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 불편한 ‘해맑음’. 영화 주인공인 돌고래(가명)의 첫인상이다. 친족 그것도 친부 성폭력 피해자인 그녀는 ‘아마 그러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풋풋한 맨얼굴로 당당하고 천진하다.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아무도 믿고 싶지 않은 그녀의 잔혹 동화로 소개되는 다큐 영화 <잔인한 나의 홈>의 첫 장면이다. 이 작품은 2010년 신인 감독 지원 프로젝트 선정 당시 ’공개적으로 말하다‘라는 의미의 <Speak Out>이란 제목이었다. ‘안티 친족성폭력’을 외치며 주인공 ‘돌고래’가 가해자인 친부와 투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17년, 해시태그 #Me Too(#미투, 나도 당했다)로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번진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의 성폭력 피해 고백으로 ‘미투’는 사회적인 운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국내에는 검찰 내부 한 여성 법조인의 고백과 함께 오랫동안 숨죽이며 감내하던 음지의 피해자들도 양지로 쏟아져 나오며 가해자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경악했다. 가해자들은 다름아닌 사회에서 존경받는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개인의 성폭행 피해를 넘어 ‘저 사람 마저’라는 신뢰의 붕괴로 이은 멘붕 상황으로 허탈하게 했다.

돌고래가 그랬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믿을 만하다는 ‘가정과 가족’에 대한 신뢰감 붕괴 상황은 20대 초반의 여성이 감당하기에 그 무게감이 어땠을지 상상이 갔다. 7세부터 시작된 친부의 성추행은 중학교 2학년부터는 성폭행으로 진행됐다. 돌고래는 그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친부로부터 세뇌되어 왔다고 증언한다. 어느 순간 그 모든 사실이 진실이 아님을 깨달아 어머니에게 고백을 통한 구원의 기대와 희망이 무너짐으로 가출을 결심한 돌고래. 그녀가 향한 곳은 (사)한국성폭력상담소가 운영하는 쉼터인 ‘열림터’였다. 이곳에서 만난 원장 ‘공명’은 돌고래를 구원한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던 다큐 감독 아오리(최미경)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다가왔다고 돌고래를 기억하는 감독. 그리고 돌고래는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친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은둔과 무지, 수치 속에 있을지 모르는 자신과 유사한 상황의 제3의 피해자를 대신해 호소한다. 카메라 속 배심원인 관객을 향해.

그리고 아버지를 고소하지만 2011년 1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법정은 ‘피고인 무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영화는 2심에서 징역 7년의 판결로 가해자인 친아버지를 수감시키는, 친족성폭행 피해자 돌고래의 승소로 마무리 지으며 '세상엔 아직까지 믿을 사람이 많다'라는 판사의 조언을 통해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돌고래는 "요즘은 정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집에 있을 때 나는 곧 죽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한다.

충격적인 돌고래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비추는 잔혹한 동화였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가장 안락하고 안전해야 할 ‘가정’이 그녀에게는 가장 위험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돌고래가 용기 내어 ‘공개적으로 말한’ 행동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영화는 2013년 제5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출품작으로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해'라고 ‘당신은 괜찮으세요?’라는 물음으로 마치 현재 미투운동을 예견한 듯하다.

’가정-가족-아버지-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는 믿음이 ’열림터-공명 원장-감독-판사‘의 대안 공동체로 전이되며 돌고래를 구원하는 영화는 사회의 안전장치와 따뜻한 시선이 한 개인은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8회 고양여성영화제 상영표

올해로 8회를 맞는 고양여성영화제는 고양YWCA와 영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 고양파주여성민우회, 고양영상미디어센터 주최로 2일부터 6일까지 ‘#Me Too’ 주제의 총 22편의 영화를 롯데시네미 주엽관과 라페스타관, CGV 일산과 화정, 메가박스 백석관,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무료로 상영한다. 관람을 원한다면 아래 주소로 온라인 신청하면 된다. 문의 031-919-4040, 031-907-1003.

>>>고양YWCA(www.kyywca.or.kr)

>>>고양파주여성민우회(http://goyang.womenlink.or.kr)

조진화 영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 이사장이 개막작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경애 고양YWCA 사무총장이 개막작 상영을 앞두고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 주최 측이 메가박스 백석관에서 사전 예약한 관객 명단을 확인하고 입장권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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