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정부가 특례시 지정 요건을 인구 10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지자체간 이권 싸움과 갈등이 표면화, 오히려 특례시 지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도시 특례시 지정은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는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행정 재정적 권한과 자치 권한이 주어지는 것으로 앞으로 특례시 지정을 놓고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간 또한 수원, 용인, 고양, 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도시와 인구 50만 이상 도시 간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2018년 10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29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재차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6월 17일까지 약 20일간의 입법예고와 6월 말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오는 7월 초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법률안이 원안돼로 통과된 후 대통령령에서 인구 100만 명, 또는 50만 명 이상 대도시와 특례시 인정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면 인구 50만 이상 지방 도시들이 다수 특례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특례시 명칭 부여’의 조건으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인구 50만 이상으로서 행정수요ㆍ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지정하는 대도시’라고 명시해 특례시 대상이 수원 용인 고양 창원 등 4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된다.  현재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경기도에서만 수원, 고양, 용인,성남, 화성, 부천, 남양주, 안산,안양, 평택 등 10곳이며, 전국적으로 전북 전주시와 충북 청주시 등 총 16곳에 달한다

특례시 기준 완화는 역설적으로 자치체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특례시 지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특례시 대상 도시가 4개(수원, 고양, 용인, 경남 창원)뿐이었음에도 이해 관계가 얽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다룰 특례시 대상이 정부안 기준대로 4배 이상 늘어나면 법안 통과가 더 험난할 수 있다.

광역지자체는 지방재정 권한을 특례시로 분산시키는 것을 꺼린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 고양, 용인이 특례시가 되면 막대한 재정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기도 의회의 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특례시 실현(취득세 이양)시 경기도 취득세의 21%(1조5천억여원)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한편 특례시 지정을 놓고 기초 지자체간, 수도권 도시와 지방도시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수원과 고양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경우 특례시 대상이 많아지면서 관련 논의는 더욱 활발해 질 수 있지만, 정작 특례시에 주어질 권한과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새로 특례시 검토 대상에 오른 시ㆍ군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특례시 논란이 광역지자체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을 우려한다. 또한 인구 50만이 조금 못 미치는 시흥시(현 47만9천명)와 파주시(현 45만5천명)는 특례시 지정에 대해 정부의 융통성있는 가이드라인을 기대하는 처지다. 이밖에 특례시 대상 도시가 1 곳도 없는 전남ㆍ강원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우려된다. 실제로 강원 춘천시는 국회를 항의 방문, 특례시 지정 요건 개선을 주문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국회 때 지역에서 특례시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며 “이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길을 넓혀 국회와 의논하자는 차원에서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향후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상의해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해을) 등 국회의원 13명은 정부안과는 별개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특례시 기준을 구분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정부안에는 5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규정이 있으나,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인구 50만 이상으로서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대도시로 규정하고 있어 인구가 밀집되어 행정수요가 큰 수도권 대도시로 한정될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수도권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인 경우로 하한선을 정부안대로 유지하고, 비수도권 즉 지방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인 경우로 하한선을 낮추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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