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원이익적립금은 지역 ‘적폐’ 예산”

일산서구 대화동에 자리잡은 고양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전경. 농협중앙회가 개장일부터 16년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2001년 조성된 이후 16년간 농협중앙회가 고양시로부터 장기 위탁운영하고 있는 고양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체질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고양시의회에서 나왔다.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부지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시민들에게는 하나로마트로 더 친숙한 종합유통센터가 지역 대규모 유통매장과 차별성 없이 운영되고 있어 위탁법인 선정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양시는 오는 2018년 2월 8일 농협중앙회와 재위탁협약을 앞두고 있다.  

고양시의회 김경희 의원(식사동, 중산동, 정발산동, 풍산동, 고봉동)은 지난 18일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5분 발언을 통해 고양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지역 농수산물의 도매기능을 통한 관내 농가의 소득증대와 시민들의 신선하고 저렴한 먹거리 이용이라는 취지의 상당부분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면서 농협중앙회와의 재협약은 물론, 부지활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종합유통센터에는 도매부서가 아예 없는 상태이고, 관내 농산물 취급비율도 17.2%에 불과하다. 도매유통단지라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인 2015년 재협약 과정에서도 최초 협약대비 지역환원이익적립금 비율과 지역주민 채용 비율만 조정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고양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수도권 서북부 농산물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자처하며 13만 평방미터에 국비와 경기도비 등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2001년 6월 개장했다. 개장 당시 고양시는 농협중앙회와 5년 위수탁 계약을 맺은 이후 최근에는 계약기간만 3년으로 조정해 매번 재계약을 맺어 왔다. 공모가 아닌 재위탁 심사만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2013년경 농수산물 도매물류 기능을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고양시에는 하나로마트로 대표되는 소매 유통기능만 남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농협중앙회가 운용하고 있는 지역환원이익적립금도 도마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지난 16년간 220억 원의 이용료 외에 154억 원의 지역환원이익적립금이 조성됐지만 시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를 일반회계로 편입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5분 발언하고 있는 김경희 시의원.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장기간 위탁운영하고 있는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민들과 함께 부지 활용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종합유통센터 운영에 농업인의 목소리를 담고 시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재협약 이전에 시민토론회를 열어 부지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 비용은 지역환원이익적립금을 이용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5분 발언과 관련 김 의원은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도 "16년 전과 달리 고양시에 이미 대규모점포가 40개에 이른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면서, "농업유통센터가 소매기능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다면 이들 대형매장들과 다를 것이 없다. 지역농업인들에게 이익도 적고 장기적으로 고양시민들에게도 피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같은 문제를 지적한 이후 하나로마트 점장으로부터 항의전화도 받았다. 고양시 땅과 건물에서 영업을 하면서도 이를 당연한 일로 알고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되려 항의하더라. 주객이 전도됐다. 농업인들을 위해 만든 부지와 건물인 만큼 농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활용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지역환원이익적립금에 대해서는 "사용내역을 살펴보니 고양시 예산심의에서 삭감되거나 축소된 예산을 되살리거나 행사성 예산에 사용되고 있었다. 지역에서의 또 다른 적폐인 셈"이라면서 "이제라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양시가 직접 관리하고 의회 예산심의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도매기능 활성화가 필요한 과제임을 인정하면서도 위탁법인을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19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에 도매물류 기능은 없지만, 식자재매장과 학교급식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농수산물 도매기능은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경희 의원이 지적한 도매물류 기능도 농협중앙회와 협의를 거쳐 2018년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협약과 관련해서도 "조성 당시부터  600억 이상의 국비가 투입된 사업이어서 조성 후 40년간 농수산물 유통센터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정도 규모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농협중앙회밖에 없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환원이익적립금에 대해서는 "부지와 건물임대에 대한 이용료는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출액의 0.5%를 받아 세입으로 잡을 수 있지만, 지역환원적립금은 농업중앙회 자체적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적립해 사용하는 구조여서 시에서 관여하기 힘들다. 예산심의도 농협이 구성한 운영위원회가 하는 것이다. 이를 고양시 일반회계로 편입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답변했다. 

농협중앙회가 고양시에 지급하는 이용료와 지역환원이익적립금을 제외하면 대형매장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남는 이익도 별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농업인들을 위한 부지 활용을 위해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재협약 이전에 개최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일정을 조율해 볼 계획이다. 재협약 이후에도 농업인들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