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장강명 작가, 오선희 변호사,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사진 왼쪽부터)장강명 작가, 오선희 변호사,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대표.

[미디어고양파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덕양구청에서 펼쳐졌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볼 것”을 제안했다.

지난 20일 덕양구청 2층 강당에서 사단법인 마을학교 10주년 기념강연 ‘내 삶을 바꾼 시간(약칭 내바시)’이 진행됐다.

내바시에는 기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해 사회성 짙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와 늦깎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안정된 검사직에 사표를 던진 오선희 변호사, ‘땅콩회항’ 사건 내부고발로 오너일가 갑질문제를 제기했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등장해 자신의 삶을 바꾼 순간들을 소개했다.

장강명 작가와 오선희 변호사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이유를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작가는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했다면 전업작가라는 길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살아오면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욱 하는 성격으로 새로운 길에 들어섰고, 평생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기질이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다. 이제는 그 기질 자체를 긍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로 일하면서는 내 삶을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 삶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누구나 삶의 경로에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잠시 탈선해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 경험 자체는 결과의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좋은 것이다. 삶의 경로를 스스로 결정해 주도권을 가져보고 거기에 따라오는 결과를 맛보는 것, 그런 경험이 우리를 어른으로 살게 해주는 것 같다"며 "우리사회는 이런 기회를 젊은이들에게 주지 않는 것 같다. 잘못된 선택 한 번에 낭떨어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등장한 오선희 변호사의 조언도 비슷했다. 오 변호사는 ”검사로 10년을 일하다 문뜩 내가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답이 없다면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직업이라도 포기해 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이유를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왜 원하는지도 모르고 어디까지 가야하는지 모르는데 막연히 남들이 원하는 것을 나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포기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오 변호사는 현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을 내부고발한 김지은씨를 법률대리하고 있다.  

땅콩회항 이후 당시 상황을 내부고발 했던 박창진 사무장(대한항공 직원연대 대표)은 노예화 된 삶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박 사무장은 "땅콩회항 이후 1년은 스스로 자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자책이 나의 자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을'들에게 교육하고 세뇌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다음 찾아온 주변사람들에 대한 미움에서도 이제는 벗어났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니 노예화된 삶에서 벗어난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사주일가의 갑질문제를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박 사무장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자신이 먼저 변하고 다른 누군가에 이를 전염시켜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런 생각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바뀌었고 변화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에는 마을학교 초대 이사장을 지낸 심상정 국회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토크쇼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강연자들의 선택을 공감하고 응원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마을학교는 심상정 국회의원이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당시 공약이었던 혁신학교를 지역에서 뿌리내리겠다며 시작한 주민 교육기관이다. 덕양구 화정동에 사무실이 있으며 올해 78회를 맞은 정기강연 ‘공감, 우리시대’를 비롯해 마을아카데미, 일본어강좌, 청소년을 위한 방학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학교는 현재 심 의원 남편인 이승배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8월 백상진씨가 신임 소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행사도 백 씨가 기획한 것이다. 백 씨는 심상정 의원실 보좌관을 거쳐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20대 청년 정치인이다. 심 의원은 이날 백 씨를 소개하면서 “마을학교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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