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동 동물건조장 주민설명회 찾아가보니
심상정 "주민이 반대하면 반려된다" 주장
시에 물으니 "주민의견만 반영하는 것 아냐"
반복되는 기피시설 논란에 면피성 발언만   

주민 질의에 답하고 있는 심상정 국회의원. 지역구 의원인 심 의원은 법 개정으로 주민 반대시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고 공언했지만, 행사 이후 담당 공무원은 심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 국명수 기자>

고양시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고양동 일대가 이번에는 동물건조장 추진으로 다시 들끓어 오르고 있다. 이미 서울시립승화원, 레미콘공장 신축 논란 등 혐오시설을 두고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동물장묘시설 건립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

고양시는 주민의견을 듣겠다며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주민들의 확고한 반대의사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등장해 책임지고 막겠다고 호언했지만, 시 담당부서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주장 일부는 사실과 달라 새로운 우려도 사고 있다.

지난 8일 고양동 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벽제동 동물건조장 추진 관련 주민설명회. 지난해 11월 벽제동 소재 음식점(485-4)을 경매로 취득한 A씨가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신청한데 따른 것이다. A씨는 2종근린생활시설 부지를 묘지관련시설로 용도변경하고 동물장묘업 등록과 함께 동물건조장 신축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벽제동은 2016년에도 동물화장장이 추진된 적이 있다. 고양시의 반려와 주민반대에 이어 경기도행정심판에서도 고양시의 손을 들어주자 2017년 1월 사업주가 사업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1년만에 동물건조장으로 형태만 바꿔 장묘시설이 재차 추진되고 있는 것.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200여 명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고양시가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고양동 레미콘 공장 신축 문제도 거론됐다. 지역 정치권과 고양시 행정이 기피시설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연히 지역구 심상정 국회의원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주민설명회를 찾은 심상정 의원은 정치권을 향한 불만제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다"고 대응했다. 역으로 문제해결 노력이 충분히 알려지고 있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주민들이 반대하면 동물장묘업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 근거로 2017년 2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 26조를 들었다. 

심 의원 본인이 덕양구의 동물장묘시설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농축산부 장관을 만나 해결책을 찾은 것이 시행령 개정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자신이 했다는 것이다.

동물건조장 건립 추진에 반대하는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관계자들. 

또 심 의원은 "건축법 시행령에 동물장묘시설 설치에 앞서 반드시 주민의견을 묻도록 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단체장 재량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행정심판에서도 질 수가 없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날 주민설명회 결과를 토대로 고양시가 반려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심 의원은 법 조문을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좀 제대로 설명을 하라면서 참가한 공무원들을 타박하는 듯한 말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책임질 수 있냐"고 지적하자, 심 의원은 "책임지라고 하니 책임지겠다"고 특유의 확신에 찬 말투로 단언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기라도 하듯, 행사에 참석한 이재석 도의원(자유한국당)은 때 아닌 도의원 역할론도 꺼내들었다. 심 의원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경기도의회에서 나름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심 의원의 확신 덕인지 이날 주민설문에 응한 114명 전원이 동물건조장 추진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심 의원 말대로라면 이제 동물건조장 논란은 끝났다. 

문제는 이날 심 의원의 일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심 의원 말대로 건축법 시행령 개정이 특정 건축시설이 허가유무를 전적으로 주민의견으로 결정한다는 설명 자체가 이해가 쉽지 않기도 하다.  

특히 심상정 의원이 거론한 건축법 시행령 26조는 해당내용의 존재자체가 없다. 2017년 2월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기존 시행령에서 등장하지 않던 동물장묘시설이 적시되기는 했지만, 이도 주민의견 청취결과를 바탕으로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고양시는 주민설명회가 끝난지 일주일만인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민 의견 반영 최선'이라는 입장을 냈는데, 담당부서에 확인해 보니 심 의원 주장 상당수가 실제 행정처리 과정과 달랐다.

고양시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은 맞지만 그 근거로 무작정 동물건조장을 막을 수는 없다. 아직 동물장묘업 등록 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고, 용도변경만 추진되고 있어 덕양구 건축과에 주민의견 청취 결과를 포함해 보완의견을 내기로 결정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용도변경 신청업무를 처리하는 덕양구 건축과의 입장도 비슷했다. 건축과 관계자는 심 의원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건축법은 건축시설의 설치를 제한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동물장묘시설 제한은 동물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좀 다른 것 같다"면서, "우리는 관계된 11개 부서의 의견을 접수받아 도시계획심의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결정은 도시계획심의가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심상정 의원의 설명을 들은 주민들은 동물건조장 논란이 종료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 행정처리와 상당히 괴리된다. 

만약 용도변경 신청이 통과되고 장묘업 허가 신청까지 이어질 경우 새로운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보인 정치인들과 고양시의 태도가 면피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당장 기피시설 논란이 반복되면서 불만 가라앉히기식 단기성 처방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   

8일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도 "공무원이 (기피시설 관련)주민설명회를 열면서 고양동에 레미콘 공장이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 동물건조장 용도변경도 11월 이후 주민설명회 현수막 건 것 말고 무슨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난해 12월 담당 과장이 동물건조장 벤치마킹을 가기로 약속해 놓고 지금까지 안가고 있다. 상(喪)을 당해서 못갔다고 하는데 3달 동안 상을 치루나. 지금이라도 당장 전국에 하나 있다는 동물건조장에 가서 유해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심상정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과 관련 14일 심상정 지역사무실 김복열 보좌관은 "의원이 주민설명회에서 언급한 건축법 시행령 26조는 착오로 보인다. 해당 시설규정은 별지에 포함되어 있다"고 정정했다. 

이어 김 보좌관은 "심 의원의 발언은 (법률적으로로 동물건조장 추진이 불가능 하다는 단언이 아니라)주민들에게 자신이 혐오시설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고양시 공무원들에게도 주민의사를 반영해 반려하라는 압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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