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경제지표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국부의 대부분을 대기업과 상류층이 차지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3만 달러’는 무의미하다. 대기업과 상류층을 떠받치고 있는 소득 중하위가구의 삶은 늘 팍팍하다. 

이러한 거시경제지표의 맹점과 정부의 경제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경기도의회에서 나왔다. 원용희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5)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중심에서 분배중심으로, 대기업중심에서 가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중하위가구의 삶이 향상되는 것이 표피적인 ‘3만 달러’보다 중시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원용희 도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소득 중하위가구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환매조건부 분양정책과 기본소득 보장이다. 도정질문을 통해 주장한 이러한 정책을 좀 더 파악하기 위해 원용희 도의원을 17일 경기도의원실에서 만났다.  

우선 시장중심에서 분배중심으로 경제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은. 

시장논리로는 소득중하위 가구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입해서 주택을 많이 지어서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만으로는 어림없다는 말이다. 소득중하위 가구는 여전히 집을 살 수 없다. 

분배중심 경제정책은 부유층이 아니라 소득중하위 가구를 위한 정책이다. 즉 소득중하위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것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가계비용은 낮추고 가계소득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소득중하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증가한다. 나는 가계비용을 낮추는 방법으로 ‘환매조건부, 장기임대 중심의 주택정책’을,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법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소득중하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택정책을 중요시했는데. 

가계비용 중에 가장 큰 것은 주거비용이다. 주택정책이 가계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집값 상승을 감당 못한다. 월급쟁이로는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워지고 이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간다. 시장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득중하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주택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인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는 투기화된 주택시장 전반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제도에서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토지수용과 용도변경 절차까지다. 이후 토지가 민간 건설사에 분양되고 아파트가 건설되고 아파트가 분양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은 포괄하지 못한다. 도민환원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면 민간 건설사는 환수된 금액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종 주택가격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결국 가계의 가장 큰 부담인 주택비용은 시장가격 그대로 방치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완벽한 제도가 필요하다. 나는 이 제도를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와 장기임대주택 확대라고 생각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정부가 주택건설을 직접 맡아 시세의 30~40% 정도로 저렴하게 민간에 분양해 가계부담을 줄여주고, 민간은 분양받은 주택에 대해 매매나 상속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드시 정부에 다시 매각하는 방식이다. 또한 2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으로 주거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와 장기임대주택 확대는 소득중하위에게만 적용된다.   

결론적으로 공공개발과 민영개발 중 어느 쪽이냐에 따라 주택정책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공공개발 주택용 부동산은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와 장기임대주택제도를 시행하고, 민영개발 부동산은 도민환원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로 향하자는 의미인가.

아니다. 자기 돈 들여서 주택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해서 시세차익이 생기는 사람이면 현재처럼 시장을 마음껏 활용해도 좋다. 그렇지만 결국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유리한 매커니즘인 주택시장으로부터 소득 중하위 가구를 보호하기 위해 ‘환매조건부 분양’과 ‘2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제도’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시세차익이 생기게 하는 시장 압력을 점진적으로 줄이자는 말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1960년대부터 환매조건부 분양을 시도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적의무기한 동안 주택 소유자는 매매를 할 수 없고, 이 기한이 끝나면 공공기관에 다시 매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환매조건부 분양이 전체 주택 수요에서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2017년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이라는 책을 펴냈다. 기술력이 고도로 발달되면 왜 기본소득이 중요시되는가.

4차 산업혁명을 맞이 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관리기관의 운용비, 인건비 등으로 상당부분 재정지출이 일어난다. 정부가 만든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여기서 떼이고 저기서 떼여서 저임금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는 기술력의 발전 속도를 사회여건이 못 쫓아가게 된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 ‘노동 없는 생산’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발생시킬 대규모 실직사태는 불을 본 듯 뻔하다. 이 사태를 맞이하면서 최소한의 생존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제는 소득 양극화를 막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양극화를 하기 전에 먼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단순 계산으로 4인가구는 지난해 한해 1억3800만원씩을 벌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4인 가구는 소득 1억38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는 거시경제지표의 함정이자 한계다.  

그래서 이러한 양극화를 제어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객관적 자료를 보여주고 ‘왜 기본소득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가처분소득의 증가 정도에  따라 내수경제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GDP가 어느 정도 상승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내수경제가 활성화되고 GDP가 상승하는 것이 입증되면 국민들은 기본소득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잘 구축된 복지제도나 복지시스템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복지시스템에 비해 기본소득 제도가 가지는 비교우위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은 서유럽이나 북유럽처럼 높은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최저 안전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활보호대상자가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게 되면 그 전에 정부로부터 받던 돈은 못 받는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큰돈은 못 버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활보호대상자는 경제활동을 하든 안하든 100만원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은 경제활동을 해서 수입이 생기더라도 이미 보장되는 소득이다. 

복지시스템을 운용하면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복지관을 세우는데 드는 비용, 복지관을 운영하는데 드는 인건비, 복지관 시설을 위탁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 국내 취대규모의 행신종합사회복지관 건립비, 운영비는 실로 막대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복지는 곳곳에 돈을 들여 복지관 만들어서 어려운 사람에게 밥 한끼 먹이는 셈이다. 결국 복지사업을 하는 사람들만 살찌울 수 있다. 

시민이 혜택을 누릴 때까지 각 단계마다 비용이 들어가는 복지시스템보다 차라리 곧바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기본소득이 시장 속으로 흡수되면 내수시장 활성화 효과도 거둬들일 수 있다. 
 
기본소득 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마련 방안이 관건이다. 재원마련 방안의 첫번째로 예산 절감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 징세 강화, 세원 발굴, 징수방법 변경, 증세 순으로 제시했다. 예산절감이 왜 재원마련 방법의 가장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는가. 

공공 예산을 잘 들여다보면 군데군데 절감할 곳이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급공사에 적용되는 표준품셈제도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나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를 따내면 실제 공사비보다 훨씬 많은 공사비를 보장받는다. 그렇지만 하도급을 줄 때에는 가장 낮은 비용을 지출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직접 시공도 하지 않고 공사 물량을 수주하고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얻는 차익은 전체 공사비에서 상당부분 차지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입찰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가 공사비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건설공사 표준품셈’ 자체가 워낙 부풀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표준품셈이란 정부나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에서 적절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를 일컫는다. 

문제는 표준품셈이 상당 부분 부풀려져 대형 건설업체들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급공사를 하면 경로당 하나 짓는데도 평당 1000만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정부나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에 적용되는 표준품셈의 거품을 제거하면 예산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대형 관급공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밀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것을 경기도에 제안했다.  

이 밖에 관공서에 공기청정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방진망 설치도 예산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공기청정기에 비해 10분의 1이하의 비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가 지역 내 주거공간을 마을회관 용도로 전세 임차해 경로당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중하위가구를 위한 주택정책과 기본소득제와 도입을 위해 도의회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가. 

내가 속한 상임위인 도시환경위원회에서 이 제도 도입을 꾸준히 제안했다. 또한 도정질문에서 구체화된 이 제도의 도입방안을 제시했고, 경기도가 주최한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 토론회’에서 도민환원제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앞으로는 중하위소득 가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주택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주최할 것이다. 제도 도입에 따른 경제효과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연구용역을 경기연구원에 의뢰할 것이다. 그리고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와 언론사가 주택정책과 기본소득제와 도입을 꾸준히 이슈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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