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상
일본 단상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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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30여 년 만에 오사카를 갔다. 한국인에게 30년의 세월은 강산이 3번이나 변할 시간이지만 일본 오사카의 시간은 멈춰 서있는 것 같았다. 처음 방문했던 1990년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하던 때라서 한국보다 경제력이나 기술력도 뛰어났고 문화적 차이도 컸다. 하지만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 찾아간 오사카는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옛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리와 음식점과 상점의 모습은 오히려 서글프게 보였다. 심지어 아직도 음식점과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고 오래된 카페의 인테리어도 거의 변한 게 없다. 단지 30년 전보다 가격만 조금 올랐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변화와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역동적이고 변화에 익숙한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수백 년 된 전통을 지키고 오랜 생활 습관과 문화를 쉽게 바꾸지 않는 일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의 쇠퇴가 느껴졌다. IMF가 추정한 2022년도 일 인당 명목 GDP는 일본이 34,358달러로 한국의 33,591달러와 비슷하다. 조만간에 한국이 일본의 일 인당 국민소득을 곧 추월할 거라는 일본 경제학자의 경고까지 나왔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역동적인 국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활력이 떨어진 도시와 변화하지 않는 사회, 여전히 작고 초라한 주택들과 후줄근한 시민의 모습은 과거에는 검소하고 안정적으로 보이고 본받을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고루(固陋)함으로 보인다. 한국은 적어도 10년만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실감 나도록 완전히 다른 거리로 변한다. 한국의 빠른 유행은 세계적인 상품을 가장 먼저 부른다.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먹힌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두 나라의 국민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편한 것과 좋은 것을 쫓아 너무나 간단하고 빠르게 옛것을 쉽게 버리거나 바꿔버린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의 전통과 관습, 문화를 한순간에 버리거나 쉽게 바꾸지 않는다.

과거 한국인이 일본에 가면 반드시 사는 물건이 있었다. 조지루시 밥솥과 워크맨, 니콘 카메라와 소니 텔레비전 등 모든 전자제품은 한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의 어디를 가도 우리 눈을 놀라게 하거나 부러워할 만한 것들이 없다. 과거 일본은 국가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다고 말하곤 했다. 거대한 공공시설물과 관공서 건물 등에 비해 토끼집 같은 자신의 집을 비유하면서 스스로 자조적으로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와 국민 모두 가난해 보인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는 2021년 기준 259%로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다. 일 인당 1,000만 엔을 넘었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모든 나라가 흥망성쇠를 겪는다. 한때 세계를 제패하고 호령하던 나라들도 때가 되면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지금 일본이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과거의 화려했던 역사의 유물들을 보는 것 말고는 더는 배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일본이 한국보다 2~30년은 앞섰다고 얘기했다. 많은 분야 관계자들이 일본에 가서 보고 배우고 따라 하면서 물건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들여오곤 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학문과 기술, 문화 등도 마찬가지다. 과거 일본에서 들어오던 새로운 것들이 이제는 역으로 한류라는 이름의 한국 문화가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마치 백제 문화가 일본에 스며 들어간 것처럼 21세기의 한국 영화, 문화, 음식, 음악 등이 자연스럽게 일본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일본을 본받을 것이 많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정신은 본받아야 한다. 일본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었지만,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 한국은 아직 없다. 학문과 기술 등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 克日(극일)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능력과 힘으로 일본을 극복해야 진정한 극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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