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적용돼야 한다. 권력이나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사법부는 공정하고 믿을 만하다고 인식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은 힘없는 약자에게는 군림하고,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에게는 비굴하게 처신하는 것 같다. 국민의 눈에는 법 집행이 정의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법(法)이라는 글자가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처럼 막힘이 없고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꽉 막힌 하수구 같다. 어딘가 막혀서 썩은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범법 행위를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검찰의 무능 탓인지, 명백한 범죄행위조차 정치적으로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이는 법원의 농간 탓인지 모르겠다.

과거에도 검찰과 법원이 신뢰받지 못했지만, 요즘처럼 검찰에 대한 믿음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판사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적이 없었다. 기소 후 2~3년이 되도록 1심조차 끝내지 못하는 법원의 무능과 정의롭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의 사법 불신만 키웠다.

과거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하지만 재판받는 정치인이 유독 많은 요즘 새롭게 유권무죄(有權無罪)라는 말이 생겼다. 수많은 정치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법원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돈을 벌고 국회의원까지 된 파렴치범 윤미향, 문재인 대통령 친구라고 청와대 백으로 울산시장이 된 송철호, 송철호의 부정한 당선을 도와준 황운하 등은 재판 지연으로 무사히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게 됐다. 거의 전업 코인 투자가 같은 뻔뻔한 김남국조차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조국은 부인 정경심이 3년 이상 징역을 살고 있는 동안에도 1심 선고조차 없었다. 그나마 지난 2월3일 3년여 만에 1심에서 징역 2년의 선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북콘서트 등을 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국 아들 건으로 재판받던 최강욱조차 지난 8월까지 의원직을 유지하며 큰소리치고 살았다.

수많은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는 사법 불신을 증폭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야당 대표에 대한 재판이 과연 형평성과 공정성 및 중립적으로 정당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그래서 국민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한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다.

당연히 신분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하지만 야당 대표라는 권력이 법 집행을 막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재명은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법원 출석도 멋대로 하지 않는 등 대놓고 사법부를 무시해도 법원은 경고조차 못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국민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지난 정권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범법 행위를 단호하게 척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뀐 뒤에도 사법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입법 폭주와 민생법안 저지로 행정부의 통치를 막고 새로운 대법원장 임명마저 막았다. 입법권 남용이다. 김명수 체제하의 사법부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공정하지 못한 법 집행으로 정치적 판결을 양산했다. 사법권의 횡포다.

옛날부터 “경찰서와 법원은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했다. 송사(訟事)에 말려들면 예나 지금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 없고 뒷배 없는 일반인에게 경찰서는 무섭고 법원은 두려운 존재다. 따라서 사인(私人) 간의 송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사범이나 경제 사건 등 모든 재판에 대한 판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소송에 휩쓸려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속절없이 애태우면서 돈과 시간을 기약 없이 쓰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본다. 송사에 엮인 국민을 위해서 모든 재판은 무조건 신속하고 정확하게 빨리 끝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범죄에 관한 신속한 판결은 사회 정의 실현 차원에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판결하는 것이 판사의 신성한 책무가 돼야 한다.

이처럼 막중한 사회적 의무를 실현하는 직업이기에 국민은 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다. 법관은 뚜렷한 소명 의식 없이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누구나,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자리다. 법관윤리강령 제3조에 ‘법관은 공평무사하고 청렴하여야 하며,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제4조에 ‘법관은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며, 신중하고 충실하게 심리하여 재판의 적정성이 보장되도록 한다.”라는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법부는 과연 의심받을 행동을 안 했는지, 공평무사하고 공정했는지,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민변 출신 판사 위주의 편파적인 인사로 이념과 사상에 따른 정치 재판을 양산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크게 키웠다.

사법부가 바로 서고 국민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법에 따라 공평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하는 판사가 필요하다. 차기 대법원장은 이런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 중립적이고 올곧은 법 집행으로 사법 정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포청천 같은 인물이 발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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