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상 일산복음병원 이사장(65)에게는 소위 병원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지역에서도 대형병원 창립자 이미지 못지않게 고양·파주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센터장 직함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2013년 이임하기까지 9년 가까이 범죄피해자를 돕는데 앞장서 온 그의 이력 때문이다.

인터뷰 중인 손재상 일산복음병원 이사장

누구보다 고양시를 사랑하는 고양 예찬론자인 그는 이제 도시경영이 가능한 리더십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양시를 한단계 더 도약시키기를 원한다면 경영능력이 필수라는 말이다.  그에게 고양시의 미래를 물었다.1989년 원당지역에서 70병상 규모의 원능복음병원을 세우고, IMF 위기로 모두가 축소지향하던 1998년 126병상 일산복음병원을 창립하기까지 성공적인 병원 전문경영인 경력을 쌓아온 그지만 이제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가 더 끌린다고 한다.

-고양시에 정착하신지 오래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1989년쯤에 와서 이제 28년쯤 산 셈이지요. 그때는 신도시 개발하기 전이었어요. 김포시로 가려고 했는데 여기 앞이 강이고 큰 산도 있어, 공기도 좋고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지금도 고양시에 정착하기를 너무너무 잘 했다고 생각해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하면서도 고양지청(의정부지검)에 한 10년을 일했는데 검사들이 고양시에 올때마다 이왕 고양시에 오셨으니 퇴직하시면 이쪽으로 와서 살라고 꼭 이야기를 할 정도예요. 그만큼 고양시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고양시에 좋은 추억이 많으신 것 같은데, 어려움도 있지 않으셨나요?

"고양시에 처음 들어와서 3년이나 됐나? 우리 병원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서 경기도가 소송을 하고 영업정지가 난 적이 있어요. 영업정지 3개월 동안 병원 문을 닫아서 타격이 컸죠. 병원 영업정지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도 많았지요. 그래도 사람은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위기를 잘 넘겼으니 우리 병원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것으로 생각해요. 실패를 겪으면서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어요. 실패가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셈이지요."

일산복음병원 수술실 모습 <사진 = 일산복음병원 홈페이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10년 가까이 맡아 오셨는데.

"우리 고양시에 검찰지청이 처음 들어오던 당시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을 딱 한 번만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어요. 2003년쯤이었어요. 1년만 하려고 했는데 9년을 내리 맡았죠. 그 동안 다행히도 센터가 안정되고, 나도 이제 손을 다 뗐어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꽤나 오래하셨는데, 그런 일들을 하실 때는 계기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어디 나서는 걸 너무 싫어해요. 당시에는 검찰지청이 처음 생기다보니까 병원 원장이니 특별한 비리가 있을리도 없고, 병원 자체가 지식층들이 모이는 집단이다 보니까 부탁을 한 것 같아요. 저도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다 보니까 거부하기도 힘들었던 거죠."

-고양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데, 이런 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현직 최성 시장님도 잘하고 계시지만, 뭐랄까 그동안 고양시장으로 경영마인드를 갖춘 리더십은 경험 못해 본 것 같아요. 자족도시로 발전하려면 기업유치가 우선인데, 땅같은 것도 무상으로 몇 년 임대해 주고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우수한 기업들 유치에 발벗고 나서야지요. 파주만 해도 기업 유치를 얼마나 많이 합니까. 그렇게 자족도시를 만들면 시내 빠져 나가는 출퇴근 시간에 안 막힐 거고. 이제는 좀 기업 쪽에 신경을 써야 된다고 봐요. 100만 고양시민이 이 안에서 먹고 살고 할 수 있도록 기업하는 사람들하고 수시로 상의도 하고, 그런 도시경영 마인드를 가진 시장이 이제 고양시에 필요하다는 거죠." 

고양시 관련 대화에서는 손 이사장의 고양시에 대한 애정과 단호함이 보였다.

-고양시를 대표할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지요.

"고양시에 큰 유통센타 많이 있어도 본점이 다 서울에 있기 때문에 돈은 다 서울로 갑니다. 여기서 거쳐 가는 것 밖에 안 돼. 그러니까 제대로 된 고양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어야 은행이고 뭐고 다 활성화 되는 것 같아요. 세금도 그래요. 나도 전에 집이 서울이었었는데 세금이 나오는데 보니까 서울로 빠져 나가더라고. 그래서 병원 쪽으로 주소를 옮겼어요. 고양시를 위한 리더라면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기업을 여기 고양시에 유치해야죠. 고양시가 세수를 많이 걷어 들여야 발전도 할 수 있을거고요."

-사람을 좋아하셔서 다양한 바람들을 많이 듣기도 하실 것 같습니다. 

"내가 모임이나,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양시민들을 많이 만납니다. 술자리 이런데 가보면 고양이라는 도시를 참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국 위정자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지요. 좋은 리더십이 있으면 시민들은 언제나 협조할 마음가짐이 있는 겁니다." 

-병원 전문경영인의 시각으로 고양시의 의료관광 인프라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양시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을까요?

"시장이나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없으면 안되요. 의료관광 문제 때문에 시청에서 얘기도 하고  했는데, 마인드 부족이 아쉬워요. 고양시처럼 의료관광하기 좋은 도시가 없어요. 고양시에 얼마나 대형병원이 많아요. 암센터도 있고. 김포공항도 가깝습니다. 그런데 의료관광을 위해서는  숙박단지가 제대로 있어야 합니다. 큰 호텔도 몇 개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지요. 사우디 왕세자가 온다고 해도 잠 잘 데가 없어요. 내 조카가 북경대 다니는데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부자가 종합검진 한다고 서울대병원을 갔는데,  한 층 전체를 다 비워 달라고 하더래요. 서울대에서 안되겠다고 해서 고양시에 왔는데 잠잘 데가 어디 있어요. 그런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고양시에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 해도 그게 힘들어요." 

-그런 인프라 구축이나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도 결국 리더십이 필요하겠군요.

"결국은 청사진과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추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전문가를 끌어 들여야 하겠지요. 그리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이구요. 경영마인드을 갖춘 정치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 고양시가 얼마나 잘 되어 있습니까. 아는 사람, 끼리끼리 하지 말고 좀 고양시를 위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 고양시를 대표하는 얼굴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