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과거에 미래를 묻는다
대장동 게이트, 과거에 미래를 묻는다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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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났다. 대장동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당내경선에서 줄곧 앞서가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측근인 유동규가 구속되자 민심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10일 발표된 마지막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은 28%의 지지를 받아 62%를 얻은 이낙연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누적 득표 50.29%로 가까스로 결선투표는 피하게 됐다. 전날까지 누적 55.29%에서 하룻밤 사이에 5%가 빠진 것이다. 정치인의 인기는 풍선과 같다. 풍선을 크게 불기는 어려워도 바람이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투표가 한 번만 더 있었다면 아마 결선투표가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큰 난관들이 산적해 있다. 비록 이낙연 후보가 당의 방침에 따라 경선 결과에 승복했지만, 이낙연 지지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에 맞설 민주당 후보로는 이재명이 더 나아 보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이낙연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선투표를 다시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대장동’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 비리”라는 대형 폭탄을 안고 있는 이재명을 지지해야 하는 청와대와 민주당도 결코 편안한 마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종필은 정치가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정치는 무상(無常)하고 또한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라고도 한다. 생명체처럼 정치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민심 또한 바람처럼 쉽게 변한다. 봄날 같은 훈풍이 언제 동짓달 삭풍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민심이다. 민심이 바뀔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번에는 대장동 때문에 민심 풍향계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공식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는 개천에서 난 용이다. 가난으로 중학교도 못 갔지만 검정고시로 대학도 가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후 두 번의 성남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거쳐 거침없이 여당 대통령 후보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입지전적 인간이다. 이런 인물에게 보이는 특징처럼 이재명은 웬만한 사람은 한 번도 넘기 힘든 난관을 특유의 정면 돌파 방식으로 깨 왔다. 공무원 사칭, 특수공무집행방해, 음주운전, 선거법 위반 등 4번의 전과와 김부선과의 연애 스캔들, 동생을 걱정해서 잘못을 지적해주는 친형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형수와는 쌍욕 전화까지 했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도덕적으로 최악의 사건들이다. 웬만한 멘탈 소유자라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일을 집념과 오기로 정면 돌파해서 기어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오히려 이런 이재명이 무섭다.

중국 고사에 ‘강산은 쉽게 변해도 사람 본성은 고치기 어렵다 (江山易改 本性難改, 강산이개본성난개)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얼굴에 사람 좋게 보이는 이재명의 본성은 쉽게 안 변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세상이 달라졌다. 가장 무서운 것은 비밀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은밀하게 나눈 둘만의 이야기가 녹취되어 돌아다니고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유튜브에 날아다닌다. 이재명이 형수에게 쌍욕을 한 녹취 파일과 기자들에게 표독스럽게 쏘아붙이는 험한 얼굴이 유튜브 화면에 나온다. 이재명은 여러 개의 얼굴이 있다. 김부선 얘기를 할 때 옆에 있는 자기 부인 손을 잡으며 멋쩍게 웃는 얼굴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 보인다. 수화기 너머 형수에게 쌍욕을 하는 표정은 상상이 안 된다. 경기도 지사 승리 인터뷰 때 곤란한 질문에는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이어폰을 빼버렸다. 경기도의회에서 자신에게 안 좋은 얘기를 한 시의원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폭력배 같은 서늘함도 느껴진다. 권순일 대법관을 움직여서 자신의 무죄도 만든 이재명이다. 못할 게 없고 안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자수성가형 입지전적 인물들은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자신의 방식대로 성공했기에 모든 일에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인색한 경우가 많다. 이재명에게서 문득문득 그런 모습이 보인다.

화천대유가 뉴스에 나오고 한 달이 넘도록 잠잠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난 12일에야 “대장동 사건에 검찰과 경찰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장자연과 김학의, 버닝썬 사건 때처럼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조사하라”라고 지시하던 신속하고 단호한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임기가 5개월 남은 문재인으로서는 자신의 퇴임 후가 걱정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도 불안하고 야당이 되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을 것이다. 문재인에게는 前虎後狼(전호후랑)의 경우다.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면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오는 형국이다. 이재명이 당선자 신분으로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수락했다. 둘이 청와대에서 은밀하게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다. 자신의 퇴임 후에 대해 보장책을 담보로 무슨 딜을 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생각을 해본다. 아주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아니다. 나랏일로 서로 바쁜 사람끼리 단순히 덕담만 하려고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씨뿌리지 않고 나는 것은 잡초밖에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섭리고 천리(天理)다. 콩 심은 데 콩 나오지, 팥이 나오지 않는다. 이재명이 대장동에 뿌린 씨가 어떤 결과가 되어 돌아올지는 씨를 뿌린 사람만 안다. 단군 이래의 최대 풍년이라고 좋아했는데 탈곡해서 보니 전부 쭉정이만 나온 꼴이다. 그나마 일찍 수확해서 곳간에 쟁여놓았던 조생종은 썩어서 내다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창고지기들이 서로 책임이 없다고 창고 문을 열고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 정영학이 창고 문을 활짝 열어서 썩은 것을 알았다. 마름 역할을 한 김만배는 천배 밖에 수확을 못한 죄로 곧 구속이 될 것 같다. 미국으로 달아났던 남욱이도 조만간에 창고 열쇠 갖고 귀국하기로 했다. 결국 창고지기들이 자기 살길을 찾으려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려고 하면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다. 나 있는 풀을 보면 그 땅을 알 수 있고,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지도자를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 면면을 보고 어떤 정책을 펼지 예측 가능했던 것과 같이 이재명 시장이 유동규를 성남 도시개발 사장 대행으로 앉혔을 때는 다 이유가 있어서다. 이재명이 어디 보통 사람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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