의 신분으로 그리고 한 기관의 책임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나는 항상 대접받는 위치에 있어 그리 큰 불만 없습니다. 솔직히 여자들 속에서 놀다 보니(?) 남자들보다 더 편하고 때론 왕이 된 기분도 느낄 수 있어 별로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권위를 인정합니다만 권위주의는 싫습니다. 여성은 좋아하지만, 여성 자체를 다른 의미로 규정지어 말하는 여성주의(feminism)는 싫습니다. 물론 남성에 대한 편견, 폭력과 차별을 타파하고 남성의 권리를 보호하며 진정한 남성성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성주의(masculism)도 있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남성을 약자가 아닌 강자의 자리에 있는 것만을 생각해서인지 여성주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할 뿐이지 실제로는 별 관심 없는 단어일 뿐입니다.

내가 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여성에게 모욕당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같은 남성으로서 남성 자신들이 여성에 비해 그리고 여성들에 대해 스스로 비굴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생기는 반작용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늦은 밤의 토크쇼들을 보면 여성 비하가 아닌 남성 비하적 요소들이 심하게 노출됩니다. 웃기는 건, 여성들이 남성을 비하해서 하는 말들이 아니라, 남성들이 또는 남성들끼리 서로가 남성의 자리를 비하시키며 스스로 키득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성들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사람들이 좋아라고 깔깔거리는 재미를 터득해서인지 거의 어릿광대 수준으로 자신 스스로를 비하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남성들의 '망가짐'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하게 드러납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머들은 거의 한결같이 남성들을 웃기는 존재로 표현하는데 특히 나이가 들면 그 꼴은 거의 바닥을 치게 됩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일식이-이식이-삼식이' 시리즈 같은 유머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늙어 밥 굶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마누라 말 잘 들어야 해~"라고 한 마디씩 명언처럼 던집니다. 그럼 그 말을 듣는 주위 모든 사람은 '옳거니!' 하고 박장대소하며 함께 깔깔거립니다.

우리 부부 사이에도 이런 농담은 자연스럽게 오고 갑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농담들을 주고받을 때 나는 마음속에 다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끝까지 밥 세끼 다 차려 얻어먹고 간식에 야식까지 얻어먹다 갈란다~' 마치 무슨 심통이라도 부리듯이 그런 고약한 다짐을 스스로 합니다. 이건 자존심도 아니고 내 나름의 의지(?)입니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더라도 절대 이런 수치는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성들 혼자 있으면 스스로 차려 먹잖습니까?! 없으면 말고요... 사실 나는 집에 있는 날은 밥 세끼 한 번도 굶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웃기는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남성의 모습이 처량하다 못해 비굴에 이르는 지경입니다. 늙어서 밥 굶지 않으려고 마누라에게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서글프고 기막힌 일 아닙니까? 집에서 밥 세끼 마누라가 차려주는 밥상 받는 것이 그렇게 큰 죄에 이릅니까? 물론 웃자고 하는 농담인 줄 압니다. 그러나 이젠 그 도가 지나쳐 그런 농담이 당연한 관습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런 말에 정색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융통성 없는 남자가 되어 한 마디 더 핀잔받게 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녀평등론이 주장되어야 합니까? 어떤 면에서 여성이 성차별 당한다고 생각들 합니까?! 대통령부터 여성 아닙니까?!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하는 요리사들이나 미용계의 미용사들 역시 남성들이 감당하고 있잖습니까?! 만일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항상 여성 입장에서만 할 게 아니라, 남성 입장에서도 주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남녀평등이니 성차별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논쟁으로 무색하다 이 말입니다.

나는 오늘 우리 사회에서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 후 여성들은 먹고 놀아도 별말이 없습니다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백수'는 남성들에게나 붙여주는 별명이지 여성들은 제외되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처럼 노동의 의무에도 아직까지 면책되어지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이미 우리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신도시에서 멋진 레스토랑에 점심 먹으러 가면 전부 여자 판입니다. 식당 앞에는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사모님들이 패거리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멋진 분위기들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점심시간에 남자 찾아보기는 참 힘듭니다. 있으면 촌닭 되고요... ^^ 이런 시간에 남자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부장급 인사라면 몰라도 일반 사원들은 짜장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손톱 발톱 다 빠져 별로 내세울 게 없고, 큰소리칠 것도 없는 퇴물 남성들의 신세가 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남성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해야 합니다. '남성으로서의 권위'는 여성에 대칭된 의미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 형상대로 처음 인간(남성)을 창조하셨을 때의 그 '남성상'을 말합니다.

이제 바라기는 남성들 자신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스스로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삼갈 것이며, 자녀들 앞에서도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효율성도 기대할 것 없는, 폐물 처리되는 잉여인간과 같은 존재로서가 아니라, 참으로 올바른 정신과 리더쉽으로 가정을 돌보고 사회에서 끝까지 존경스러운 어른의 자리를 지켜가야 합니다. 영화 'Taken'시리즈에서 배우 리암니슨(Liam Neeson)이 보여주는 강렬한 아버지의 모습이 멋져 보이지 않습니까?!

이건 누가 알아주고 말고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주체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자리는, 남편의 자리는, 남성으로서의 자리는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태초에 인간을 만드시고 질서에 따라 가정을 이루신 그때로부터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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