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의 나라다. 하다못해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율조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선진국이 몇백 년 걸쳐 이룬 것을 우리는 몇십 년 만에 해내야 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살기는 편해졌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과 달리 사회 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변해버렸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초고령화 국가가 되리라고는 3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심각한 문제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불과 10여 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30대 중반 이후의 만혼이 당연시되고, 40이 넘어도 결혼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이 늦어지거나 비혼주의자가 늘어나면서 신생아 출생률도 당연히 초고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려하던 인구 감소 현상이 2020년부터 시작되어 2022년에는 199,771명이 감소했다. 인구절벽이란 말도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용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이혼은 흔한 일이 됐다. 특히 결혼 생활 3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이혼이 젊은 부부의 이혼율을 능가한다. 황혼이혼은 독거노인 증가와 이들 중 상당수가 고독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비혼주의자가 많아졌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30살이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라는 소리를 들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이제는 30살 전에 결혼하는 젊은 사람 보기가 어렵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을 어렵게 생각한다. 취업도 쉽지 않고, 살 집을 마련하는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결혼해도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높은 교육비는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살겠다는 골드미스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부터 나이가 들면 결혼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결혼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눈높이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이 증가하면서 신생아 출생률이 세계 최저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만혼과 비혼 풍조가 일종의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 비혼주의자와 결혼 안 한 친구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2021년에 0.81명에서 2022년 3분기에는 0.79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약 280조 원을 썼다. 1년 평균 17.5조 원을 쓰고도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2022년에는 불과 260,562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10년 전인 2012년 484,550명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감소와 초고속 고령화는 국가재앙이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국가는 젊은 청춘들이 두려움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다. 저리의 장기 전세자금 대출과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이 보장되면 결혼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제적 지원이다. 예를 들어 신생아 한 명당 5,000만 원을 지원한다면 400,000명 출생기준으로 20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기존에 사용된 예산과 크게 차이도 없다. 만일 600,000만 명에 지원한다면 30조 원이 든다. 과연 5,000만 원의 지원으로 아기를 낳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효과없는 정책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현성이 높아 보인다. 20조 원은 2023년 대한민국 예산 638.7조 원을 기준으로 전체 예산의 3.1%에 불과하고 30조 원이면 4.7%다. 가능하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출산장려금으로 1억 원이라도 지원해야 한다.

또 다른 사회문제인 고독사는 가족 붕괴와 황혼이혼의 증가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3,37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4배 이상이고 5~60대 비율이 50% 이상이라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5~60대의 고독사는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힘든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와 달리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는 부양(扶養)하고 자식으로부터는 봉양(奉養) 받지 못하는 세대가 됐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인 1965년생이 65세가 되는 2030년에는 노령인구가 1,306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 국민의 25%, 즉 4명 중 한 명이 노인인 나라가 된다. 고령화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게 문제다.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노인에 대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 노인에 대한 기준을 70세 정도로 올리고 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식이 있어도 사정상 홀로 사는 노인과 자식 없는 노인에 대한 문제는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였다. 2,400여 년 전 중국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왕정(王政)을 베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 천하에 제일 불쌍한 백성(四窮)이며, 이들은 의지할 곳 없고 어디에다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니 우선하여 이들을 배려하라”고 얘기한 주(周) 문왕(文王)을 예로 들었다. 환과고독이란 아내가 없는 늙은 홀아비(鰥)와 지아비 없는 늙은 홀어미(寡) 및 부모 없는 아이(孤)와 늙어서 자식이 없는 노인(獨)을 말한다. 옛날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2022년도에만 복지 예산으로 97조를 편성하여 전체 예산 약 608조의 16%를 쓰는 나라에서 홀로 외롭게 죽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는 저출산 문제와 고독사를 해결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십조 원씩 무분별하게 퍼주는 선심 정책이나 표(票)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지원 대상이 확실하고 구체적이며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나라 전체가 활기를 잃어버린 노인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신생아 출산에 대한 확실한 경제지원책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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