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필 "지역단체 불리한 전국공모 문제" 
문화재단 "지역공모, 오히려 고양필 특혜"
고양필측 1인 시위에 법원 가처분도 검토
문화재단 "필요한 정보 모두 공개하겠다"

고양시 교향악단 상주단체 공모에서 고양필이 사실상 탈락하면서 후원회원과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고양시청 앞에서 고양필 후원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 심사과정이 마무리된 고양문화재단의 '고양시 교향악단 상주단체 공모'가 때 아닌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시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지역단체가 불리한 전국공모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심사결과를 열어보니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를 서울지역 교향악단이 차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실상 탈락한 지역 교향악단 후원회원들이 1인 시위에 나서고, 계약무효가처분도 예고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교향악단 상주단체 공모는 지난해 고양시의회를 통과해 올해 본예산에 포함된 사업이다. 올해만 10억 원, 2년 계약기간에 20억 원이 지원된다. 문화예술과 소관이지만 대행사업비로 편성돼 실제 공모는 고양문화재단이 진행했다.

올해 2월 공개된 공모 내용에는 사업목표로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 고양시의 위상정립과 클래식 저변확대, 공연예술 활성화'가 제시되어 있다. 아직 시립 교향악단이 없는 고양시가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구상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은 최근 고양문화재단이 3월 진행된 1차 PT심사와 2차 실연(實演) 심사결과에 따라 지난 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공개하면서 부터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뉴서울필)이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가 되면서, 지역단체로 유일하게 참여한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고양필)는 3순위로 밀렸다. 공모에는 두 단체외에 W필하모닉오케스트라(W필)가 참여했다.

사실상 탈락한 고양필이 반발하고 나섰다. 4월 6일부터 고양필 후원회원들과 시민모임이 고양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심사가 불공정했다면서 심사채점표와 영상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예고한 상태다. 고양시가 우선협상대상자인 뉴서울필과 계약을 완료할 경우 계약무효가처분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고양시가 애초 지역단체가 불리한 전국공모 방식으로 공모를 진행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역의 영세한 오케스트라가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을 만들어 지역역차별 공모를 만들었다는 것.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쪽인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고양시민포럼'(고양시민포럼) 하성용 대표는 “고양시가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의 참여를 유도한다면서 전국공모를 밀어붙였지만 고양시민의 세금으로 서울단체만 도와준 것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식이면 20년간 지역을 위해 공연해 온 고양필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심사과정을 외주화 한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고양문화재단은 이번 심사과정을 서울시 구로구 소재 취업포털 (주)커리어넷에 맡겼다. 약5천만 원 심사비용중 2천만 원 가량이 커리어넷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선정 등 전부분을 커리어넷이 도맡으면서 고양 인사들이 배제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지역역차별을 받았다는 것이 고양필과 시민모임의 주장이다.

하 대표는 “심사를 민간기업에 외주화 하고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고양시 문화예술 인사는 단 한사람도 포함되지 않은 심사위원단으로 인해 고양필이 차별을 받은 것은 아닌지 관련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양시민포럼은 하 씨가 거주하는 식사동 아파트 주민들이 구성한 문화예술 동호회 성격이다.

고양필이 반발하는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고양필은 시로부터 연간 1억 원 수준의 공연비용을 지원받아 왔는데, 이번 사업으로 상주단체가 생기면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고양필은 지난해 예산이 편성된 이후 상주단체로 선정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펼쳐왔다.

반면,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은 이번 공모가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상태에서 문제 없이 진행됐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지역역차별 문제는 1차 심사에서 5점의 지역단체의 가점을 주고 최종 점수가 동률일 경우 지역단체를 선정한다는 심사기준도 둬 해결했다는 것이다.

정영안 문화예술과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 "10억 원이나 되는 사업을 고양필을 위해서 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혜논란을 피하기 위해 심사자체도 민간단체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민간기업에 심사과정 맡겨 결과적으로 서울 교향악단이 유리했다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는 "교향악단 선정은 심사위원 공정성 시비가 가장 큰 고민이고 문제였다. 공직자들이 이얘기 저얘기 듣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고양필이 오히려 또 다른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고양문화재단측 관계자는 “지역공모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공모조건을 맞출 수 있는 지역단체가 고양필 뿐인데 지역공모는 곧 수의계약과 다를 바 없다. 만약 그럴 경우 지방선거 앞두고 최성 시장이 지역단체 특혜줬다는 주장이 더크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신형우 고양문화재단 대외협력 실장은 "개인적으로는 고양필이 전국공모에도 불구하고 1차 심사에서 1등을 차지해 최종 선정도 기대했는데 결과는 좀 달랐다"면서, "2차 실연심사에서 격차가 좀 난 것으로 보인다. 심사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실장은 "아직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참여단체와 심사위원 동의가 있을 경우 채점표 등 자료를 공개할 생각이다. 숨길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고양시의회도 관련 논란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관련 예산을 통과시킨 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이규열 위원장은 ”교향악단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5월 마지막 의회 전에 상임위 소집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위원에게 위원들의 소집의향을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아 실제로 위원들과 논의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양문화재단은 11일부터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인 뉴서울필과 상주단체 활동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