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陰謀)와 검증(檢證)
음모(陰謀)와 검증(檢證)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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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6개월 후인 2022년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상대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사활을 건다. 사실을 들이대면 검증이고, 소문과 추측으로 하는 것은 정치 공작이고 음모다. 음모와 검증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했는가가 핵심이다. ‘~라더라’ ‘~인지 의심스럽다’ ‘~라는 말이 있던데 해명하라’ 등은 내가 의심이 들어 문제를 제기하니 억울하면 해명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난무하기에 정치판에 음모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선거철이면 마타도어(흑색 선전)와 정치 공작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선전과 선동, 음모론은 주로 좌파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전략이다. 한국인에게 음모론이 잘 통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나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감성적으로 판단하고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사후에 철저한 조사와 허위 사실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좌파는 우파 정부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이용해 왔다.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광풍처럼 일어난 ‘광우병 소동’은 MBC ‘PD수첩’이 시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유모차를 몰고 나온 아기엄마와 초·중·고등학생들까지 “죽기 싫다”라거나 “뇌 송송 구멍 탁”이라고 울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데모했다.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권은 초기부터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시간이 지나자 광우병 파동은 전혀 근거 없는 선동과 음모론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미 정부의 권위와 동력을 잃어버린 이명박 정권은 힘을 잃었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 가는 제주행 배의 무리한 개조와 증축 및 무능한 선장의 부주의로 인해 세월호 전복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해난사고는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에 의해 매주 토요일 밤을 촛불로 밝히면서 결국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다. 세월호에 대한 특별조사는 9차례에 걸쳐 수많은 인력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조사했지만 새롭게 밝혀진 것이 없다. 심지어 1,000억 이상을 들여서 세월호 선체까지 인양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명백한 사고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세월호 음모론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 이회창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로 낙마하였다. 완전한 정치 공작이고 음모였다. 병역 비리에 관한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한 전직 부사관 김대업의 존재 때문이었다. 당시 지상파 3사 9시 뉴스는 매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회창이 출마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대선후보 측은 줄기차게 “이회창의 두 아들은 군대에 안 갔다”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이회창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뒤늦게 김대업의 사기 행각이 밝혀져서 실형을 받았고 의혹을 제기한 설훈 의원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선거는 다시 치러질 수도 없고, 결과는 더더욱 뒤집을 수도 없었다. 음모론은 이래서 더 탄력을 받고 근절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서윤(개명 전 최순실)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2019년 9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민석은 최 씨의 은닉재산 추정치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 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이므로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8일 안민석은 최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주 드문 경우다. 이처럼 수많은 허위 사실과 음모적 발언은 거의 대개가 정치판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최대한 활용한 음모 수준의 소문이 수시로 생산된다.

최근 뉴스버스라는 인터넷 매체가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여권 인사와 기자 등 10여 명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보도를 했다. 사실 여부를 놓고 여당과 윤석열 측은 서로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자료를 만들고 넘겨준 사람이 있으니 검찰이든 특검이든 하루빨리 조사하면 될 일이다. 서로 말로 다툴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선거를 앞두고 나왔을 뿐이다. 정치는 비정하고 선거는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어떤 선거든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같은 당내의 경쟁자가 더 무섭다.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이 딱 맞다. 그동안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음모가 벌어졌다.

만일 역사적으로 김대업 사건이 없었다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라는 격언이 지금도 통할 것이다. 김대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서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게 당시에는 통했고 선거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도 김대업 같은 사건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아직 대통령 선거는 6개월이나 남았다. 얼마나 많은 정치공작과 음모가 횡행할지 모를 일이다. 국민이 현명하게 따지고 물어서 검증해야 한다. 음모로 밝혀지면 일벌백계로 엄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 도저히 더 밝힐 게 없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이 아직도 석연치 않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음모론은 좀처럼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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