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풍동2지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두 개 지역주택조합추진위가 최근 각기 문을 연 모델하우스 전경. 중복부지에 아파트분양을 약속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시행사들이 일산동구 풍동 일대에서 지역주택조합원들을 중복으로 모집하고 있어 말썽이다.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수천만 원의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특성 때문이다.

일산동구 풍동 1183번지 일대 고양풍동2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로 지정된 이곳 주거지역에 지역주택조합추진위 두 군데가 나서 조합원을 중복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풍동 레아플라체’, ‘일산풍동 데이엔뷰’라는 이름으로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실은 조합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개발부지도 일부겹친다. 결국 둘 중 하나 이상은 아파트 분양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조합원 모집을 대행하고 있는 시행사 한울디엔씨와 와이에스개발측의 경쟁속에 조합원 모집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위해서는 분양계획 50%이상의 조합원을 사전에 모아야 하는데 각각 1340세대, 2252세대로 계획된 이들 분양계획대로라면 720세대, 1100세대 이상의 조합원을 사전에 모집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조합원 모집에 매달리고 있는 것.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보니 실현 가능성이 의문인 약속들도 이뤄진다. 이들은 주변 아파트 분양시세가 평당 1100만 원 내외인 상황에서 20%가량 저렴한 평당 800만~900만 원대 시세를 약속하고 있었다. 계약만 하면 착공 이후 분양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계약금만 납부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풍동2지구. 빨간색 선 부분이 중복 계획된 아파트 건설 계획 부지.

계약금 1,000만 원만 납부하면 나머지 2억 원 이상의 중도금과 추가 계약금 등 전액에 대한 은행 대출 비용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200만 원을 입금하고 동호수를 미리 선점하라는 권유도 한다. 서둘러 계약해야 좋은 층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종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델하우스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흔히 아파트 공동구매 방식으로 불린다. 조합원들이 아파트 건설부지를 공동 매입하고 건설사를 직접 선정해 착공부터 입주까지를 완료하는 방식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가입자격 제한이 적은데다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경우 낮은 분양가로 입주가 가능해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실제로 입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고 추가분담금 발생 등으로 인한 분쟁도 잦아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조합원 모집 대행사들이 조합원 모집 대행비만 얻고 이후 사업진행에는 나 몰라라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풍동 지역주택조합 경쟁에 대한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대행사들이 위험성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모집경쟁이 과열되자 고양시가 경고에 나섰다. 시는 지난 9일 “일산동구 풍동2지구 도시개발구역 내 공동주택용지 A1블록을 주택건설예정지로 한 두 개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어 가입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주택조합 설립인가는 하나의 주택조합만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두 개의 추진위가 조합원을 모집하는 현상은 반드시 어느 한쪽이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제는 중복모집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합원 모집 대행사들이 실제 실현가능성이 적은 분양광고를 하고 있어 누가 조합인가를 받더라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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