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말의 무게
정치인 말의 무게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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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인간은 말로 소통하는 동물이다. 말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인간성, 능력, 감정 등을 나타낸다. 사람을 평가할 때 말이 통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인지 여부로 판단한다. 말을 오래 해보면 그 사람의 밑천이 드러난다. 제대로 아는 사람인지 모르면서 말로만 아는 척하는 건지, 진실성은 있는지 등이다. 국민은 정치인을 말로 판단한다. 평소 정치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국민은 오직 정치인의 말만 듣고 판단해야 한다. 정치인의 말은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는 공인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의 말보다 더 진중해야 한다. 국민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정치인을 원한다. 그러나 그런 정치인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실패한 경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과 국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국민은 선거 때마다 선택을 강요받는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귀와 눈을 크게 열어 말을 들어보고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눌변이다. 느리면서 신중하게 말해서 순수하고 정직해 보였다. 그런 인상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수없이 쏟아 낸 공약을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보면 공약을 정확하게 알고 말한 것 같지 않다. 국민은 원고만 보고 읽는 대통령의 생각을 알 길이 없다. 국민의 선택이 실패한 경우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라는 격언이 옳다는 것을 조국이 입증했다. 조국은 멋진 외모와 현란한 말솜씨로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그러나 딸의 부정 입학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그동안 조국이 쏟아 냈던 수많은 말 때문에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평소 했던 말과 현실의 행동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조국의 변설(辯舌, 말을 잘하는 재주)은 요설(饒舌,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함)이 돼서 자신이 했던 말의 덫에 걸린 경우다.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다면서 할머니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비와 자녀 학비에 썼다. 위안부 활동으로 국회의원이 된 파렴치한 윤미향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TV 앞에서 한 변명은 요설(妖說, 요사스러운 수작을 부리는 말)에 불과했다.

말의 힘은 목소리에 실린다. 아무리 훌륭한 말도 목소리에 믿음이 안 가면 효과가 없다. 이낙연의 말은 느리면서 젊잖아 신뢰감을 준다. 그러나 말뜻이 분명하지 않아 책임감 없어 보이고 믿음이 안 간다. 그래서 여당 대통령 후보가 못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안철수의 말은 정치인으로서 너무 어색했다. 연습을 통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젊은 야당 대표 이준석의 말은 명쾌하지만, 너무 가볍고 말이 많다(多辯).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있게 된다. 정치평론가와 당 대표는 말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종인의 말은 묵직하다. 그래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실린다. 홍준표의 말은 일견 시원하게 들린다. 그래서 ‘홍카콜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정작 TV토론에서는 유능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선에서 패배하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한 모습과 캠프 해단식에서 보여준 독설은 홍준표의 이중적인 성격과 민낯을 보여줬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말로 실망을 줬다. 안타깝지만 그런 모습이 홍준표다. 토론에 자신 있다던 유승민도 윤석열 공격 말고는 명쾌하고 노련한 경제 전문가다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원희룡은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말로 예리하게 질문해서 경쟁 후보들을 당황케 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원희룡은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달변(達辯)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거치며 단련된 후흑의 처세술로 무장한 능변가(能辯家)다. 그러나 이재명은 다혈질이라 흥분을 쉽게 하고 모진 말과 독설도 거침없이 한다. 형수에게 한 찰진 욕설은 뒷골목 깡패도 따라 하기 어렵다. 이재명은 자신이 한 말을 상황에 따라 쉽게 부정한다. 정치인으로서 신뢰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집중된 대장동 의혹을 피하려고 대통령 후보가 된 후 국정 전반에 대해 마치 대통령처럼 온갖 말을 쏟아 내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한다고 비난받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다. 검사 출신 윤석열은 정치적인 말에 서툴다. 그래서 경선 중에 실언이 많았다. 일반인과 다른 ‘여의도 화법’에 익숙지 않아 생긴 설화다. 그러나 윤석열의 말에는 자신과 힘이 있다. 이미 국정감사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을 상대할 때 상당 부분 검증된 부분이다. 적어도 자신이 한 실수는 사과하지만 한번 뱉은 말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기존 정치인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이다. 그래서 국민이 신뢰하는 것같다. 수많은 정치인의 말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영상이나 녹취로 남아 자신의 발목을 잡는 세상이다. 정치인이 더욱 말에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정도 남았다. 극단적으로 분열된 나라를 5년 동안 이끌어 나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양당의 후보도 결정되었다. 선거운동과 TV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말을 잘 들어보고 국민이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차기 대통령은 과거 어느 때 보다 갈가리 찢어진 수많은 분열을 봉합해야 하는 책무가 크다. 국가 경영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크게 통괄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쓰는 자리(用人)에 있으므로 능력 있는 사람을 잘 가려서 쓰는 일이 중요하다. 지도자는 충신과 간신을 분별할 수 있고,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국가를 위해 온몸 바쳐 일할 인재를 찾아서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지도자는 아첨과 아부에 속지 않고, 현란한 말재주와 이력서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들어보고 사람을 알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 논어의 마지막 구절도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로 끝난다. 참고로 지금 대통령 후보 주변을 어떤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각 후보의 사람 보는 능력(知人之鑑)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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