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도심 화상경마경륜장 지난해 매출액 3600억 상회
레저스포츠? 불황속 성장하는 서민상대 사행성 산업
지역사회 공헌 극히 적고 마을 황폐화 부작용만 우려

 

일산 화상경마장 내부. 개장직후 첫 경주가 시작될 시간임에도 벌써 많은 이용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상경마장측은 이들에게 최저 5,000원의 입장료도 받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에서 도합 3,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공기업. 한국마사회 일산센터(렛츠런문화공감센터 일산), 한국경륜경정본부 일산점(스피존 일산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시설은 화상경마장, 화상경륜장으로 불리는 장외발권소다.

“경마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문화로 사회적 존재가치가 분명하다. 경마는 레이스(스포츠)와 베팅(오락)이 결합한 것으로 객관적인 예측과 이변의 우연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바둑과 같은 두뇌 스포츠라는 별칭이 있다.”

올해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김호균 한국마사회 일산센터장이 했다는 말인데, 국내법은 경마와 경륜을 엄연히 사행산업으로 분류한다.

사행산업통합위원회법은 제2조에서 사행산업을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우연에 의하여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과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하는 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시설이 모두 일산동구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장항동 일산문화광장과 라페스타 사이 화상경마장이, 직선거리로 1km 가량 떨어진 거리 마두역 5번출구와 연결된 올림픽스포츠센터 건물에 화상경륜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면 이 두곳 어디에선가 판돈을 건 경주가 시작된다. 

일산 화상경마장은 매출액대비 지역사회공헌이 0.1%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화상경륜장은 0.02%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화상경륜장 인근 직선거리 500m이내에는 두개 학교가 있고, 화상경마장도 청소년들이 주말 자주 이용하는 라페스타와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호수공원과 정발산을 잇는 일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은 거리다. 

이런 접근성을 확보한 이들 시설은 고양시에서 얼마나 벌어들일까.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이다. <미디어고양>이 마사회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 일산센터는 2016년 매출액이 2.660억 원에 달했다. 

전국 30여개 화상경마장중 6번째로 많은 매출액이다. 경마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 지난 3년간 입장객은 20%가까이 줄었지만(2016년 35만5,910명) 매출액은 거의 변동이 없다. 1인당 매출액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4년 60만8천 원 수준이던 마사회 일산지사의 1인당 매출액은 2016년 75만 원 수준으로 급격히 올랐다. 한명이 1회 방문시 75만 원 가량을 잃고 나온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도박피해를 막기 위해 10만 원 배팅 제한액이 있지만 여러번 구입하면 그만이다.

일산스피존은 어떨까. 경륜과 경정을 포함한 매출액이 2016년에 1,000억 원(경륜 630억, 경정 357억)에 근접했다. 입장객은 경륜, 경정을 합해 28만 명 수준, 1인당 매출액은 각각 35만 원, 36만 원 정도다. 

불황속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셈. 고양시가 이들 시설에 부과하고 있는 레저세도 매년 목표치를 초과하고 있다. 다만 이 레저세는 도비형태로 장외발매소가 설치된 지자체에 실제로 교부되는 금액은 일부다.  

이런데도 화상경마장, 화상경륜장의 사회공헌은 미미한 수준이다. 마사회 일산센터는 지난해 1억6,166만 원을 기부금으로 지원했지만 이는 2015년 2억692만 원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이마저도 특정 복지관에 치우치는가 하면 정작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지역에서 실시하지도 않는다. 총액도 매출액대비 0.1%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마사회 일산센터 앞.

스피존 일산점도 마찬가지다. 2016년 2,950만 원을 지역사회에 지원해 2015년과 2014년에 비하면 약1,000만 원 가량 지원이 늘었지만 매출액대비 0.02%정도 수준이다.

경마가 이뤄지지 않는 평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경륜 경주를 중계하는 등 주5일 일산 도심에서 합법적 도박장이 개설되는 상황에서, 서민주머니 털어서 사회공헌에는 생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단지 사회공헌의 금액이 높다고 책임을 다 한 것도 아니다. 이미 부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지방의회와 시민들이 나서 장외발매소의 시외곽추진이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부천은 2020년 화상경마장을 지역에서 몰아낸다. 

이렇듯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장외발매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한데, 이런 요구들이 지속되는 것은 화상경마장과 화상경륜장이 지역과 마을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시민들간의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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