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 정문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레아플라체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 세대당 3,000만 원 이상 계약금을 납입했지만 사업이 취소되고 환불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은 고양시의 행정처분과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역 두 대행사가 나서 지역주택조합 모집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풍동2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100억 대 계약금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까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던 ‘(가칭)풍동 레아플라체’ 업무대행사 ㈜한울디앤씨가 7월 사업포기를 공식화하면서 그간 297명의 조합원과 230명 가계약자 등 총 600여 명으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업무대행비 107억 원 모두를 소진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들은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A신탁사와 대리사무계약을 맺어 계약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신탁계좌 돈을 인출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신탁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계약자들은 한울디앤씨 대표 L씨와 시행사 ㈜경인도시개발 대표 K씨, 조합 추진위원장 J씨 등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한 상황이다. 피해액이 107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인도시개발 대표 K씨는 고양시 덕이지구 파라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도 시행을 맡고 있다. 

이런 피해는 충분히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도시개발구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주들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이 우선인 풍동2지구(풍동 1183번지 일원 면적 341,486㎡<공동주택용지 98,722㎡>)에 올해 들어 ‘풍동 레아플라체(대행사 한울디앤씨, A1블럭 1340세대 모집)’와 ‘(가칭)일산풍동 데이엔뷰(YS개발, A1A2A3블럭 2252세대 모집)’가 서로 지역주택조합추진위를 구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용지 A1블록은 조합원 중복모집이었다.

일산동구 풍동 1183번지 일원 풍동2지구 도시개발지역. 빨간선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가능한 공동주택용지다.

더욱이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따르는 사업으로, 도시개발법에 따르는 토지주 중심의 도시개발조합과는 성격이 다르다. 도시개발조합 설립과 사업추진이 진행되고 나서야 그 안의 공동주택용지에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위해서는 해당 토지의 80%이상 사용권을 확보해야 하지만, 풍동2지구는 토지를 구획하는 환지계획에도 이르지 못해 토지사용권 확보자체가 의미가 없다. 

즉 중복모집으로 두 지역주택사업 중 적어도 한 곳은 사업이 불가능한데다, 설립인가까지 갈길이 먼, 사업추진 자체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계약금을 받고 동호수 배정까지 하는 조합원 모집행위가 계속되어 왔다는 얘기다.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계약자들은 레아플라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윤식)를 구성해 고양시청 정문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고양시의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중복모집 등 사업 실패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피해가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합원 모집시기 때문이다. 한울디앤씨는 3월 20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조합원을 모집한 반면, YS개발은 6월에서야 모집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미 300여명의 가입자가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세대당 3,000~4,000만 원 가량 계약금을 납입한 이후 중복모집을 인지했다. 

이와 관련 집회 현장에서 만난 레아플라체 계약자 노현진씨는 “(피해자들은)중복분양이 알려지기 전부터 한울디앤씨측의 말에 속아 계약금을 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면서, “계약자들에게 한편으로는 원금보장을 약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신탁계좌에서 계약금을 빼 쓰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한울디앤씨측은 경쟁사였던 YS개발이 모집하고 있는 ‘일산풍동 데이엔뷰’로 이전할 경우 조합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계약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보유현금이 없어 환불책임은 질 수 없다는 태도다. 이전할 경우에도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울디앤씨 장현제 이사는 “사업 초기 풍동2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우리쪽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6월 27일 고양시가 YS개발쪽 토지소유주들로 구성된 풍산도시개발조합추진위에 도시개발조합 설립인가를 내줘 우리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금은 50억 가량 토지매입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조합원 모집수수료와 홍보관 운영 수수료로 사용했다. YS개발쪽과 협의해 데이앤뷰 조합원으로 이전할 경우 최소한의 추가분담금만 내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이미 계약자 절반 가량이 넘어갔다. 집회를 하는 비대위측 입장도 이해하지만 사기나 횡령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한울디앤씨측이 계약자들에게 제시한 사업비 사용 내역.
한울디앤씨측은 중복모집 문제가 불거지자 계약자들에게 원금보장증서를 주며 안심시켰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사진 : 레아플라체 비대위>

레아플라체 비대위가 모델하우스 앞이 아닌 고양시청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있는 이유는 피해를 입기까지 고양시가 어떤 행정적 개입도 하지 않은데 따른 책임을 묻고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집회에 참여한 일부 계약자는 “고양시가 발빠르게 위험성을 알렸더라면 피해자가 지금처럼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인 오윤식씨도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추진까지 위험성이 큰데다 우리는 중복분양 피해를 뒤늦게 알았지만, 그간 고양시가 한 일이라고는 책임회피용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 뿐이다. 부산시는 모델하우스에서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고양시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 주택과 관계자는 “3월부터 지역주택조합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는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역주택사업이 성공률이 낮고 중복분양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렸다. 그렇다고 적법한 영업행위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재로서는 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추가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이미 레아플라체 계약자 상당수가 넘어간 일산풍동 데이앤뷰의 경우 대행사 YS개발쪽에서 도시개발조합 인가를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지역주택조합 추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YS개발측이 일부 추가분담금만 받고 100억 대 계약금을 포함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면서 레아플라체 조합원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조합원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피해자들은 “(조합원 이전은)대행사들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대행사가 어떤 이면 계약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고양>은 취재과정에서 YS개발측에 관련 입장을 요구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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