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계포일낙(季布一諾)은 ‘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라는 의미로 ‘한 번 승낙한 일이면 꼭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 지도자는 약속이나 신뢰를 무겁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에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장사꾼도 신뢰를 지키려 손실을 감수한다. … (박 전 시장 문제를)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저를 무책임하다 하겠지만 그래도 공당이 국민에게 약속했으면 지키는 게 맞다. 무공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말을 뒤집었다. 이 지사는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자 자기 약속인 무공천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나는 무공천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또, “이상과 현실에 대한 전체답변 중 이상에 대한 발언만 떼어 제 실제 의사와 다르게 보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 세력 귀환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이 지사의 이런 말은 교설(敎說, 교묘하게 꾸미는 말)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라고 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표정을 그럴싸하게 지어 아첨하고 알랑거리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지사는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무공천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사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사꾼‘까지도 들먹였다.

그러다가 ”약속도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 무공천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 거기에 ’이상과 현실에 대한 답변‘이라는 교설까지 동원한다. 마지막에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 세력 귀환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김언이설로 마무리했다.

국민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당헌에 따라 과연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말과 행동이 따로인지,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지, 국민을 정말 바보로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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