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고양과 서울을 연결하는 20개 노선 270여대 버스를 운행하는 명성운수 노조가 19일에 이어 20일도 파업을 이어갔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들은 연 이틀째 불편을 겪고 있지만 명성운수 노조와 사측 간 의견 격차는 줄어들지 않아 파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명성운수 노조 파업으로 광역버스인 M7129·1000·1100·1900·3300·9700·1082·1500번, 좌석버스인 830·870·871·108·921번, 시내버스인 72·77·82·66·11·999번 등 운행이 이틀째 중단됐다. 이 중 고양 시내만 다니는 11번(성석동~행신역)과 999번(대화동~신원동)을 제외한 모든 버스가 서울로 가는 버스다. 

광화문‧서울역 가는 대체버스 있지만, 여의도‧영등포 가는 것은 없어   

명성운수가 노사측의 입금협상 결렬로 전면파업을 강행하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파업 2일째인 20일에도 대화동과 주엽동 등 고양시의 많은 버스정류장은 강추위 속에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의 대기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전날 예고 없이 파업하는 바람에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야했던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 중에는 자가용으로 출근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날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M7106·M7119번 등 일부 광역버스는 특별히 많은 출근길 시민을 태우기 위해 입석 승객을 받아주기도 했는데, 버스 내부는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20일 주엽동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20일 아침 주엽동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날 주엽동에서 영등포 쪽으로 출근한다는 한 시민은 “어제 파업소식을 듣고 평소에 타지 않던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회사에 늦게 출근했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다른 사람도 모두 일찍 나온 것 같다”며 “고양에서 영등포 방면으로 출근하는 노선은 명성운수 노선을 제외하면 9707번 밖에 없는데, 평소 같으면 앉아서 가는데 이제부터 서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양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됨에 따라 경기도와 고양시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출퇴근 교통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도와 고양시는 파업 첫날인 19일에는 아침 6시~8시 출근 시간동안 1000번 노선인 대화역~서울역 구간에 전세버스 20대를 무료 운행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대 추가적으로 운행하려고 했던 영등포로 가는 전세버스는 운행하지 못했다. 

고양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고양에서 서울로 가는 출퇴근 교통수요의 50% 가까이 광화문‧서울역 방면으로 가는 것이라 우선적으로 이 노선에 전세버스 20대를 무료 운행하게 됐다. 그 다음으로 교통수요가 많은 영등포로 가는 노선에 대한 전세버스를 운행했으면 하지만 아직까지 여의치 않은 상태다”고 말했다. 

교통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양시는 공무원 통근버스와 고양도시관리공사·복지회관·꿈의버스 등 공공기관의 관용차량까지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시내버스 10대를 파업 구간 노선에 배치하고, 마을버스 4개 업체의 버스 10대도 투입해 외곽지역 혹은 취약지역부터 서울까지 운행하기로 했다. 

● 임금인상분, 노조 25만원 vs 사측 14만원 대립

명성운수 노조는 지난 18일 임금협상 관련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 회의가 결렬된 가운데 사측과 추가 협상을 벌이다가 이날 오전 4시15분께 최종 결렬과 함께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월 25만원600원의 임금인상에다 근무일수 12일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고, 사측은 월 14만원 임금인상에다 13일로 정해진 월별 의무근무일수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어 맞서고 있다. 

20일 일산서구 대화동에 본사에서 명성운수 노조가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들의 발이 되어야 할 광역버스가 이번 파업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20일 일산서구 대화동에 본사에서 명성운수 노조가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들의 발이 되어야 할 광역버스가 이번 파업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시민호소문을 통해 “정부에서는 버스업종의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재원으로 쓰라며 지난 9월말에 시내버스 요금 200원, 광역버스 요금 400원을 인상시켰다. 그런데 명성운수 사측은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임금보장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금과 인상된 요금은 어디에 쓴다는 말인가”라고 전했다. 

반면 사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이 노조 측에 있고, 요금인상에 따른 효과가 적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은 ▲노동조합 경기지부와의 협상 결과 14만원 인상에 타결했음에도, 명성운수 노조만이 이 인상분을 거부한 점 ▲일산~서울 간 버스 노선 신설로 전년 동월(10월) 대비 승객 비율이 7% 감소한 점 ▲버스 요금 인상분은 임금 보전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른 추가 인력 충원과 시설투자에 이용되는 점 등을 들어 ‘14만원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종오 명성운수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버스 요금을 인상한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라 버스회사가 인원충원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현재 운전기사들이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버스 요금이 인상한 만큼 운전기사 임금이 인상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원 충원이 이뤄졌던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금인상률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노사 양측이 협상타결 노력 없이 기약 없는 파업 장기화를 이끈다면 시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명성운수의 파업을 지켜보는 고양시의 한 유력인사는 "창릉 3기 신도시 발표로 서울 출퇴근에 따른 교통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파업은 사측과 노조 측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뿐만  시민의 고통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죄값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오가는 대부분의 버스를 운영하는 명성운수 기사들이 파업에 따른 주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간 의견 격차가 커 이번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을 오가는 대부분의 버스를 운영하는 명성운수 기사들이 파업에 따른 주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간 의견 격차가 커 이번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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