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소장

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어제 오후 2시 30분에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먼저 담화의 요지부터 살펴보자. 첫째, 본인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살았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둘째,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 인물이 순수한 본인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지만 본인의 잘못은 없다. 셋째, 이로 인한 국정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국충정으로 제안하는데 국회가 본인의 진퇴문제를 결정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1차와 2차 담화에서 이미 이야기한 내용을 반복하면서 3차에서는 진퇴문제를 하나 언급했을 뿐이다. 이중 진퇴문제에 관한 논란이 있어 담화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향후 진퇴에 관한 정치상황을 짐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고 했다.

먼저,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보자. 담화문에서 퇴진이라 하지 않고 진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임기에 대한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퇴진에는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하야와 국회의 소추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탄핵이 있다. 문제는 임기단축이다. 헌법에 의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보장돼 있다. 그래서 임기를 단축하는 방법은 오직 헌법 개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진퇴와 관련해서 대통령은 하야를 제안하는 방안, 탄핵에 의한 방안, 헌법 개정으로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 등을 국회가 결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대통령이 위 방안 중 임기단축을 특별히 거론한 점이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첫째는 퇴진에 대해 대통령이 원하는 방안이 숨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헌법 개정에 의한 임기단축은 하야와 탄핵과는 엄연히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책임의 결과이지만 전자는 책임과는 얼마든지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국정공백의 원인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고 국정혼란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되 국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임기단축으로 퇴진을 결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언제 퇴진하겠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형식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혔다. 바로 법절차다. 예컨대 국회에서 협의하여 대통령의 하야 건의를 결정하더라도 바로 하야하는 것이 아니라 법절차에 의해 하야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법절차의 의미를 헌법 개정으로 축소 해석하는데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대통령의 하야와 관련해서는 특별법인 법률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임기단축과 연결시키다보니 헌법 개정으로 축소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다만 헌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모두 여야의 지난한 싸움을 불러오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임기단축이 됐든 하야가 됐든 대통령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면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샘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갔다. 담화문발표로 새누리당 비박계는 질서 있는 퇴진을 야당과 협의 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면 탄핵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비박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일단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협의는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협의에 실패해 비박계와 야당이 탄핵절차로 진입할 때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 발언한 소상하게 이야기한다는 기자회견이 발표될 것이다. 이로 인해 또 한 번 정국은 소용돌이치고 여야 정치권은 혼란에 빠지면서 탄핵소추의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늦어지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와 연동돼 탄핵에 대한 현실론이 대두될 것이고, 하야를 위한 특별법 또는 임기단축을 위한 헌법 개정이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통령이 의도하는 결과다. 과연 이 난국을 해결할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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