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갑 문명순, 이경환, 심상정 후보
고양갑 문명순, 이경환, 심상정 후보

[고양일보] 4선을 바라보는 진보계의 거물 정치인이 무시할 수 없는 조직과 정치적 선전력을 갖춘 여당과 제1 야당 대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고양시갑 선거구(주교동, 원신동, 흥도동, 성사1동, 성사2동, 고양동, 관산동, 화정1동, 화정2동)는 도농복합지역으로 고양시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 17대 때 민주노동당 소속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심상정(61) 정의당 대표의 아성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03년 보궐선거와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진보색이 강한 지역이다. 2000년 이후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이 당선된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모두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곳에서 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문명순, 변호사 출신의 미래통합당 이경환, 이 지역 현역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심상정 후보가 다소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거대 양당의 대표주자로 나선 문 후보와 이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번 선거와 달리 진보 지지층이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분산되면서 미래통합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문명순 후보는 서울여상 졸업후 국민은행에 입사해 30여 년을 일한 금융전문가이자 금융산업노동조합 활동을 한 노동전문가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금융소비자보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번 선거가 20년 만에 국회의원이 대통령, 도지사, 고양시장, 고양시의회와 원팀으로 강력한 집행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 저 문명순이 민주당입니다”라며 자신이 여당 후보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서민금융전문가임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다면 제일 먼저 코로나 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포용적 서민금융경제특별법’을 발의하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고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정책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변호사 출신의 이경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격인 자유한국당의 수석부대변인, 미디어특위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고양에서 10년 넘게 산 '10년 토박이'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고 낡은 이념의 희생양으로 지역 발전이 정체된 이곳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한다. 이 후보는 "선거법은 몰라도 된다고 국민을 무시한 심 후보,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하고 유지하려 한 여당의 문 후보 모두 자격이 없다"며 "이런 정부여당과 정부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하는 정의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힘 있고 건전한 야당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심상정 의원을 겨냥해 "현역의원이 한 약속, 제대로 지켰나"라며 8년간 중앙정치에만 몰두하고 지역발전을 방치해 덕양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지역간 격차가 더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치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8년 간의 의정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선택해 달라"며 "GTX 착공, 고양동 군부대 이전, 내유동 복합문화센터 신축, 교외선 및 원당 혁신지구사업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든 만큼 변화를 끝까지 마무리할 적임자는, 힘 있는 4선의 심상정"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지역 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도 말했다. "경험 없는 초선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주민들의 판단이 될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결 정치 하에서는 다 국회 서랍속에 방치되지 않느냐"고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처리에 미숙했던 중앙정치권을 비판하며 4선 의원이 된다면 "정치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명순 후보는 공약 우선순위를 교통-교육-복지로 정해 "교교복"을 설파하고 다닌다. 그는 도로와 철로망을 촘촘히 잇고, 교외선 복원, 통일로 개선은 시장의 힘만으로, 일개 국회의원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정부와 장관과 협업을 이뤄내는 집권여당의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집권 여당의 힘으로 GTX-A노선을 조기착공하고 꽉 막힌 도로를 시원하게 뚫어 덕양을 사통팔달 교통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교통 공약에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추진, 고양-원흥간 트램 신설, 고양선 연장 식사역 신설, 고양선 도래울역 신설, GTX 개통시 식사-대곡간 버스신설, 조리선(3호선) 연장 및 3개역 신설 추진(내유역, 관산역, 신원역), 고양동-광탄간 도로(78번 도로) 조기확장 등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이 후보는 '경기 분도(分道)'와 교통 발전을 중점 공약으로 내놨다. "경기북도청의 고양시 유치와 강북동서도시고속도로 대심도 건설을 통해 고양시 발전의 핵심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여의도 입성 후 '경기 북부의 분도 및 발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경기 북부를 짓누르고 있는 중첩 규제와 관련해 46개 법률을 하나의 법률로 묶어 한꺼번에 개정한 중앙행정 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안보상의 이유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 규제의 대상이 된 경기 북부가 처한 모순을 해결할 법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의 교통 공약 중 돋보이는 것은 덕양~대곡~일산을 연결하는 8자형 순환트램 건설이다. 타 후보들이 광역교통망에 집중하는 반면,  심 후보는 덕양과 일산으로 분리된 고양시를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으로 하나로 만드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선 길이만 보면 덕양, 일산이 각각 20㎞씩, 총 40㎞이다. 8자형 트램뿐 아니라 대곡역에 국제철도터미널을 유치해 도심공항터미널과 면세점 등 국제적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역세권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심 후보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신설, 교외선 운행 재개, 대곡소사선· GTX의 조기 완공과 같은 철도역점사업은 경험 없는 초선의원이 아닌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명순, 이경환 두 후보가 4선 고지를 향해가는 심 대표를 막아설지, 막아선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인가. 고양시갑 선거 결과는 지역이 낳은 전국적 인물과 힘 있는 정당이 공천한 참신한 신예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 정권 심판을 위해 보수 후보를 지지하느냐 아니면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느냐, 누가 지역 민심을 잘 이해하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등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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