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사서(四書) 중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평범한 아홉 글자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 같아도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하는 차치하고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집안을 잘 다스려야 되고, 집안을 잘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이 성실히 갈고 닦아서 가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 간단한 명제가 유독 공직자에게 더 많이 요구되는 이유가 있다.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몸 바쳐 일하겠다고 약속한 국민의 공복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본인이 깨끗하거나 떳떳하지 못하고 집안 꼴이 엉망인 사람이 지역사회나 국민을 위해서 멸사봉공(滅私奉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은 공직자에게 더 엄격한 도덕성과 정직성 및 청렴성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나 국민이 엄격한 잣대로 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직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업무를 통해 나름대로 검증을 받지만, 선거를 통해 뽑는 정치인의 품성을 아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4년마다 뽑는 지방의회의원의 경우는 더 어렵다. 그래서 당을 보고 찍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수준 이하의 지방의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행정부 고위직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기본적인 혹독한 검증을 거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자신은 ‘인사 검증 7대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즉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에 해당하는 인사라면 주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많은 사람이 7대 원칙에 어긋난 사항이 드러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만 33명이다. 검증에서 걸러져도 여당이 밀어붙이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니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대부분의 결격사유는 수신제가의 문제다.

수신제가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조국 사태다. 그는 서울대 교수를 하면서 온갖 현란한 미사여구로 공자님 같은 바른말만 했다. 누가 봐도 정의롭고 반듯한 법대 교수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딸과 아들을 위한 온갖 불법과 부부의 위선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부모의 사고방식이 잘못됐는데 자식들 가정교육을 어떻게 제대로 시켰겠는가. 아빠와 엄마가 지위와 인맥을 동원해서 허위로 서류를 만들어 실력 이상의 학교에 쉽게 들어가게 해주는데 자식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배웠겠는가.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순간 조국과 문재인 정권은 깊고 어두운 나락에 빠져버렸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제가는 어떤가. 과연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의 딸과 사위는 왜 갑자기 외국으로 도망치듯 잠적하고,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밝히지도 못하는가. 이철희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이라고 극찬한 대통령 아들은 어떻게 번번이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그렇게 잘 타내는가. 대통령 아버지가 아들에게 “실력은 너보다 못하지만 너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위해서 양보하라”라고 말할 순 없었을까? 조국과 문재인은 수신이 안 돼서 제가(齊家)도 안 된 경우다.

지금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후보들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다. 여당 유력후보 이재명에 대한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은 과감한 실행력과 기본소득 공약을 시작으로 끝 모를 선심성 퍼주기로 인기가 단연 여당 선두다. 그러나 과거 형수에 대한 무지막지한 쌍욕과 김부선과의 연애 스캔들, 검사사칭과 음주운전 등 전과 4범의 범법행위를 한 전과자다. 경기도청과 도청 산하 공공기관 주요 자리에 자신의 선거를 도운 측근 90명을 보은 인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밝혀진 굵직한 자리만 이 정도다. 최근에는 이재명이 성남시장 재직 시 개발한 대장동 아파트 단지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라는 주역의 괘명(掛名)을 사용한 야릇한 회사가 투자금의 1,100배가 넘는 이득을 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의 개발사업 담당 회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더 무섭다. 법을 너무 잘 알기에 교묘히 법망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당연히 이재명 이름으로는 1원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수신이 안 된 이재명은 형과 형수를 욕보임으로써 자기 집안조차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었다. 제가에도 실패한 경우다.

야당 대선후보 홍준표는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에게 크게 뒤 쳐졌었다. 그러나 역선택을 허용하면서 격차가 줄어들자 자신이 몇 년 전 반대한 역선택을 확장성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 토론회에서 조국 일가가 저지른 불법으로 정경심과 동생, 조카 등 온 가족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조국에 대한 윤석열의 과잉수사라고 했다. 심지어 조국 일가족을 도륙했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발언 탓에 홍준표는 하루아침에 ‘무야홍’에서 ‘조국수홍’과 ‘카멜레홍’이 됐다. 오직 당내경선 승리만을 위해 평소 소신과 보수 가치까지 버린 탓이다. 30년 가까운 정치생명이 한순간에 빛을 잃었다. 홍준표는 2030 여론이 싸늘하자 급하게 자기 생각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홍갈대’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막말 논란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순간 소신과 가치를 지키지 못한 ‘수신(修身) 실패’의 예다.

대통령 후보의 자질 즉, 경험과 능력에 대한 검증이 문제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검증해서 뽑은 대통령 중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못 봤다. 수신이건 제가건 무엇인가가 문제가 돼서 치국에 실패하고 국민 가슴에 씻기지 않는 깊은 멍울을 남겼다. 이번만은 수신과 제가를 제대로 한 대통령을 뽑아보자. 결함 없이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가장 결함이 적은 사람을 선택해 보자. 마음속이 시커멓고 낯가죽이 두껍고 염치없는 후흑(厚黑)의 인간이 아닌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만을 위하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아보자. 나라 재정이야 어찌 되든 선심성 돈 퍼붓기를 잘하는 사람, 정치 오래 했다고 능력을 자만하는 사람, 오로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오랜 행정 경험이 능력이라는 사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사람 등 수많은 후보가 저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이번만은 국민의 밝은 눈과 냉정한 가슴으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야 할 때다. 좌와 우를 떠나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누가 수신제가를 제대로 한 후보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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